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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ajo Aug 22. 2024

z 축으로 나아가다

 " 나 이번에 연극하는데 보러 올래? "

누나가 내게 말했다....... 누나는 어렸을 적부터 예체능을 했다. 교회 동요 대회에서 자주 입상을 했다. 주변 딴에 누나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아이였나보다. 공부를 하기 싫었던 누나는 예술고교에 입학했고 나의 부모는 그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의 교육자 부모는 자식들이 예술 관련 직업을 갖길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교 졸업을 하고 당연스럽게 예술 대학에 지원했지만 입학하지 못하였다.  나의 부모는 없는 살림에 온갖 지원을 했건만 실망스러운 결론을 보고 다투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부터 내 감정을 글자언어로 배설하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면 집에 틀어박혀서 영화만 보던 나는 글자언어를 통한 자기표현 보다 영상언어의 힘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누가 나를 알아봐주길 원한 아주 결핍적인 이유로 영화 만들기를 시작했다 볼 수 있다.


물론 부모는 눈에 쌍심지 키고 내가 영화를 하려는 것에 반대했지만 처참한 내 성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란 것을 눈치챘는지 당신의 인맥을 십분 활용해 사회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나와 만나게 해주었다.


그들과의 만남은 나쁘지 않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나는 영화과 학부에 입학해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누나는 그 뒤로 부모와 똑같은 길을 가기로 결심했던지. 교원 자격증을 따 예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랬던 누나가 연기를 한답시고 극단에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누나가 연극을 보러오라는 말에 흔쾌히 수락을 했다.  그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객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대개 그렇듯 출현 배우들의 가족 또는 지인들일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입구 옆에 앉아있는 매서운 눈매의 50대 중년 남성이 나를 쳐다봤다.


' 내가 누구랑 닮았나?  '


객석 거의 마지막 열에  앉은 나는 무대 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의자에 앉아있는 5명의 배우들을 보았다. 그 중앙에 나의 누나가 있었는데 무게를 잡고 있는 모습이 퍽 웃겼지만 내심 그녀가 보여줄 행동양식에 조금 걱정과 기대를 품고 있었다.


나는 으레 새로운 장소에 가면 그렇듯 주변을 둘러보며 공간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 극장은 왜 항상 더울까 에어컨좀 빠방하게 틀면 안되나 ... 어라?? '


나의 아버지가 객석 3열 중앙에 앉아있었다.


우연의 일치로 아버지와 같은 날 누나의 연극을 보러 온 것이었다. 그때 나는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는데  그것은 내 시야에 들어온 어떠한 모양새 때문이었다.


무대 위 중앙에 앉아있는 배우인 누나와 3열의 가운데 아버지 그리고 6열쯤의  중앙에 위치한  나.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일직선상으로 위치하게 된 것이다.


예술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아직 연기를 하고 있는 누나


모든 것의 시발점 그리고 투자자인 아버지


영화를 만든다고 깝죽거리며 돈을 떼먹고 있는 나.


누나는 아주 열심히 연기를 했다. 연극이 끝나고 극장에 들어올때 나를 노려보던 중년의 아저씨는 나랑 안면이 있던 아버지의 고향 친구인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여려 친구들과 누나의 연극을 보러 왔는데 나는 그들과 한성대의 청국장집에 가 밥을 먹었다.


“ 아주 감동이었어 ” 아버지의 친구 중 한명이 얘기했다. 그들은 서로 공감하 듯 연극에 대한 후기를 남겼는데 아버지는 그런 친구들의 반응에 신이 났는지 다음번에 모이는 것은 나의 영화 시사회일 것이다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때 목구멍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버지 친구들의 자식들은 이미 그들의 자녀를 낳아 사회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난 알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 친구들의 표정을 보고 스스로의 자격지심에 빠져 눈치 껏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기어 들어가 잠에 들었다.


전화가 울려 잠에서 깼다. 누나다.


“ 여보세요 ”


“ 연극 어땠어?“


“ 어 괜찮았어 ”


….


전화를 끊은 나는 어떠한 상념에 빠져 멍하게 앉아있었는데 그것은 한치도 앞을 뚫고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의해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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