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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onto Jay Jul 09. 2024

레전드 엉덩이에 관한 소고를 "허"하라!

가족도 하지 못한 이야기


송진우의 엉덩이가 나를 쳐다보았다



누가 하겠는가?


대한민국 프로야구계의 전설 송진우투수의

엉덩이에 관한 이야기를 말이다.


나는 꼭 이 이야기를 해야

잠이 올 것 같다.


내가 송진우 투수의 엉덩이를

유심히 보게 된 계기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6년 8월 29일.

프로데뷔 18년 만에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200승 투수가 된 그날저녁.

 

나는  대기록을 세운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광주야구장 근처 한화이글스 숙소인 한 호텔로

떠날 짐을 꾸리고 있었다.


온통 그와의 만남을 어떤 구도로 연출해야 하는지

그 생각뿐이었다.


카메라가 앞장서고 뒤따라가면서 그의 환한 얼굴을 먼저 담을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앞장서고 둘이 반갑게 축하하는 샷을 뒤에서 팔로우하며 잡을 것인가


멀리서 그와의 만남을 롱테이크로

하나의 샷으로 길게 잡을 것인가


고민의 시간은 그렇게 길어졌지만

정작 그와 만나는 순간

그 모든 계획은 실행될 수 없었다


가끔 사석에서 보긴 했어도

직접 걸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호텔 입서 만나 인터뷰동선을 얘기하려는 찰나

저기 잔디에서 얘기하자며 성큼성큼 걷는 그를

나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뛰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걷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닌.


머라 표현할 수 없는

일반인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난생처음 보는 보폭과 걸음이었다.


처음에 200승이 저렇게 본인한테도

기쁨을 주었구나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룰루랄라 걷는구나

들장미소녀 캔디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보폭과 걸음이 그렇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엉덩이는 거기에 맞추어

리듬감 있게 왼쪽 오른쪽으로

장단을 맞추면서 움직였다


오해하지 마시라.

절대 절대 일부러 쳐다본 게 아니다


내가 송진우 투수의 엉덩이를 바라본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결국 그 리듬감과 빠른 보폭에

카메라맨과 나는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서로 정면으로 만나서 인사하는

 "평범한 샷"으로

녹화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말이다

바로 문제의 그날 그장면이다

그런데 광주서 돌아오던 스텝차 안에서

누군가 한마디 툭 던지고 나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걷는 게 아니고 춤추는 거 같지 않아?

송투수 말이야.


다들 바라보고 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우리만 아는 비밀 같은 것이 생긴 건데.


그 이후 그를 만날 때마다 

나는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자꾸 신경이 쓰이고 눈이 가게 되어 버렸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나는 물어봐야만 했다

두어 잔 마신 소주의 힘을 빌려서...


내가? 그런가?

걸을 때 춤을 추고 리듬을 타고 엉덩이가 움직여?

내가?


본인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괜히 얘기했나 걱정하던 찰나!!!


그거 봤어요?

그걸 눈치챘단 말이죠?

실룩실룩!!!

룰루랄라!!!

보폭맞춘 리듬과

엉덩이의  신나는 움직임을?


그의 가족들의 말이다.


원래 그리 걸어요

그거 가까이 봐야만 보이는데

어찌 알았데

꺄르륵~~~


정작 본인은 그런가? 하는 표정이다



그의 엉덩이가 말하고자 했던 것


사실 그 뒤태의 특이한 움직임은

모든 자신의 신체와 정신의 시곗바늘을

마운드 위의 동작과 호흡과 흐름에 맞추며

유지하려고 평소에도 끊임없이

노력했던 결과였던 거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 경쾌한 보폭의 리듬과 그의 엉덩이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가끔은 엄숙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마음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남의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말하면서도 참거시기하긴 하지만

진심 그랬다.


애썼구나 니가...

수십 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그다.

지난 경기영상을 비교해 봐도 

고3 이후로 그는 바지의 치수가,

셔츠의 사이즈가 단 1cm도

늘거나 줄지 않았음이 확실하다.

꾸준함이, 성실함이 

소의 저 걸음과 엉덩이의  움직임을 만들었다! 

이런 생각하다 보니

 "무섭다"라는 생각도 들어버렸다.

마운드에 서지 않는 날도

공을 던지기 전까지

자신만의 루틴과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해온 시간이

프로만 해도 21년이다.

난 요즘도 가끔 그와 걷다가

어쩔 수 없이 빠른 잰걸음에 뒤쳐질 때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엉덩이를 바라본다.


아니, 나에게

"너는 그래본 적이 있냐고"

그의 엉덩이가 말을 건넨다.


그리고 18년 전

그가 200승에 기쁜 나머지

춤을 추고

이까지 리듬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한참 모자랐음을 느낀다.



멀리 뒤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



혹시라도 대전 노은동 한적한 골목에서

춤을 추듯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리듬 타듯 걷는 이를 본다면.


그가 송진우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앞에서 확인하지도 말고

큰소리로 뒤에서 외쳐도 좋다.

송진우선수님!!!

팬이에요!!!!!



PS

참고로 이 리듬이 어떤 건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참고 영상하나 올립니다


아무리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이거 볼 때마다

레젼드 송진우가 떠오릅니다

용서하소서


아마 송진우투수 본인도

자신의 뒷모습을 처음 볼겁니다.


함께 그 느낌을 느끼기에 동영상

30여 초면 충분합니다

https://youtu.be/lLMPQx_IPhQ?si=J6m-KEf_NiKJh8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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