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기계가, 책임은 인간이

AI 창작과 단순노동의 역설

by 피디아

우리는 한때 이렇게 믿었다. 단순노동은 AI가 대체하고, 창작과 감성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공장에서 육체노동을 반복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고, 창작과 언어의 영역에선 AI가 빠르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단순노동이 남아 있는 이유는 기술적 한계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윤리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책임의 구조 때문이다.


창작의 실패는 가볍다. 감정은 상할 수 있지만, 법정까지 가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만든 시가 감동을 주지 못하더라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노동의 실패는 무겁다. 음식이 잘못 나오면 알바생이, 사고가 나면 기계 앞에 있던 노동자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확인한다: 단순노동은 실패에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 AI가 아닌 인간이 남겨진다.

그렇다면 창작은 왜 기계가 해도 되는가?

창작에는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AI를 썼을 때 책임질 사람을 찾기 어려운 구조가 존재한다. 그 구조는 자본의 구조다. 자본의 구조는 책임을 아래로 내려보려고 한다.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사람, 그것을 현장에 도입한 사람들은 구조의 가장 아래에, 그 기계를 감시하거나 관리할 사람 한 명은 남겨두기를 선택한다, 그렇게 가장 낮은 자리의 노동자에게 책임이 귀속된다. 그렇게 책임은 시스템이나 소유자가 아닌, 실행자에게 전가된다.

그 사람은 감시하거나 관리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책임지기 위해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창작을 감성의 산물이라 말하면서, 사실은 책임이 없는 구조에 한해서 AI에게 그것을 넘겨주고 있다.

그리고 단순노동을 기계적이라 말하면서, 누군가는 자리에 책임을 져야 하기에 인간을 남겨둔다.


이 구조는 이상하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논리적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물어왔다.

"창작은 정말 인간의 고유 영역인가?"

그러나, 이건 이미 너무나도 진부하다. 정확히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인간은 단지 책임질 수 있는 존재로만 남게 되는가?"


시대는 창작의 손끝에 AI를 앉히고, 책임의 발밑에 인간을 붙들어둔다.

우리는 점점 더 창의에서 멀어지고, 책임에서 도망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 모든 사이에서, 인공지능은 시인인 척하고 있다.

무죄의 시인. 책임 없는 창작자. 감정은 흉내 내되, 결과엔 침묵하는 존재.


우리는 감정을 가진 책임자고,

그들은 책임 없는 창작자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더 인간적인 쪽은 누구인가?




창조의 열매는 기계가 차지하고, 실패의 책임은 인간에게 남는다—이것이 '기술 발전'의 그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