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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Mar 14. 2023

15. 쉼

봉수산휴양림에서


 우리 엄마 생신은 구정이 지난 다음 주, 아빠 생신은 그다음 주이다. 남동생은 아빠 생신 이틀 후이고, 내 생일은 아빠 생신 한 주 뒤이다. 그래서 친정 식구들은 엄마 생신과 아빠 생신의 가운데에 걸쳐 있는 주말에 모인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데, 부모님은 번거롭다 하셔서 이번에는 여러 음식들을 가져와서 뷔페처럼 펼쳐놓고 먹었다. 부모님 2 분, 우리 4명, 여동생네 4명, 남동생네 4명, 도합 14명이다. 미입학 3명, 초등학생 3명이 있으니 식당에서 정신없는 건 당연한 일.


 식사 자리 전에 금요일과 토요일, 1박 2일은 나의 제안으로 휴양림에서 모이기로 하였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움직이기 어렵다는 남동생네 가족을 제외하고 휴양림에서 만났다. 부모님과 여동생네가 대전에서 살기에 그 근처에 가까운 휴양림으로 검색해 보았다. 세종에 새로 생긴 휴양림, 공주에 있는 휴양림들은 너무 가까워서 가기 싫다는 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봉수산으로 정하였다. 이곳은 인기가 있다는데, 추운 겨울이라 그런 건지 숙박 당일 이틀 전 임박이라 그런지 다행히 예약이 가능하였다.


 금요일 퇴근한 후 서울에서 3시간이 걸려 내려갔다. 저녁 9시가 되어 도착한 우리는 깜깜한 휴양림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대전에서 출발한 부모님과 동생은 뷰맛집이라며 칭찬일색이었다. 거실에 앉아 있는데 예산의 예당호가 내려다 보인다며. 그래, 내일 아침엔 잘 보이겠지. 일찍 일어나 아침에 운무를 보리라.


 겨울의 휴양림은 역시 춥다. 2월이라 조금은 추위가 누그러졌음에도, 휴양림 내부는 조금 추웠다. 층고가 높아서 웃풍이 내려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은 뜨끈해졌다. 그러나 찬 바람은 어디선가 들어왔다. 거실 통창을 억지로 커튼으로 막아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예당호가 흐리게 보인다. 뿌옇게 운무가 끼었는가 보다. 아침 10시가 지나니 다시 예당호가 내려다 보인다. 참 멋지다. 이 산속에서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다니. 이런 호사를 다 누리는구나. 눈이 시원해진다.



 보통의 휴양림은 오후 3시에 입실하여 다음날 오전 11시경 퇴실한다. 봉수산은 12시에 퇴실한단다. 조금 여유롭게 퇴실한다. 아이들은 숙소 밑에 위치한 놀이터에서 추위도 잊고 잠바를 다 벗어젖히고 논다. 1~2시간 놀았는데도 아쉬워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봉수산수목원으로 향한다. 봉수산수목원은 휴양림 입구 바로 옆쪽에 있다.


 겨울인데도 수목원은 참 운치가 있다. 경사가 있는 길을 오르는데 옆의 나무들의 팻말을 보니 왕겹벚꽃나무란다. 매화도 보인다. 봄에 와도 참 멋지겠다 싶었다. 길 끝에 온실과 생태관이 보인다. 온실 안에 작은 연못으로 꾸며 놓았다. 빠알간 붕어가 떼를 지어 다닌다. 역시나 아기자기하다.



 생태관을 조금 둘러보고 뒷문을 나서니 구름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구름다리 중간쯤 가니 예당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고요하다. 내 마음도 덩달아 조용해진다. 주변에 소음도 없다. 내 마음에 소음들도 가라앉는다. 멀리 내다보이는 예당호는 내 마음을 토닥여주는 듯하다. 괜찮다 괜찮다. 쉬잇... 어디부터 하늘인지 호수인지. 마음속에 담아두는 풍경. 그 광경을 꺼내볼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다시 구름다리를 돌아 나오면 유아숲놀이터가 있다. 자그마한 집라인과 놀이기구 몇 개가 있는 놀이터. 해먹에 누워 하늘을 보다 내려온다. 의외로 예산에는 볼거리가 많으므로 서둘러 나온다. 나오는 길에 아기 고양이도 만났다.



 근처에 모노레일이 있다 해서 서둘러 가본다. 아뿔싸. 유명한 곳인지 2시간 이후에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을 끊어준다. 2시간 이후에 줄 서러 오란다. 모노레일 앞에 출렁다리를 건너본다.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지역 곳곳에 출렁다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의 출렁다리는 덜 울렁이는 듯한 느낌이다. 난 왜 출렁다리에서 멀미를 할까...


 식사를 해야 하기에 모노레일은 포기하고 어죽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예산시장으로 가본다. 역시 소문만큼이나 북적이는구나. 백종원 님이 살렸다는 예산시장은, 옛날 시골 시장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느낌이다. 특히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불판을 빌려 넓은 광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풍광은, 낯설면서도 정감 있는 아이러니한 느낌이다. 이건 뭐지? 싶다가도 저기 앉아서 고기를 구워 그곳 양조장의 막걸리 한잔과 곁들이고 싶은 생각이 일렁이는.


 예산이라는 곳이 낯설기도 하고, 들어본 여행지가 아니어서 망설였었는데 봉수산휴양림을 이용하면서 새로운 발견을 한 경험이었다.  글쎄 한동안은 봉수산휴양림을 예약하기 위해 숲나들e(휴양림 예약사이트)를 들락거릴 것 같다.


 뷰맛집. 힐링맛집. 봉수산은 치유의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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