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와 함께 오다
직무교육으로 인해 시골집에 2주간을 내려가지 못했다. 교육이 끝나니 9시 남편과 함께 부랴부랴 고속도로를 달려 깜깜한 시골집에 도착했다. 집 안에 불을 켜고 고양이 밥 그릇에 가보니 지난주 주었던 사료 그릇은 깨끗이 비워져 있다. 다시 사료를 채워주고 돌아서 집으로 들어왔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반 쯤 먹은 흔적은 있으나 만나지 못했다. 또민이가 새끼를 기르던 뒷 뜰 수로에 가보았지만 아이들의 흔적은 없다.
점심 후 다시 사료그릇에 가보니 그릇이 깨끗이 비워져있다. 내가 보지 못하는 사이 밥을 먹고 간 것 같아 마음은 놓인다. 다시 사료를 채워놓았다. 해가 질 무폅 풀벌레 소리 벚삼아 평상에 앉아 있는데 뒷뜰에 갔던 남편이 조심스럽게 나를 부른다. 또민이가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와서 밥을 먹고 있다. 노랑줄무늬, 검정색깔을 한 새끼 두마리는 나를 보더니 잠시 몸을 숨긴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다시 와서 밥을 먹는다.
또민이는 배가 고픈지 사료통에 코를 박듯이 정신없이 밥을 먹기 바쁘다. 새끼들도 엄마고양이 곁에서 할작할작 밥을 먹는다. 어느 정도 배가 차니 다시 울타리를 넘어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렇게 몰래라도 와서 밥을 먹고 가니 다행이다. 늦은 밤 거실에 있는데 데크로 살금살금 기어오더니 또민이가 나를 쳐다본다. '왜 밥달라구' 얼른 가보니 그릇이 비어있다. 다시 사료를 채워주고 돌아서니 밥을 먹는다.
배고프다는 표현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일주일 만에 한 번씩 밖에 살펴줄 수 없는 마음이 쓰이지만 또민이는 새끼들과 함께 어디선가 잘 이겨내고 있을 것 생각하면 마음이 흐믓하다. 이번주말 또민이랑 새끼들 볼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은 고속도로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