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 개월
어제 외 6촌 동생 용천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
엄마의 사촌남동생 아들
자주 보는 가까운 친척은 아니지만
마흔 살도 안된 죽음
보통 사람보다 조금 지력은 딸리지만
누구한테도 평생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던 가여운 영혼이
비명도 못 지르고 이 세상을 떠났다.
사람의 죽음에 있어서 무슨 무겁고 가벼움이
있으랴
모자란 부모를 만나서
시력도 안 좋고 외모도 볼 품 없고
모자란 사람으로 불리지만
토닭과 강아지를 잘 키우고
부모한테 역정 한번 낼 줄 모르던 아이
아니 청년도 지나
지체가 정상이라면
건강이 정상이라면
장가가서 애도 한두 명 있어야 할 나이
언젠가 내가 고향에 다녀온 후
전화 한번 온 적 있었다.
형 이게 내 전화번호예요
잘 도착했나 해서 전화했어요
고향에 오게 되면 연락 주세요.
그 전화를 받으면서 고맙기도 하지만
얘한테 뭘 해줄 수 있지.
뭘 말해줄 수 있지.
공지영 소설을 줄까.
이원호 무협지 소설을 줄까.
그걸 좋아할까 이런 생각들이
반짝반짝 떠 올랐었던 것 같다.
결국은 오오 하면서 전화를 마쳤던 것 같다.
인간은 왜 이렇게 서로서로 벽이
생기는 걸까.
그게 내가 만든 것도
용천이가 만든 것도 아님을 알지만
커가면서 이렇게 우리는 벽이
생겨 버리고 말았다.
나도 그렇게 좋은 머리는 아니지만
나도 그렇게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일반 대학교에도
가고
대학 시절 허송세월 하면서 보낸 시간도
있지만
운 좋게 대기업에도
취직하고 이런저런 부서를 거쳐
20년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연애도 몇 번 해보고 결혼도 하고
토끼 같은 딸애도 있고
멀쩡히 가끔은 넘치게 해외여행도
다니며 나름 잘 살고 있다.
그런 연유로 고향에서
최저생활 보장대상 가정으로 지정되어
정부의 보조금으로 생활하면서 한평생 고향 시골 마을에서만 살아온
6촌 동생과 안 보이는 벽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무슨 말을 해줄까.
반야심경 외우고 그걸로 글씨 연습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잠이 잘 온다고 나름대로 겪은 노하우를
배워줄까.
내가 좋아하는 팝송 일본 노래를 핸드폰으로 보내 줄까.
아니 이런 생각들 할 겨를도 없이
영영 우리 곁을 떠났다.
심장 마비도 아닌
뇌출혈도 아닌 교통사고로 고통스럽게
우리 곁을 갑작스레 영영 떠나가 버렸다.
삶의 의미란
삶의 가치란
가족이란
친구란
인연이란 이런 걸까.
수십 년을 알고 지냈으면서도
가깝고 멀게 느껴지는 내 6촌 동생.
학교 때 가까 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멀어진 내 동창생들
어린 시절 둘도 없이 친했던 죽마고우들
한 번에 생각나고 한 번에 지워진다.
더욱이
최근 몇 해 사이 겉으론 멀쩡해 보이던
인간들이 금전채무관계로 인해
성인군자가 같던 얼굴을 확 깔아 번지고
야차 같은 진면목을 보여줄 때
그럴 때마다 내 6 촌동생의 어렴풋한 얼굴이
생각났었던 것 같다.
세상 사람들 눈에는 모자라는 사람으로
대부분 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이고
설마 진짜 그 관념들이 관습이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내 눈에는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다.
각박한 소위 잘난 인간들 사이에서
치이다 보니
더욱더 네가 훌륭한 사람으로 기억되는구나.
널 기억해주는 사람이
부모님 가까운 사촌 형제 삼촌 외에도
먼 곳 이곳에
6촌 형님도 있다는 걸
니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구나.
다음 생엔 좋은 집안에
좋은 외모에 좋은 지력에
지금과 같은 인품으로 태어나
연애도 해보고 널 닮은 아기도 키워 보면서
살아 볼 수 있기를 기원 하마.
너무 외로워하지 말아라
이 세상에서는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같은 지붕 아래 살면서도
남보다 더 남처럼 사는 사람들도
많고
외롭고 힘든 삶을 견디며 사는 사람들이
많단다.
말 못 한 고민 고통을 안고서 사는 사람들도 많단다.
친형제 사이에도 시기 질투 원망하며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도 많단다.
겉만 번지르르하지만 인면수심의 악마들도
적지 않단다.
너는 크나큰 행복 연애 사랑은 못해 봤을지 몰라도
믿던 인간에게 사기당해 보지는 않았고
사랑이라 생각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보지도 않았고
누군가를 아프게 한적도
누군가에게 가슴저리게 상처 준 적도
상처받아 본 적도 없으니까.
많은 이들보다 평온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
그게 어쩌면 하나님의 또 다른 축복이었을 수도 있었어
그런 하나님이 너를 그렇게 데려가다니
야속하구나
아마도 실수로 악마손에서 지켜주지
못한 거라 생각한다.
부디 좋은 곳에 가서
다음 생엔
좋은 곳에 다시 태어나기를 바랄게
이번생에 천진난만하게 살고 간만큼
아무런 죄업도 짓지 않는 만큼
불경을 읽아본적 없었어도
널 보면 티벳승려 같은 기질을 느꼈었다.
특히 해맑게 웃을 때면 말이다.
줗은 곳에 좋은 모습으로 태어날거라 믿는다.
너의 명복을 빌어준다.
멀리에서 너의 6촌형이 …
널 위로하는 글들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삶의 전환점에 서있는 이들이게
삶이란 얼마나 소중한지
눈치보면서 살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것을 느꼈고
만인은 만인의 가치와 행복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생명 자유 평화는 누구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자기보다 조금 어리숙해 보이거나
못해보여도 기본적인 존중을 하는게 수양을 닦은 사람의 표징이라는것도 느꼈다.
정진하며 수행하는 삶을 건강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구나 하는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
해맑게 살아온 네가 세상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 하며 형이 대신 전달해본다.
너처럼 이쁜 강아지를 키우든 낚시를 즐기든
모두 각자를 즐겁게 하는 취미를 갖고
다만 악에는
더이상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정의롭고 진실되고 성실한 사람들이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완벽한 세상은 아니더라도 좀 더 사람냄새 나는
살맛 나는 세상을 새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