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다 보고 있지?
퇴근하며 지나다니는 길로 바쁘게 빠른 걸음으로 버스를 타러 간다
남편이 회식이 있다 하여 아이들만 있을걸 생각하니 더욱 발걸음이 빨라진다
게다가 여느 퇴근시간 보다 한 10분 일찍이 나왔건만
하필이면 회사팀장한테 업무전화까지 받아 심난하네
찜찜한 기분이지만 그래도 뭐 가던 길 가야지 돌아갈 순 없지 않은가...
미세먼지인 건지 뿌옇고 그리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춥지 않고 포근하다
땅바닥과 내가 갈길을 번갈아 보며 마주 오는 사람들을
여럿 스쳐 지나친다
어쩌다 고개를 돌렸을까?
핑크색에 한지 같은 꽃잎이 주변은 온통 칙칙한 색들과 대비되게
마른 가지에 붙여놓은 것 마냥 피어있다
'진달래다!'
작은 소리로 혼자 감탄을 한다
그리고 가로수를 두리번거리며 보다가 하얀색 목련도 발견된다
'그래 진달래가 피면 목련도 어김없이 피더라'
'오빠 보고 있지? 봄이야...
이내 새언니와 조카들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오빠가 없는 처음의 봄을 맞이하고 있겠구나
내가 그렇듯이 그들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처음의 봄을 느끼겠구나
그들의 눈이 머무는 곳마다 이곳에 없는 오빠를 그리워하겠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사계절을 모두 보내야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가 된다던데 계절마다의 추억을 떨쳐 보내야 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