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위대한 시작을 위해서

괜찮아요, 저도 오래걸렸어요

by 몽돌

사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된 건 꽤 오래전이다. 고등학교 때였나. 중학교 때만 하더라도 원고지에 수필로 글을 써서 제출하는게 더 익숙했고, 그 때는 글을 쓰는 이유가 일기나 과제 제출, 대회 응모작 빼고는 크게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보게됐는데 꽤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난다. 대단히 전문적이지 않아도, 그냥 소소한 내 일상 속 생각들을 공유하는 글들이 신기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를 그 때 새삼 처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때도 글을 써야지 생각도 하고, 마음도 먹었었던 것 같은데 늘 그렇듯 시작은 어렵고, 핑계들은 많다. 가장 대표적인 핑계는 바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나도 많이 애용하는 핑계중 하나다. 그 때 당시 대입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난 준비할 것들이 많았고, 그러고 나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적응하느라, 과제하느라, 시험보느라 글 쓸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해 1년을 다니고, 대뜸 번아웃이 와버렸다. 1년동안 휴학하겠노라고 엄마와 상의를 하고, 1년을 집에 있었다. 학교생활과 과제에 치여서 지쳐있을 때 1년동안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그런데 그 때도 내 마음은 글쓰기에 여유를 주지 않았다. 글은 각을 잡고, 써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제가 있어야 쓰지, 소재가 있어야 쓰지 근데 지금 나는 아무것도 없어'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렇데 하릴없이 유튜브만 보는 생활이 길어졌다. 새벽만 되면 '글을 써야지!' 싶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또다시 수포로 돌아가는 일상들의 반복이었다. 그러다가 휴학기간중 서울 모처에서 진행했던 글쓰기 강좌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다. 강제성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나라는 걸 알아서 공고를 보자마자 신청을 했다. 약 한달여간 진행되는 수업이었는데 이 수업이 글을 써야겠다는 내 의지의 알을 조금 깨게 만들어주었다.


수업은 매주차 책을 한권 읽고, 그 책과 관련된 나의 경험을 글로 풀어서 쓰는 것이 과제였다. 한달동안 각 주차별로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물론 잘쓴 글은 아니었다. 내용이 모호하다, 하고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다 등 다른 학인들의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글의 완성도를 제쳐두고, 내가 느꼈던건 글을 쓸 때만큼은 내가 솔직해진다는 점이다.


물론 날 것 그대로의 내 마음을 쓸 순 없지만 적어도 글을 쓰면 내 마음과 생각이 한 번 가다듬어졌다. 그리고 죽음과 관련된 무거운 주제를 받게되면 그 주제와 관련된 나의 상처도 들여다보게 됐다. 내가 그동안 바쁜 일상 속에 치여서 묻어두었던 감정이나 생각들이 글을 통해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뭐든지 생각으로만 담아두고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이 때 배우게 되었다.


그런데 웃긴건 이런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글을 손에서 놓았다. 온전히 내가 자발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서 그런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피드백 받았던 내용을 바탕으로 글 수정해서, 나중에 다시 써야지 나중에, 나중에가 근 3년이 지난 것 같다. 그렇게 근 몇년간을 뺑뺑이 돌듯이 빙글빙글 돌아서 결국 도착한건 다시 글쓰기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있느냐? 사실 얼마전에 봤던 유튜브 영상이 나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바로 김민식 pd님이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하신 인터뷰 영상이다.

이 영상의 첫 부분을 듣고,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할 때 괴롭다는 말이 딱 내 상황같았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영상 속 pd님의 모습이 행복해보였다. 내가 했던 경험처럼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에 또 정곡을 찔렸다.


일단 시작하라고.


줄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우면 사진과 짧은 메모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홀린듯이 노트북 앞에 앉게 됐다. 깔끔하고, 잘 다듬어진 글보다 일단 뭐라도 써야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글쓰는 것과 동시에 어딘가에 올려야지 본보기가 될 것 같아 생각해보니 그곳이 여기 브런치였다. 그렇게 지금 첫글을 쓰고 있다.


물론 지금도 많이 위축되는 건 사실이다. 이 순간에도 온갖 핑계를 대고 있다. 브런치 메인 페이지에 보면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멋진 자기소개글을 단 사람들, 한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신 전문가분들까지. 멋지신 분들에 비해 나는 너무 뒤쳐져 있다는 생각에 주눅도 든다. 그런데 내가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처음 알았을 때처럼, '세상에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음' 에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나도 오늘부터 작지만 위대한 시작을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