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해되어진다는 것에 대하여

by 진인철

후각은 인간이 지닌 감각 중 가장 본능적이고 오래된 감각이다.
그러나 단지 냄새를 맡는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과는 다르게, 정보가 대뇌로 전달될 때 시상(thalamus)을 거치지 않는다.
곧바로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limbic system)로 연결된다.
이 구조적 특성은, 후각이 언어적 해석이나 이성적 판단보다 먼저 작동하는 감각임을 보여준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냄새를 통해 이해하기 전에 반응하고, 의식하기 전에 감정에 닿는다.
이것이 후각이 특별한 이유다.
설명되지 않아도, 특정한 냄새 하나가 순간적으로 어떤 기억이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
그 향기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나를 다시 만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심연을 마주하게 된다.


이 경험은 중요한 통찰을 하나 남긴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 이전에 감각적 존재이며,
실존에 있어 본질적인 것은 설명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어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삶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실존은 언제나 모호하고, 때로는 말로 붙잡을 수 없는 결을 지닌다.
어떤 관계, 어떤 감정, 어떤 기억은 설명을 거부하면서도, 깊이 이해된다.
설명은 인과를 밝히는 일이라면, 이해는 함께 머무는 일이다.
설명은 바깥쪽에서 바라보는 시선이고,
이해는 안쪽에서 함께 느끼는 감각이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사정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것을 ‘알아채는’ 데서 비롯된다.
바로 그 순간, 존재는 비로소 받아들여진다.


이해되어진다는 것은 존재가 머물 자리를 얻는 경험이다.
말로 해명하지 않아도, 나의 진심이 전해지는 순간,
사람은 스스로의 존재가 이 세계에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감각이 실존의 가장 단단한 기둥이 된다.


향기는 언제나 설명보다 먼저 다가온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간에 머무르고, 사라진 존재를 다시 불러온다.
누군가 떠난 자리에 그 사람의 향기가 남아 있을 때,
우리는 그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그리고 존재가 물리적 실체를 넘어 여운으로 남을 수 있음을 직감한다.


향기는 설명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느껴지고,
존재 또한 마찬가지다.
말로 설명되기보다는, 말없이 이해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것이다.


✨ 어쩌면 우리는 설명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줄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없이도 마음이 닿는, 그런 사람 앞에서 존재는 비로소 편안해진다.

그리고 그 순간, 존재는 말보다 먼저, 향기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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