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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디 Nov 02. 2021

4.    여드름 염증 주사에서 영감을 얻다


내가 직접 여드름 짜기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지금도 일반 환자들에게 

'여드름 염증 주사'라고 널리 알려진 트리암시놀론(triamcinolone) 병변내 주사를 하면서 깨달은 점들 때문이었다.


트리암시놀론 병변 사는

국소 부위에 오래 머물며 작용하는

트리암시놀론 아세테이트라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여드름 염증 부위에 주사하는 방법이다.

주로 붉고 크게 곪아 오른 몇 개 정도의 여드름을 빨리 가라앉히기 위해 

지금도 여러 피부과에서 선택하는 방법들이고,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어 

이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은 

인기 시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여드름 염증 주사'를 맞고 염증이 생각보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인 측면에서 

분명 스테로이드는 어떤 종류의 염증이든 완화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니

붉게 곪은 여드름에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사실 스테로이드는   자체로 강력하게

여드름을 일으키는 '부작용'있는 약물이다.

탁월한 항염 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드름의 치료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교과서 of 교과서 피츠패트릭에

이 병변내 주사 방법은

딱 다섯 문장 정도로 아주 짧게 소개가 되어 있다.

 내용도 부 깊은 곳에 생긴, 단단한

 '결절형 여드름'에 효과가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시술 방법이나 원리가

기술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제 여드름 염증 주사를 맞으러 오는 환자들의 여드름은  

피츠패트릭이 적응증이라고 강조했던

 '결절형 여드름'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았다.

즉, 지금 내 눈앞에서

여드름 염증 주사를 맞겠다고 누워있는

이 환자에게 시술해야 하는

 '여드름 염증 주사'라는 방법은

정통 교과서에는 나오지도 않는,

(나온다해도 다른 적응증에만 사용된다고 강조된,)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사파邪派의 무공과 같은 것이었다.

페이닥터 시절의 나는 대표 원장님이나 개원한 선배들이 전해주던, 마치  구전하여 내려온 비법 같은 여드름 염증 주사 방법들을 따라,

그저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가 페이닥터로 근무하던 피부과에서는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인슐린 시린지(insulin syringe)라는, 

보통 사용하는 바늘보다 더 가는 주사기로

여드름 염증 주사를 한다며 광고를 하곤 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피부과에서 여드름 염증 주사에 인슐린 시린지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내 주관적인 경험으로는 이 주사기를 사용하고 주사할 때의 통증은 조금 줄었는지 몰라도, 오히려 염증이 가라앉지 않아  

다시 찾아오는 환자의 빈도가 늘었다고 느껴졌다.


왜그럴까???


이 질문에 답을 찾으며 페이닥터 시절 내내

나는 이론적인 근거도,

좋아질거라는 확신도 없는

이 여드름 염증 주사라는 시술을 계속해야 했다.

여드름 염증주사를 맞겠다고 매일같이

수많은 환자들이 누워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자신없는 시술이었던

 여드름 염증 주사라는 시술도

경험이 강제적으로 쌓여 가는 동안,

나에게는 어떤 '감'같은 것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치료결과의 성패

주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사 후에 '면포(comedone)'가 배출되었는가, 아닌가에 달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여드름 염증 주사에 대한

여러 스승의 가지 각색의 

'비법 '조언들을 들으며 배웠지만

모두가 입을모아 공통되게 강조하는 것이 있었다.

"꼭 모공을 찾아 그 길로 주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일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

 모공을 따라 바늘을 삽입할 경우

이미 길이 나 있는 곳을 따라 바늘이 전진하므로 괜한 조직 손상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통증도 적어질 것이고,  때로는 피를 보지 않고도 주사 과정을 마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감'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찾아왔다.

모공을 통해 주사 바늘을 찌르는

이 방법을 따르다 보면 의도치 않게

주입한 주사액이 여드름 병변 내 압력을 높이고,

 결국 주사한 입구로 터져 나오면서

여드름 면포나 농(고름)이 그 길과 입구를 통해 배출되어 나오게 되는 경우가 자주 생기곤 했다.

 여드름 염증 주사를 하며 얻게 된

'가장 큰 영감'은 바로 이런 경우에서 

여드름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나의 경험을 통해 자라나던 '감'결국

여드름의 근본 원인인

'면포'가 바깥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아무리 염증 주사를 맞아도

여드름은 잘 해결되지 않는다는

 확신 가득한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바늘 굵기가 더 가는

인슐린 시린지를 사용했을 때 왜 여드름이

더 잘 해결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결국 더 큰 구경의 주사기를 사용 할 때

더 가는 인슐린 시린지에 비해 

모공의 입구를 크게 벌리고 넓혀 

면포나 농이 배출되어 빠져나올

확률을 높였던 것이었다.


'여드름 염증 주사'라는 시술의 핵심은

바로 주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여드름 짜기' 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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