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귀신을 말하다.

내가 신들려 버린 이야기

by Toronto Jay

. 서울 강남 무당을 만나다


해가 뉘엿할 때까지 나는 그와 앉아 있었다.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 10층, 이삼일 두어 명이 청소를 해도 정리는 되지 않을 듯했다.

이사 가기 전도 아닌, 이삿짐을 싸고 있는 듯 보이는 어지러움과 너저분함이 가득한 방안에 그와 마주하고 있었다. 2018년 여름이었다.


사업차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오는 길이라 나름 "있어 보이게"차려입은 나의 모습이 엘리베니터 안 거울 속에서 꽤 근사하게 반사되어 오던 날로 기억된다.


나에게 미리 주어진 상담 시간을 훌쩍 넘긴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거라 혼자 생각했다.


그 당시 개그맨 이영자 씨가 MC를 맡으며 많은 인기를 끌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그래서 예약조차 쉽지 않던 66년 말띠생의 남자 무당. 나는 그와 마주하고 있던 거다.


옆에는 상담자의 사주풀이를 들으며 소중히 받아 적어 내주던 그의 여자 제자가 있었고, 일직선으로 가로지르기 어려운 방안에는 덩치 큰 삶의 부스러기들이 넘치게 가득했으며, 오래된 컴퓨터 본체 안에서는 30년 된 선풍기처럼 그들의 일부가 된 지 오래되었다는 듯 거슬리게 덜거덕거리며 윙윙 소리를 내뿜고 있었다.


다만 그 와중에도 오래된 노래방 지하계단 입구에서 맡아본 듯한 다이소 2000원짜리 방향제 내음만이 억지로 그 공간 안에서 유령처럼 흐느끼며 떠다니고 있었다.


한 시간이 넘어버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당시 TV를 통해 그를 봐왔던 나는 적지 않은 상담비를 이미 지불했건만, 그 유명세에 눌려 시간을 넘겨가며 까지 이 답답한 상담자와 마주 앉아있는 그가 고맙기만 했다. 그런데 그때, 그가 던진 한마디.


"이제 퇴근해. 나는 이사장님이랑 저녁 먹고 가려하니까."


나에게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퇴근해." 이 말이

그리고 진짜 나에게 던진 한마디.


"이사장. 형처럼 생각해 저녁 먹고 가. 시간 되지?"


그렇게 나는 난생처음 그 유명하다는 TV에 나온 무당과 강남 밤거리로 나섰다.



. 서울 강남 유명 무당이 취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그 TV에 나온 무당이 나와 단 둘이 그곳 강남. 귀한 시간. 주말 저녁. 나와 단둘이 있다. 이 생각만으로도 나는 기뻤다.


그 비싼 장어 두 마리가 습식사우나안 벌거벗은 뒤룩 살찐 부족함 없는 누군가의 모습처럼 구워지고 있었으며, 가득 홀을 메운 연기는 만 원짜리를 태워 없애는 지폐 타는 냄새를 피우고 있었다.

그렇게 그날밤 무당과 마주 앉았다.


한잔 두 잔 기울이며 사주, 팔자, 인생, 예측, 무당, 신, 도깨비 등등... 술기운 오른 무당은 나와의 만남을 허락한 것이 무척이나 잘했다는 듯 만족해하며 취해갔다.

잘 빗어 넘긴 머리와 오랜만에 차려입은 내 모습이 그곳 강남 유명 장어집안에서도 절대 꿇리지 않게 꽤나 넉넉해 보였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은, 내가 마음 편히 메뉴를 고르라는 말에 그 무당이 앞장서 큰 걸음으로 들어간 곳이었다.


그래서였을까.

TV에 나온 유명 무당은, 알아보는 주변 강남사람들에게 인사와 사인을 해주기 바빴고, 잘 차려입어 "강의 남쪽" 값비싼 장어집과 무척 잘 어울리는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소주 네 병, 맥주 다섯 병, 복분자 세병....

술에 취해서 일거다.

내가 건넨 카드로 내는 단말기 소리가 세상 시원한 효도손 등 긁는 소리와 닮았다 생각이 들었다.


장어집 앞 신호등 횡단보도가 눈앞에 사다리처럼 올라오면서 저기를 오르고 싶다고 생각 들던 그때. 이렇게 비싸게 등 긁은 나는 그동안 진짜 알고 싶던 질문들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무당도 취함을 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은 못 마시겠다며 집에 가겠다던 그를 불러 세웠다.

지방과는 비교가 안 되는 거금을 써버린 나는. "아까움" "본전" 생각이 들었음이 분명했다.

그렇게 작은 맥주집으로 기어이 등 떠밀어 구겨 넣고는 한마디 던졌다.


형님!

솔직하게 얘기 좀 해주쇼!

정말 귀신이 보이고 막 알려주고 얘기해주고 그런거 맞아요?

진짜?


이미 눈동자는 풀려버렸고, 걸음은 갈지자가 되어 있었으며, 앉아는 있되 상체는 뒤로 꺾인 듯 걸쳐진 그였다.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TV에 나오는 말띠생 유명 무당에게 묻기 시작했다.



. 무당을 믿지 않았던 이유


사실 나는 여러 학문으로서의 사주는 절대적으로 믿는 편이지만 신들렸다 주장하는, 소위 귀신이 말해준다는 무당은 믿지 않는 편이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열증이나 착란증 정도의 "병"이라고 생각해 왔다. 무엇인가 들리고 보인다는데, 그것도 "나"도 아닌 "남"의 인생을 이야기해 준다는 건 터무니없는 착각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 유는 다음과 같다.


1. 대부분의 무당들은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힘들다.


원룸이나, 단칸방, 그 지역 안에서도 가장 땅값이 싼 달동네나 교통편이 닿지 않는 후미진 골목 안 연립주택 지하방이 많다. 대기실 안에서 기다리면서 둘러봐도 값비싼 가구나 고급 자동차를 타는 무당들을 본적이 거의 없다.


2. 대부분의 무당들은 아프다.


짙은 화장이나 화려한 복장으로 치장을 한 경우가 많지만 그들의 눈은 반짝이거나 맑지 못하고, 피부는 거칠었으며, 몸은 곧지 못하고, 거친 숨이나 기침을 뱉어내며 아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손님에게는 만병통치 "약사여래불"을 외며 굿과 부적을 권유하지만, 정작 본인들의 구석진 거실에는 수북하게 쌓인 종합병원 약봉지가 수두룩하다.


3. 대부분의 무당들은 자신들의 현실적 생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상담 대기 중 그곳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다 보면, 밀린 전기요금, 인터넷, 신문, 카드등, 연체 고지서나 납부 독촉장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4. 대부분의 무당들은 정작 자신 가족들의 성공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내가 빌어서 무당 남편이나 아내가 성공하고 자식이 크게 잘됐다고 자랑하는 무당을 본 적이 없다.

무당의 "도력"으로 엄청난 부를 쌓은 자식이나, 사회적 성취를 크게 이루어 낸, 말끔한 복장으로 퇴근하는 남편이나 아내를 마주한 적이 있는가? 신에게 자신을 내던져 기도 한다 말하겠지만. 본인은 그렇다 쳐도 가족을 지켜내거나 성공시켰다 말하는 걸 들어 보지 못했다.


5. 대부분의 무당들은 활인업자라 주장하지만 의사와는 삶이 다르다.


사람을 살리는 직업. "활인업"

아주 멋지게 그들은 굿과 치성과 비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진짜 사람을 살리는 의사는 일단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윤택하게 하면서 다른 이들도 살린다.

그런데 그들이 믿고 있는 신은 왜 자신들 자손은 힘들게 하면서 돈 몇 푼 내어주는 타인을 위해 그 수고를 해준단 말인가. 의사들은 CT나 엑스레이 사진, 피검사 결과지로 수술을 권한다. 하지만 그들은 증명이나 책임질 수도 없는 오직 "신의 뜻"만으로, 의료보험은 커녕 결과도 장담할 수 없는 굿이나 부적 혹은 개명 같은 "주술"을 강요한다.

계약서나 공증, 공탁에 응할 자신이 있는가? 이런 행동은 신을 노하게 한다 말할게 뻔하다.


6. 대부분의 무당들은 봉사활동이나 자선사업을 하지 않는다.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 무당이라면. 왜 그 능력으로 국가나 사회나 지역민들을 위해서 봉사하지 않는가? 그 출중한 능력이라면. 재해나, 질병창궐, 국가 위기사태 예측과 방지, 국가기금을 이용한 투자처 분석등 전 국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가끔가다 내가 했는데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 강변하는 무당들도 있긴 하다. 그대들이여! 당장 이곳 브런치스토리에 "국운 예측"이라는 글로 시작이라도 해보길 권한다. 자신 있게 맞춘다면 당장 다음 달 안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글로 남기려 하지 않는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나는 학문적 풀이 이외의 소위 "신들려 전한다"는 무당을 믿지 않았다.



. 술 취한 서울 강남 유명 무당에게 묻다


형님!

지금부터 내가 물어보는 것에 화내지 말고 솔직히 대답 좀 해줄 수 있어요?

어디 가서 말하거나 흉보지 않을 테니 진짜 툭 터놓고 얘기해 줄 수 있죠?


딱 표정이 이랬다.

어이없음.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한번 듣고 흘릴 테니 꼭좀 듣고 싶다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락의 끄덕임도 나오기 전에 나는 기어이 묻기 시작했다.

술이 깨면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 처음 본 상담자의 도발에 멈칫했다. 당황한 모습이 보였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건지 잠깐 졸은 건지 나는 모른다.

그러길 몇 분 후.

무당 형님은 아직 가라앉히지 못한 술기운에 올라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1. 형님. 진짜 귀신이 보여요?


보인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피 흘리는 사람 형상을 한 귀신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커다란 혹은 시커멓거나 회색의 어떤 응축된 에너지 형태다.

진짜 사람의 모습으로 귀신이 보인다면 거짓말이다.

그냥 저것은 귀신일 거다라고 믿는 거다.


그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이인지 노인인지 구분하는 것은,

보고 믿고 느끼는 무당의 개인적인 해석의 영역이다.

크고 진하면 남자, 옅고 약하게 보이면 여자나 아이, 흐리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면 노인....

머 이런 식이다.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보인다.

처음부터 남자로 보이고 여자로 보이고 명확하게 구분이 될 정도라면

그건 귀신이 아니고 진짜 사람을 본 거다.

아니라고 우기는 무당도 있겠지만 착각이다.

보여야만 한다는 강압 속에 만들어진 환영이고 환각이다.

추상화를 보면서 자신만의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관람객을 생각하면 된다.


2. 형님. 진짜 귀신 목소리가 들려요?


들린다. 하지만 TV에서 나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아니다.

가슴이나 머리 정수리 뒤쪽에서 떠오르는 청각적인 것이 아닌 감각적인 음성이 새겨지는 거다.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들리는 것이 아닌 느껴지는 거다.

또렷하게 청각적으로 들린다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그 느낌적 새김을 풀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돈을 받고 방울을 흔들었는데 안 느껴지거나 그 말씀을 알아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을 받아야 하기에 애쓰게 된다.

그 이후에는 어떤 머릿속 웅웅 거림을 개인적인 느낌으로 "토해낸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절대 사람들이 이해하는 "듣다"의 과정이 아니다.

그렇다고 말하는 무당이 있다면 거짓말이다.


방울을 흔들며 부채로 무당의 얼굴을 가리는 이유는 하나의 "기술"이다.

공수를 받지 못할 경우 자신의 당황함이나 답답한 표정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영화배우의 사진을 지금이라도 뚫어지게 쳐다보면

일반사람들도 그 배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똑같다.


3. 형님. 진짜 알아요?


안다. 하지만 다는 아니다.

상담자에게 말하는 첫마디나 일분 안에 내놓는 경우의 말은 정확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것들은 거짓말이다. 아니 부풀려진 얘기들이다.

처음 내놓는 말들에 상담자가 짓는 표정과 반응에 따른 후속조치일 뿐이다.

무당이 내놓는 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신의 말이라는 건 거짓말이다.

전화상담하는 무당들 중에서 용하다고 소문난 사람은 거의 없다.

상담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하다는 이름난 무당들의 공통점은 직접 와야 한다, 혹은 상담 시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 반응을 보이기를 강권한다. 다 이런 이유이다.


본인들은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상담 전 커피를 마시고 초를 켜고 향을 올리고 절을 하는 동안

사전조사를 시작한다.

웃기게도 본격적인 상담 전에 본인들 입으로 고민을 다 말해버리거나 힌트를 주기 마련이다.

그리고는 자신들은 그 사실을 잊는다.

고민을 가지고 온 상담자가 미리 가지고 와서 내놓은 수많은 퍼즐을 맞춰나가는 작업이 반이다.



4. 형님. 진짜 그러면 얼마나 믿어야 해요?


35퍼센트! 단 진짜 무당일 경우.



. 무당 앞에서 진짜 내 조상신이 실려 버리다.


대한민국 모든 무당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솔직한 무당과의 스펙터클한 이 대화는 두 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고백하듯 술 취한 강남 유명 무당은 넋두리처럼 나에게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모든 건 통통한 만큼 값비싼 장어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얼음물을 찾던 무당 형님은 "그분"이 왔다 나가신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나에게 돌연 질문하나를 던진다.


동생은 오늘 상담하면서 내 얘기를 얼마나 믿었는데?

얼마나 믿었냐, 이 얘기는 내가 얼마나 오늘 너를 잘 속아 넘어가게 했어? 란 이야기인 듯했다.


한참 동안 생각해 봤다. 하지만 창피하게도 나는 그 긴 상담시간 내내 단 한 번의 의심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방울을 흔들며 불던 형님의 휘파람 속에 실려오던 "그분"을 느꼈고, 아이처럼 변한 이분의 목소리에서 "그분"의 음성을 들었고, 한 줌쌀 위에 세워져 있던 숟가락에서 "그분"의 비방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느끼고 듣고 보았던 거다. 그리고 고백한다. 50만 원짜리 부적하나 주문했다.


지금에 와서 믿지 못하겠으니 50만 원을 돌려 달라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일까? 솔직하지 못한 대답을 했다.


85퍼센트요! 용하던데요....


지금도 그 표정이 선하다.

자신의 술 취한 진실을 듣고도 장어값과 무엇보다 이미 건네진 부적값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안심하던 이 형님의 모습이.


그런데 말이다. 이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다 듣고 난 후, 내가 귀신 들림 비슷한 현상을 겪으며 "그분"이 오신 것을 느끼게 된 거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나의 진짜 "그분"의 목소리가 귀가 아닌 내 머리와 가슴에 새겨지고 있었다.

강남 용한 무당형님의 말이 진짜였던 거다.

손발이 떨리며 가슴이 답답해지더니 방울과 커다랗고 화려한 부채를 찾고 싶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길 몇 분. 이제는 나를 사랑하시는 진짜 나의 "그분"께서 음성을 들려주기 시작하셨다.


"사랑하는 자손아 내 오늘 너에게 서울 강남 비싼 장어 한 마리 먹이고 싶었단다."

"자손아. 사랑하는 불쌍한 나의 자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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