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여자의 일기

30대 후반, 미혼과 기혼의 경계

by Su

"나는 먼저 들어갈게"

짧은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가려던 참에 A가 내뱉듯 입을 뗐다.

"어 그래, 피곤하지? 먼저 들어가서 쉬어. 우리 나이에 이제 무리하면 안되지"

농담섞인 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를 배웅했지만 나와 B는 알고 있었다. A가 간만의 대학동창과의 대화보다 휴식을 택했음을, 딱히 우리와의 대화가 피곤함을 이겨낼 정도의 기대를 주지 못했음을.


30대 후반을 지나가는 A는 비혼은 아니지만 연애를 포기했다고 했다.

그녀는 연애 쪽으로 할당되어야 했을 에너지를 일과 공부에 모조리 쏟고 있었다.

오만할 수도 있지만, 나 역시 2년 전까지만 해도 A와 같은 상황을 겪었던 터라 안타까운 마음에 비혼주의가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하지 말라고, 언제든지 여지를 열어두라고.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맞이하기 위해선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다른 곳에 다 소진해 버리지는 말라는 작은 조언도 건내보았지만 그녀의 닫힌 마음엔 미동이 없었다.


그녀가 지향하는 '성취감'도 그를 함께 온전히 느껴줄 누군가가 없다면 마치 밧데리가 점점 짧아지는 오래된 핸드폰처럼 그 행복함의 유효 시간이 점점 짧아질 것임을, '자기계발'이라는 멋진 단어로 포장된 부지런한 내 모습도 결국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불안'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던 2년 전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그랫듯 그녀도 아무런 관계적 소득 없이 사람을 찾으며 흘러보내는 시간 속에서 시시각각 현타를 느끼느니 차라리 중간중간의 성적표를 받는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리라. 취업, 결혼 등 사회가 규정한 타임라인을 항상 맞추지 못했던 나 역시 누구보다 처절하게 그 '불안'을 느꼈고 꽤 오랜 시간을 극복하고자 애써왔었음에도 이런 작은 공감조차 건내기 조심스러워진 우리 사이에 미혼-기혼의 경계가 있었다.


이미 아기를 키우고 있는 B에게 물었다.

"우리가 너무 배려가 없었을까? 조금 더 A도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대화 주제를 찾았어야 했을까?"

"아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당연한 흐름인 것 같아'"

연애를 거부하고 있는 그녀에게 연애에서 시작된 결혼생활, 육아가 귀에 들어올리 만무하다고. 나와 B의 관심사 그리고 삶의 중심이 이미 가족으로 완전히 바뀌었는데 대화가 이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이 또한 맞다. 참 갈수록 대화가, 관계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