솔잎에 매달린 방울방울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뿌옇게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안개가 끼었나 보다
창밖의 난간에는 방울방울 달려있는 것이 물방울인가?
자는 사이 비가 왔나 보다
'아 휴무인데 비가 오니 완전 행운이네'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데려다 주기가 귀찮다'
'도서관에 책도 반납을 해야 하는데...'
빗방울 보고는 잠에서 깨어 드는 생각은 이러하다
이사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할날이 며칠 되지 않는다
'졸업준비를 하니 되도록 빠지지 않게 해 주세요~'
선생님의 말이 생각나니 되도록 그렇게 해야지
남자아이라 옷 입히는 것도 준비시키는 것도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후다닥 문을 나선다
1층 엘리베이터를 내려 자동문이 열리니 비가 제법 온다
몇 날며칠 얼어있던 얼음길이 비에 젖어 사그라들고 있었다
미리 장화에 우산에 만반의 준비를 한 아이는 미소 지으며 빗속으로 걸어간다
차곡차곡이 웅덩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이는 비장하다
"엄마 장화 신어도 물이 들어와?
"왜?
"뭔가 차가운 느낌이 들어서...
장화를 신으면 모든 외부와의 차단이 완벽할 거라 생각했는가 보다
오랜만에 털 신발을 벗고 방어가 하나도 안된 장화를 신으니 다시 적응을 해야 하나 보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도서관 반납과 대여를 한 후 비가 그친 그 길을 다시 돌아온다
'음~~ 비냄새...
혼자서 중얼거리며 다시 한번 맡아보는 냄새
전엔 이 냄새를 자주 맡았던 거 같은데
바람이 공기를 타고 데려다주는 냄새들
계절의 냄새들
너무 오랜만에 맡아보니 머릿속에서 엄청나게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기억들 추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