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발길이 머무는 곳
참새 방앗간 같은 서점,
'인정욕구'라는 화두
퇴근길이면 유난히 발길이 머무는 곳이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나는 서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오늘도 그곳에서 나를 붙잡은 책 한 권이 있었다. 에노모토 히로아키의 《인정욕구》. 요즘 내 마음속 깊이 자리한 관심사와 맞닿아 있어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비교할 만한 특정한 상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주변 지인들보다 유독 내가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을 떠올리면, 자아실현과 존중의 욕구는 인간의 가장 높은 차원에 속한다. 하지만 이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인간은 존엄성을 잃고 충동의 노예가 된다. 생리적 욕구나 안전 욕구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소속감·애정·존중과 같은 심리적 욕구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인정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 감정이다. 문제는 그것이 과해질 때다.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흔들리다 보면 진솔한 관계는 사라지고, 나 자신도 점점 왜곡된다. 그래서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인정욕구가 강하다’는 사실을 솔직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그 욕구가 더 크게 솟아나는지, 왜 특정한 사람 앞에서 더 예민해지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그 지점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결점을 감싸 안는 자리에서 피어난다. 상대를 온전히 존중하고, 두려움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 인정욕구는 서서히 힘을 잃는다. 결국 중요한 건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목표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때, 자신감은 자라나고,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든다.
인정욕구는 결코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우리의 삶을 바꾼다. 나를 사랑하고 나 자신과 대화를 이어갈 때, 비로소 타인과의 관계에도 따뜻한 변화가 스며든다. 오늘 서점에서 들고 나온 책은 어쩌면 ‘타인의 인정보다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인정욕구를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 그것이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 과제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