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방어를 부드럽게 낮추는
상담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개 긴장한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내 마음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이런 불안은 자연스럽지만, 때때로 마음을 꽁꽁 움켜쥐게 만든다.
특히 아동·청소년,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성인,
또 군인이나 외상 경험이 있는 내담자의 경우
언어적 탐색 자체가 방어를 높이기도 한다.
이때 음식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 마음을 부드럽게 만든다.
왜냐하면 음식은 누구에게나 ‘익숙함’과 ‘기억’을 동시에 불러오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익숙함은 안정감을 주고, 안정감은 마음을 열게 한다.
심리학적으로 이를 정서적 안전기반(emotional safety base)이라고 부른다.
음식을 만지는 순간, 사람들은 방어보다 감각으로 먼저 반응한다.
“촉감이 부드럽네요.”
“향이 좋다.”
“이 색이 마음에 들어요.”
감각적 반응은 언어보다 빠르고 솔직하다.
방어기제가 작동할 틈이 없을 만큼 자연스럽고 즉각적이다.
상담실에서 나는 자주 이런 장면을 본다.
말을 거의 하지 않던 아이가 딸기를 손에 올려놓고는
“이건 기분이 좋아서요.”라고 조용히 말한다.
미세한 표정 변화가 생기고, 그 순간 마음의 문이 아주 작게 열리기 시작한다.
성인 내담자들은 과일 조각을 배열하다
“저도 왜 이런 색을 고르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마음이 편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음식이라는 매체의 부드러운 힘은 심리적 방어를 낮추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는 인간중심치료에서 말하는 비방어적 관계(Non-defensive presence)를
가장 자연스럽게 만드는 환경이다.
내담자는 ‘치료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사람’, ‘무언가를 경험 중인 사람’이 된다.
관계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상담사는 그 곁에서 조용히 동행한다.
특히 음식은 긍정 정서를 촉발한다.
향이나 색깔, 맛은 뇌의 보상체계를 자극해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안정·기쁨 기반의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긍정 정서는 방어를 낮추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몸이 편안해야 마음도 이야기를 꺼낸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음식은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거의 느끼지 않는 매체라는 것이다.
그림은 잘 그려야 할 것 같고, 글쓰기는 평가받는 느낌이 들지만,
음식은 잘못해도 괜찮고, 이상해도 귀엽고, 서툴러도 재미있다.
이것이 푸드표현예술치료가 실패 없는 치료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푸드표현예술상담사로 활동하며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이건 그냥 놀이 같은데 왜 마음이 편해질까요?”
바로 그 ‘비치료적인 느낌’ 안에 치료의 힘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경계는 낮아지고, 마음은 조용히 열린다.
언어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고, 손이 움직이면 마음이 곁을 허락한다.
나는 앞으로도 음식이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이 조금 더 가볍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치유는 종종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사람의 손이 닿고, 향기가 퍼지고, 감각이 깨어나는
그 아주 작은 자리에서 시작된다.
#푸드표현예술치료#푸놀치#오감#표현
Rogers, C. (1961). On Becoming a Person.
Siegel, D. (2012). The Whole-Brain Child.
van der Kolk, B. (2014). The Body Keeps the Score.
Malchiodi, C. A. (2015). Creative Interventions for Traumatized Child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