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기자
크래프톤·42dot·리벨리온·라이너와 원팀
"에이닷엑스와 완전히 새로운 모델 만든다"
‘국가대표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도전한 이동통신 강자 SK텔레콤이 5개 정예팀에 부여되는 ‘K-AI 기업’ 명칭을 부여받고 마지막 승자로 남기 위해 컨소시엄 참여자들과 함께 결선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NC AI, LG AI연구원이 각각 컨소시엄 주관사를 맡아 결선에 오른 5개 팀 중 SK텔레콤 팀의 면모와 전략을 가장 먼저 살펴본다.
SK텔레콤은 국내 최대 게임 상장사 크래프톤, 모빌리티 AI 부분의 강자 포티투닷(42dot), 국내 최고 수준의 추론형 AI반도체(NPU) 제작사인 리벨리온, 전문 지식·정보 검색에 특화된 AI 에이전트인 라이너, AI 모델의 데이터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술을 갖춘 셀렉트스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선도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이들은 각 사가 보유한 AI 반도체·모델·데이터·서비스로 이어지는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풀스택 AI‘(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형)를 구현하고, 이를 국내 AI 생태계의 다양한 기업들에 오픈소스로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6월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SKT는 4월 유심 해킹 사태 여파로 공고했던 가입자 점유율 40% 선이 무너졌지만 39%에 달하는 2235만670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 SKT는 약 1000만명이 사용하는 통신 에이전트 서비스 ’A.X‘(에이닷 엑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조동연 SKT 이노베이티브모델 담당(부사장)은 "그간의 비전·언어 모델(VLM)이나 A.X 개발 경험을 살리겠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단순히 거대언어모델(LLM)만 좋아서는 안 되고, 서비스 확산도 중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SK텔레콤 컨소시엄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참여 기업들이 이미 보유한 상용 서비스에 LLM을 접목해 협업한다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여 기업 중 크래프톤은 차세대 글로벌 게임 '인조이’(inZOI)에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SLM을 기반으로 인간처럼 상호작용하는 공동플레이캐릭터(CPC·Co-Playable Character)를 비롯해 AI 에이전트의 게임 플레이 능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오락’(Orak)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포티투닷은 차량 내 대화형 에이전트 ‘글레오 AI’(Gleo AI)를 현대차·기아에 적용해 글로벌 확장을 추진 중이다.
포티투닷과 크래프톤은 컨소시엄에서 각각 온디바이스 모델 개발과 멀티모달 설계 핵심 역할을 맡아, 독자 AI 모델의 확장성과 실용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하는 현장 데이터와 기술 노하우는 셀렉트스타의 24만명 규모 데이터 가공 플랫폼 ‘캐시미션’을 통해 고품질 학습 데이터셋으로 전환된다. 셀렉트스타는 국내 최초 LLM 신뢰성 검증 설루션 ‘다투모 이밸’(Datumo Eval)과 국내외 생성형 AI 레드팀 챌린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AI 모델 안정성을 평가한다.
조동연 이노베이티브모델 담당과 김태윤 SKT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부사장)이 함께 이끌고 있는 SKT 컨소시엄에는 서울대 여러 연구실(김건희·윤성로·황승원·도재영 교수)과 KAIST 연구진(이기민 교수), 위스콘신 메디슨대 연구진(이강욱·디미트리스 파파일리오풀로스 교수) 등 국내외 석학이 참여해 원천기술 연구를 수행한다.
SKT는 그 동안 자체 보유 슈퍼컴퓨터인 타이탄(TITAN)에서 A.X 모델의 학습을 진행해 왔다. 앞으로는 컨소시엄 차원에서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과제를 위해 대규모 자원을 자체 조달해 보다 고차원의 연구개발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리벨리온이 보유한 국산 NPU(Neural Processing Unit) 활용기술 최적화를 통해 고성능·고효율 AI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리벨리온이 최근 출시한 AI 전용 NPU ‘아톰맥스’(ATOM-Max)는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추천 시스템 등 대규모 고성능 AI 추론에 최적화돼 성능 및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도 컨소시엄에 힘들 보탰다. 최종현학술원은 지정학, 과학기술, 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된 전문성과 산학연 네트워크를 갖춘 민간 싱크탱크로, AI 기술의 사회적·정책적 확장에 기여할 예정이다. 50여년간 해외 유학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세계 유수 대학에 1천여명의 인재를 배출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기술 중심의 프로젝트에 인재 양성과 정책적 함의를 더 해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구상이다.
이 팀이 만들어낼 AI 모델을 사용하기로 의향서를 낸 업체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사와 SK텔레콤이 주도하는 ‘K-AI 얼라이언스’에 참여 중인 몰로코, 씨메스, 가우스랩스, 스캐터랩 등이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성과 수준을 글로벌 AI 프론티어(최첨단)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제시했다. 6개월마다 단계 평가를 거쳐 올해 연말부터 지원 대상 AI 모델 수를 한 곳씩 제외해 최종적으로 1∼2곳만 남길 계획이다.
조동연 부사장은 "5개 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경쟁하며 기술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며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은 '3등 그룹'까지는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윤 부사장은 “각 분야 선도기업은 물론 학계의 최정상급 연구진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향후 소버린 AI 분야에서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국내 AI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혁신적인 인공지능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결선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뉴스프리존(newsfreez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