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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Jun 04. 2021

디즈니는 왜 백설공주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을까

N잡러들을 위한 저작권 이야기 ③

저작권 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저작권 이용허락 없이 오디오 콘텐츠나 동영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요?’


상상력이 부족한 변호사로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답은?


Photo by Danielle MacInnes on Unsplash


저작권이 만료된 콘텐츠를 활용하세요.


그렇다. 저작권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저작권은 크게 (1) 저작인격권과 (2) 저작재산권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 중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살아있는 동안 인정된다(단, 저작자의 사망 후라고 하더라도 그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간만 보호된다. 즉, 저작자가 사망한지 70년이 지난 오래된 저작물은 저작권이 소멸했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보호기간이 이보다 더 짧았으므로 저작자가 몇 년에 사망했는지에 따라 보호기간이 짧아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래된 저작물을 활용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사례들을 한 번 살펴보자. 


Photo by Natalia Y on Unsplash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떠올려 보자. 


<미키마우스>, <겨울왕국> 처럼 스토리도 캐릭터도 모두 창작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백설공주>,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와 같이 옛날 동화의 스토리를 활용해서 만든 작품들도 많다.  


오래된 동화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네이버의 오디오클립 메뉴 중 ‘동화’ 카테고리에 들어가 보자. 


몇 십 개의 채널들이 있는데, 출판사가 운영하는 곳도 있고, ‘하나 언니’, ‘감자공주’, ‘찐이모’와 같은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채널도 있다.

(모두 딸과 제가 좋아하는 이모들입니다…)


이모들의 콘텐츠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백설공주>, <엄지공주>, <개와 고양이>, <흥부와 놀부>, <멸치대왕>, <요술항아리>등과 같은 명작동화나 전래동화가 많다는 것이다. 


명작동화나 전래동화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지만, 최신 동화의 경우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냥 오래된 저작물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것일까? 


저작권이 소멸된 저작물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외국 소설과 음악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생떽쥐베리가 프랑스어로 쓴 ‘어린왕자’를 A가 2000년에 한국어로 번역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생떽쥐베리는 1944년 사망했으므로 프랑스어로 쓴 ‘어린왕자’의 저작권은 소멸했다. 그런데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번역물’은 2차적저작물로서 별개의 저작물이다. 따라서 A가 2000년에 ‘어린왕자’를 한국어로 번역한 ‘번역물’에 대한 저작권은 소멸되지 않았음을 조심해야 한다.

결국 프랑스로 쓰여진 ‘어린왕자’를 나의 언어로 번역해서 자유로이 사용하는 것은 되지만, A가 번역해 놓은 것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A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베를린 필하모니가 2000년에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해서 녹음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베토벤은 1827년에 사망했으므로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의 저작권은 소멸했다. 따라서 내가 노래를 만들 때 베토벤의 교황곡을 차용하는 것은 괜찮을 것이다. 

그런데 베를린 필하모니가 2000년에 베토벤의 교황곡을 연주하여 녹음한 음원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연주자들, 음반제작자들에 대해서도 저작인접권이라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교훈>


오래된 저작물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되어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저작물에 한 명이 관여한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관여한 경우라면 각각의 저작권이 소멸되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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