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체 왜 샀어?
이혼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그 자체, 혹은 암호화폐에 대해서 투자를 하였는데 시세가 크게 하락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로 유책사유가 되거나 재산분할에서 기여도 산정에 불리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법원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그 자체’를 유책사유로 보거나 재산분할 상의 기여도를 감할 사유로 보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부분에 관하여 보다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가정법원의 일반적인 태도를 잠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법원은 대체로 어떠한 투자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중립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부부공동생활에 있어 ‘경제적인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즉, 타방 배우자와의 충분한 상의 없이 위험 자산이나 리스크가 높은 사업에 거액을 투자한 경우와 같이 ‘경제적 독단행위’가 행해진 경우라면, 이는 경제적인 면에 대한 부부간 신뢰가 무너져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타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보아 재판상 이혼사유 중 민법 제840조 제6호 즉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된다고 본 사례가 많습니다.
실제로 가정법원은, 남편이 아내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대출까지 받아 리스크가 높은 사업에 투자했으나 결국 실패하여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아내가 제기한 이혼사건에서 ‘(남편의 채무부담행위 및 투자행위는) 배우자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며 이것으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하다’고 인정하고 이혼 판결을 인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단순히 투자에 실패했다는 사정만으로 모두 이혼을 인용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일방 배우자가 투자에 실패했지만 이를 회복하기 위해 일용직을 다니며 가장으로서의 부양 의무를 다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한 경우에는 이혼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배우자의 투자실패로 인하여 이혼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에는 투자에 이르게 된 경위나 투자금의 액수, 잃어버린 투자금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 부부관계의 파탄 정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이혼의 성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와 같이 부부간 경제적 신뢰관계를 중시하는 가정법원의 법리를 전제로 할 때, 이혼 사건에서 암호화폐가 문제되는 경우라면 대체로, 암호화폐의 구입 경위, 구입에 관하여 부부 간의 상의가 충분하였는지, 구입 규모, 투자의 양태 등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가 진행하였던 사건 중에 암호화폐와 관련하여 특이한 사건이 있는데, 부부 중 일방이 암호화폐의 투자에 지나치게 탐닉하여 거의 중독적 수준에 이른 것이 부부 간 불화의 화근이 되었던 사건이 그것입니다. 일방 배우자가, 부부공동재산의 전체 규모에 비할 때 지나치게 많은 비율의 금액을 암호화폐 투자에 투입하고, 암호화폐의 단타거래에 심하게 몰두하여 하루 종일 잠도 자지 않고 직장을 사직하며, 육아, 가정을 방치함은 물론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불가한 정도에 이르러 결국 혼인생활에서 갈등으로 작용한 사건이었습니다. 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그 자체를 유책으로 인정하여 위자료를 선고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유책사유를 들면서 상당한 금액의 위자료를 인정하였고, 특히 해당 사건의 경우 비교적 짧은 혼인기간으로 통상적이라면 높은 기여도를 인정받기 어려웠는데도 비교적 높은 기여도를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2020년 서울가정법원). 물론 모든 것은 정도의 문제로, 암호화폐 투자의 문제로 부부간에 이견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투자 금액이 크지 않거나, 혼인생활에 다른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다면 이를 바라보는 법원의 태도 또한 달라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위와 같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일방 배우자의 유책사유나 기여도에서의 감산 방향으로 주장하는 것은 통상 암호화폐 시세의 대세 하락기에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의 시세가 폭등하는 경우에는 어떨까요? 특히 이미 이혼의 판결이 확정되고 재산분할까지 완료되었는데 암호화폐 시세가 앙등한 것을 이유로 재산분할을 다시 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반적으로 그러한 ‘재산분할의 재청구’는 불가능합니다. 부동산·주식 등 시세 등락이 존재하는 재산의 경우, 재산분할의 기준 시세는 통상 재판의 변론종결 당시 시세 기준으로 하게 됩니다. 즉, 이혼 소송을 종결하는 시점에 해당 주식이나 부동산이 얼마이냐를 주된 기준으로 삼으며, 암호화폐도 이와 유사하게 취급함은 지난 칼럼 (1)에서 살펴본 바와 같습니다. 따라서, 예를 들어 이혼 및 재산분할 심판이 종결될 때 1 BTC = 3천만 원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진행하였다면, 이후 1 BTC가 6천만 원이나 1억 원으로 시세가 앙등하였다고 하여 이를 재산분할 재청구의 이유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재산분할의 재청구 즉 재심은 일방이 재산을 고의로 은닉하거나 누락했을 때에 가능하며, 이러한 재산 누락·은닉의 경우가 아닌 시세의 등락만을 이유로 재청구를 허용한다면, 시세등락하는 자산을 가진 부부들의 재산분할 사건은 평생을 가도 끝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협의이혼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로, 이미 협의이혼에 의한 재산분할을 마쳤는데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등의 시세 변동을 이유로 재산분할을 다시 할 수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이혼은 확정을 하였으나(재판이혼이든 협의이혼이든)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아직 정한 것이 ‘없다’고 한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이혼 시로부터 2년 이내에 재산분할의 청구를 하면 되므로, 그 사이에 일어난 암호화폐의 시세 등락은 재산분할에 자연스럽게 반영이 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짧지만 3회의 칼럼으로 암호화폐와 이혼, 특히 재산분할에 관한 쟁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암호화폐라는 것이 재산분할법정에 등장한 것은 그 역사가 매우 짧으나, 젊은 세대들이 암호화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임하는 만큼 앞으로 재산분할 분야에서 암호화폐에 관한 논점은 더욱 많이 다루어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법원의 재판례 또한 향후 보다 정리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암호화폐의 재산분할에 관한 다른 어떤 리딩케이스가 발생할 것인지 또한 주목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