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기하게 했던 통증
아이를 낳고 5개월이 된 즈음 원인 모를 통증이 찾아왔다. 그 바람에 출산휴가가 끝나고서도 복직할 수가 없었다. 너무도 심한 통증으로 살도 10킬로 빠져서 41킬로가 됐다. 몸은 만신창이었다. 칼로 발가락을 쑤시듯 파고들며 타는 듯한 통증이 왔다. 밤이 되면 통증이 열 배가 돼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운동으로 극복해 보려고 집 근처 헬스장에 갔다. 그것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통증을 이겨보려고 몸에 좋다는 음식은 전부 찾아먹었다. 뱀이랑 개구리 빼고 다 먹어본 거 같다. 유명하다는 한의원, 정형외과, 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를 전전하며 통증의 원인을 찾았으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포기할 수 없었다. 정말로 극복하고 싶었다.
양가 부모님께서는 굿도 해 보고, 수맥도 보는 분을 집으로 모시기도 했고, 몸에 좋다는 약도 구해다 주셨다. 효과는 하나도 없었다. 살은 빠지고 통증으로 잠도 잘 수 없었고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나처럼 통증으로 몸이 아팠던 의사언니의 추천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 무작정 진료 예약을 했다. 진료의뢰서를 받고 서울대학교 병원 예약하는데도 쉽지 않았다. 예약이 너무 많이 밀려 있었고, 몇 달이 밀린 진료를 당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아보았다. 가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고 나서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진료받는 방법으로 외래 진료를 당길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지하철을 타고 진료 예약일 전날 도착해, 병원 부근에 숙소를 잡고 아침 일찍 서울대학교병원으로 갔다. 처음 도착해 받은 느낌은 건물이 낡아 보였다.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병원이었다. 진료의뢰서를 제출하고 제주에서 가지고 온 서류와 영상자료 그리고 혈액검사 결과를 제출하고 나서야 진료실로 갈 수 있었다.
진료실로 들어가서 증상과 아팠던 과정을 들은 선생님께서는 엑스레이와 혈액검사, CT 검사, 근전도 검사들을 받은 후 결과를 듣기 위해 기다렸다. 의사 선생님께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보았고 말초신경병증이 의심된다고 입원 치료를 하라고 했다.
입원 치료는 생각도 못 하고 간 거라 주변에서 준비물을 챙기고서는 입원 절차를 밟았다. 6인 병실이 없어서 2인실에 입원을 해야 했고 남편은 다음날 근무하러 가야 했기 때문에 혼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약의 부작용으로 정신을 잃거나 구토를 수십 번 했다. 발가락 통증이 심해 잠을 잘 수 없었다. 나는 병으로 먹지를 못하니 몸만 바싹바싹 말라갔다.
그렇게 며칠을 보낸 뒤 친정어머니께서 병원에 보호자로 와서 돌봐 주셨다. 공항에서 사 온 홍삼이 가장 기억난다.
약 부작용으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던 내게 기운 차려야 한다며 건네준 홍삼은 내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약의 부작용으로 리리카와 울트라셋정을 먹을 때면 정신이 오락가락했고 용량을 줄이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약물 치료를 했다. 그렇게 신경병증의 통증은 10점 만점에서 7점으로 줄어들었고 증상이 나아져서 퇴원했다. 4주간 입원 치료는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구토와 어지럼증 부작용이 심했고 통증도 심했던 치료였다. 그렇게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약물 치료를 했고 다시 통증은 10점으로 올라갔고 통증은 이제는 약으로 조절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주사 치료를 해야만 했다. 주사를 치료해도 2~3일 정도만 통증이 줄어들 뿐이었다. 다른 대학병원을 전전하며 할 수 있는 약물 치료와 주사 치료, 입원 치료 등을 했으나 통증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언제면 이 통증이 멈출까? 끝은 있는 걸까. 나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