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게 아니구나
이전 글에서 말했듯, 어학연수 첫 날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멘붕이란 말이 오래되긴했지만, 이보다 적합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완벽하게 수업을 따라잡는 건 기대도 안했지만, 이렇게 더 못할줄이야.
문제는 나만 못알아들으면 나만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짝활동이나 모둠활동할 때 다른 친구들한테 민폐가 될까봐도 문제였다.
선생님이 말할 때 나만 빼고 이사람들은 다 알아듣나 싶었다.
그래서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그 날 배운건 끝나자마자 집이나 도서관에서 무조건 복습, 교과서랑 프린트물 한번씩 다시보기, 숙제도 무조건하기.
별개로 못끝낸 인강도 기초강의 다 듣기.
조금 창피하더라도 수업시간에 모르는 건 물어보기.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다시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따라갔다.
한 3주쯤 됐을까, 그제야 어느정도 선생님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떤걸 물어보고있고, 어떤 페이지에 어떤 활동을 지시하는지 분위기를 봐서라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내고보니 반 친구들 역시 완벽하게 프랑스어를 알고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랑 비슷한 친구가 많았다.
또 정말 다양한 배경속의 친구들이 있었다.
IT업계를 다니다가 아내를 따라 프랑스에 와서 일을 쉬고 어학연수하는 브라질 친구, 이란에 있다 프랑스에서 의사로서 일하기 위해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친구, 아직 학생이지만 프랑스인 남자친구를 만나 여기서 수업듣는 친구 등 각자만의 스토리를 갖고 프랑스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이 곳에 모인 것이다.
세상은 넓고, 도전하는 사람은 많구나를 해외나올 때마다 느끼는 것 같다.
나 역시 그저 프랑스어가 멋있고 배우고싶었어서 무작정 온 사람으로서, 왠지 나 혼자가 아니란 느낌이 위로가 되었다.
그 친구들과 같이 활동하면서 모르는 걸 공유하고, 수업만이 아니라 인생스토리를 공유하면서 내 안의 무언가가 쌓여나갔다.
프랑스어 발음은 여전히 어렵지만, 계속계속 조금씩 나는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