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로 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이 더 편한 사람이다.
내향인인 데다가 감각도 느린 편이라, 말로 하면 나의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상황이 휙~ 지나가 버린다.
'아,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아, 그때 그 말은 하지 말걸...'
그날 밤은 후회의 이불킥 향연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좋은 글을 필사하고 내 생각을 글로 적어 두는 걸 참 좋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예전 학생 때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내면의 평화를 위해서 좋은 글과 가사, 그리고 내 생각을 노트에 적어두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나의 생각주머니를 넓히는 연습이었던 것 같다.
나는 에너지가 많지 않기에,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다. 아니, 그래도 젊을 때는 표현을 크게 해보려고 한 적도 있었는데 너무 불편했다. 좋은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크게 표현하면 내 에너지가 바닥났다. 그리고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그냥 쓰는 게 마음이 편했다.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내 감정을 제대로 알기 위해 말이다.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즐거움'이다.
잘 쓰지 못하지만 그냥 쓰면 재미있다. 그리고 이렇게 써두면 나중에 과거의 나의 고민과 관심들을 더 잘 알 수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묵은 찌꺼기를 비워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을 정화시킨다. 그래서 글을 쓰고 나면 참 뿌듯하다.
오늘은 둘째의 소아과 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에는 둘째를 데리고 소아과를 다녀왔다.
x-ray를 찍고 다행히 호전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직 기침이 있어서 약을 지어왔다. 아이와 병원의 검사 장소들과 진료과를 왔다 갔다 하는 건, 특히나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힘들어하는 아이가 주스를 한잔 마실 시간도 주어야 하고, 주스를 잔뜩 먹고는 소변이 마렵다는 아이 손을 끌고 화장실을 찾아가야 하는 시간도 추가된다. 비가 와서 내가 들어야 할 짐은 더 많은데 아이는 계속 나를 잡고 매달린다.
게다가 지난밤 미열이 있던 우리 첫째를 오후에 하교를 기다렸다가 데리고 병원을 또 가야 했다. 유치원을 안 간 둘째도 함께 말이다. 또, x-ray를 찍어야 한단다. 지하 1층과 1층을 왔다 갔다 그리고 진료실을 들락날락거리면서 의사 선생님의 처방 약을 탄 후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너무 힘든 몸. 그렇게 집에 돌아와 아이들의 간식을 챙기고 앉았는데, 드러누워야 할 것 같은 몸인데,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책상 앞에 앉는다.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이 쉼이 된다.
글을 길게 쓰지 못하지만, 글을 조리 있게 쓰지 못하지만, 무엇보다 내 진심을 담아 쓰기에 나는 이 글쓰기가 참 좋다.
더 큰 욕심 내지 않는다.
오늘 하루, 지금 이 시간 내 마음이 편안하고 풍요롭고 행복하길 바란다. 이 글을 통해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