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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땀 May 12. 2022

부모님, 형제 몫의 축의금까지 우리가 부담하자고?

가정의 달 맞이 마음수련 이벤트



남편 사촌형제들의 자녀들이 작년부터 결혼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지방에서 식이 열려 남편 손에 우리 집 몫의 축의금만 보냈었는데 나중에 혼주로부터 카톡 선물이 날아오는 걸 보고 뭔가 싸하기는 했다.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궁금한 건 못 참아 모드로 남편에게 물었겠으나 지금은 절대 안 한다. 아니, 하고 그러고 싶은 맘조차 없다. 왜냐하면 어차피 감정은 감정대로 상하고 돈은 돈대로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 그런 집도 많겠지만 우리 집은 그렇다. 어쨌든 이번 달에 다른 조카의 결혼식이 있다. 



이번엔 결혼식이 서울이라 지방에 사시는 시부모님도 올라오시기로 했다. 적당한 타이밍에 맞춰 남편이 축의금 얘기를 꺼낸다. 결론은 시부모님 몫과 해외에 사는 도련님 부부 몫의 축의금까지 총 세 집의 축의금을 우리가 다 부담하자는 얘기다. 이거 진짜 맘스홀릭이나 레몬테라스 단골 주제 아닌가. 금액은 세 가구 합치면 약 100만 원 정도다. 한 집당 100만 원도 아닌데 뭘 그러냐 하실 수 있지만 집안 경제사정은 집집마다 다르니까 그러려니 해달라. 미래를 내다보며 미리 병을 사서 하는 나로서는 앞날이 걱정스럽다. 남은 조카가 몇이더라.. 앞으로도 다 우리가 부담하자고 할 건가..



그런데 어느 순간 난생처음으로 내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지금 우리가 세 집의 몫을 다 부담할 형편이 된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이게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생각이지? 아니야, 나 이런 사람 아닌데? 뭐지? 나이를 먹은 건가? 가슴으로는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일단 이런 생각이 한 번 떠오르자 신기하게도 내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내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더 이상 나 자신을 괴롭게 하지 말자"



남편을 위해서도 시집 식구들을 위해서도 아니다. 모두 나를 위해서다. 싸우고 금액 얼마 깎아봤자 스트레스만 받고 며칠을 불편한 관계로 지내고 나면 남는 것은 조금 더 늙은 나뿐이다. 뭐하러 그런 일을 하나. 팽팽한 젊을 때야 이 사실을 몰랐는데 건강검진 후 의사 소견이 한 페이지 넘어가는 이 나이가 되고 나니 내가 제일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평소에 거울을 좀 더 자주 봤으면 더 빨리 깨달았을까? 거울 보기를 싫어해 멀리했더니 걱정과 스트레스로 내가 찌들었단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앞으로는 스트레스받을 만한 일은 최대한 빨리 끊을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데 솔직히 즐길 수 있는 일도 있고 죽어도 안 되는 일도 있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얼른 넘기고 잊을 테다. 좋은 일도 시간 지나면 잊히기 마련인데 뭐 좋다고 끌어안고 있나. 40 넘어 이제야 처음으로 나 스스로를 아끼는 법을 깨닫고 있다니.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구절은 알아도 그 사랑의 대상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몰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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