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이게 하는 일

색과 재료에 담긴 감정의 언어

by 강민주

사람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막연한 불편함이나 답답함만을 안고 살아간다.


상담실에서도 “그냥 기분이 안 좋아요”라는 말 뒤에는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이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다.

말이 아니라 색과 형태, 재료의 선택을 통해 내면의 상태를 외부로 꺼내 놓는다.


이 과정을 심리학에서는 감정의 시각화(visualization of emotion)라고 부른다. 색은 감정을 가장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다. 강렬한 빨강은 분노나 에너지, 부드러운 노랑은 기쁨이나 기대, 어두운 색조는 위축이나 피로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20190616_215938.jpg 20대 후반의 여성이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며 표현한 작품(자신의 주변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


중요한 것은 색의 ‘정답’이 아니라 그 색을 선택한 개인의 정서적 맥락이다.

푸드 재료 역시 감정의 언어를 품고 있다. 단단한 재료는 경직된 마음이나 긴장을, 부드러운 재료는 위로받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기도 한다. 재료를 자르는 방식, 배치의 거리, 중심에 놓이는 요소와 가장자리에 놓이는 요소들은 내담자의 관계 인식과 정서 구조를 반영한다.


상담실에서 나는 종종 “왜 이 재료를 가운데 두셨을까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내담자는 잠시 작품을 바라보다 “이게 제 마음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 순간, 감정은 더 이상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눈앞에 놓인 ‘대상’이 된다.
감정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사람은 비로소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된다.


감정의 시각화는 자기비판이 강한 내담자에게 특히 중요하다. 말로 감정을 설명하려 하면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먼저 떠오르지만, 색과 형태에는 평가가 개입되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느끼고 있구나”라는 알아차림만이 남는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더욱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이 색은 오늘 기분이에요.”
“이건 화난 마음이에요.”
이 단순한 표현 속에는 이미 정서 인식과 조절의 기초가 담겨 있다.


성인 역시 작품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감정의 결을 발견하게 된다.

20190521_193143.jpg 상담을 마치고 잠깐 산책하며 발견한 네잎크로버

푸드표현예술치료에서 색과 재료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들은 마음의 상태를 담아내는 그릇이며,
말보다 먼저 감정을 전하는 언어다.


내담자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아, 이게 내 마음이었구나”라고 말하는 순간, 치유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보이지 않던 감정이 형태를 갖추고, 흐릿하던 마음이 색을 입는 순간 사람은 자기 자신과 조금 더 가까워진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그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한 통로다.



도움 받은 곳

Kellogg, J. (2011). The Great Round of Mandala.

Moon, C. (2010). Materials and Media in Art Therapy.

Malchiodi, C. A. (2012). Art Therapy and Health Care.

Siegel, D. (2012). The Developing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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