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로젝트 팀장으로서 프로젝트 하나를 이끄는 중이고요, 동시에 아트디렉터로서 회사 전체의 아트 산출물에 대해 피드백을 드리고 있어요.
스토리타코의 일러스트레이터 직군은 어떤 일을 하나요?
흔한 '비주얼 노벨' 장르의 화면을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스토리의 표현을 위해서 배경, 그 위에 캐릭터가 뜨죠. 가끔은 상황 표현을 위해 일러스트가 나오고요. 일러스트레이터 직군은 이 화면을 이루는 리소스를 모두 작업합니다. 특히 일러스트의 경우 스토리 게임에서 중요한 유료 상품이기도 합니다. 이외에 게임을 대표하는 타이틀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하고, 일정에 따라 SNS에 올라갈 홍보성 일러스트도 작업해요. 배경 작업은 회사 연차가 쌓이면서 점점 작업량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요. 이런 이미지는 ‘카페 배경’, ‘학교 배경’ 같은 식으로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다른 게임에서 재활용도 가능하거든요.
스토리타코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을 하나 들어주신다면요?
실제로 상품으로 판매하는, 유저에게 보여주는 캐릭터, 일러스트를 내가 직접 그릴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저희 회사에서 아트 리소스를 작업하면, 거의 100% 유저에게 보여진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니까 진짜 뿌듯할 수밖에 없죠. 내가 그린 일러스트가 유저 커뮤니티에 캡쳐돼 올라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걸 보면, 다른 회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다른 회사에서는 그런 기회가 잘 없나요?
사실 게임 회사에서 아트 직군이 자기 그림을 바깥에 바로 내보낼 기회가 흔치 않아요. 보통 게임 회사에서 하는 이미지 작업은 3D 작업물을 위한 '캐릭터 시트' 작업 등이죠. 공개가 되더라도 '아트북'이나 SNS를 통해서지, 게임의 리소스로 직접 사용되는 일은 드물거든요. 저희가 만드는 ‘스토리 게임’은 일러스트의 비중이 높은 만큼 작업을 보여줄 기회도 많지만, 다른 장르는 상대적으로 일러스트의 비중이 낮기에 기회도 적은 편이죠.
일러스트레이터의 캐릭터 해석이나 재량, 창의성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편인가요?
굉장히 잘 보장받는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림체를 비롯해, 각 작업자가 가진 독자적인 특성을 보장해 주는 편이에요. 게임의 분위기와 아예 이질적인 수준만 아니라면요.
그림체 외에, 캐릭터의 개성이나 특성을 설정할 때도 관여할 수 있나요?
맞아요. 이미 기획 단계에서부터 저희 아트 팀, 일러스트레이터를 포함해 모든 직군 구성원들이 함께 논의하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 회사 아트 팀은 캐릭터 디자인에 본인의 창작욕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투영하는 편이에요. ‘핑크색 머리는 어때요?’ ‘눈꼬리를 좀 더 올려보면 어때요?” 이러면서 캐릭터 디자인을 잡아보고, 또 고쳐보죠. 그럼 기획부터 마케터까지 다 같이 모여서 ‘좋다, 좋다’ 하면서 화기애애하게 디자인 작업을 해 나가요.
일러스트레이터는 일이 고되다는 얘기도 많아요. 특히 손목 건강 나간다는 얘기도 많은데, 워라밸 측면은 어때요?
저희 회사가 야근이 거의 없는 편이에요. 그 중에서도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 제일 야근 안 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일러스트가 일정 산출이 제일 깔끔하거든요. 기획자라든지 다른 직군은 잘 보이지 않던 부분에서 말썽이 생기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생기고는 하는데, 그림이란 건 산출물이 눈에 비교적 명확하게 보이잖아요. 물론 이를 위해서는 본인 일정을 본인이 잘 관리하고, 일정과 퀄리티를 준수해 작업물을 내놓는 자기 관리가 필요하죠. 그런데, 그게 저희 회사의 또 한 가지 좋은 점 같아요. 아트 팀이 다들 본인 일정 관리를 확실하게 하니까, 자연스레 그런 문화가 퍼지거든요. 덕분에 제때 퇴근하고 운동하고 취미활동하고, 건강한 워라밸을 유지하고 계신 거고요.
앞서 ‘프로젝트 팀장’으로서 프로젝트를 이끌고 계시다고도 말씀하셨는데요. ‘프로젝트 팀장’이라는 건 뭔가요?
스토리타코는 기획자부터 시나리오 라이터, 개발자, 아트 담당자와 마케터 등 모든 직군이 모여 ‘팀’을 이루고 이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든요. 게임을 완성했다고 해체되는 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팀이에요. 팀장에 직군 제한은 없어요. 기획자가 팀장이 되기도 하지만, 저처럼 아트 담당자, 또 마케터가 팀장을 맡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은 수평적인 구조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만, 때로 교통 정리가 필요할 때나 리더십이 필요할 때는 팀장이 역할을 하는 식이죠.
‘팀’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얻는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다른 직군과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죠. 특히 일러스트레이터는 시나리오 라이터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해요. 이게 어떤 상황, 어떤 감성에서 나온 장면인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거든요. 반대로 시나리오 라이터도 일러스트레이터의 캐릭터 디자인에 잘 맞는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겠죠? 어느 한 쪽이 한 쪽을 무조건 리드하는 게 아니라, 서로 호흡을 맞춰 쌓아간다는 점이 좋아요.
스토리타코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로맨스를 주로 다루는 저희 특성상, 매력적인 캐릭터 조형이 필요해요. 여성향 시장에 어필하는 그림체를 파악하고 그릴 수 있어야 하죠. 이를 배경으로, 어떤 성격인지 한눈에 드러낼 수 있는 포징도 중요하고요. 하지만 이건 일러스트레이터에겐 너무 당연한 얘기일 테고…
헤어, 패션, 화장법 등 트렌드에 어느 정도 능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서브 컬쳐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분, 또 아이돌 덕질을 해 보신 분, 하시는 분이 또 선호되기도 해요. 아이돌 산업은 그야말로 ‘미남’ 트렌드의 선봉이거든요. ‘덕질’을 하다 보면 트렌드에 익숙할 수밖에 없죠.
스토리타코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저희가 캐릭터를 만들면서 각 직군이 다 같이 모여서 논의를 진행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다 보니 스토리를 전달하는 일러스트 메이킹, 그러니까 상황 전달력이 굉장히 좋아져요. 트렌디한 그림체나 색감, 패션에 대해서도 다 같이 얘기를 하면서 정보를 모으고, 갱신할 수 있게 되고요. 여기에 더해 미남, 미녀 그리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게 느는 것 같아요.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일러스트레이터 분야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잖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론 변화에 계속 적응하는 건 필요하겠죠. 그런데 재미있는 점 하나가, 지금껏 일러스트 시장은 대부분 남성향, 그러니까 여성을 그린 그림 위주였어요. 여성향, 즉 남성을 그린 그림이 시장에서 통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거든요. 그러다보니 AI 모델도 남성향 그림을 훨씬 공부를 많이 했어요. 여성향 그림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비교적 서툴러요. 그런 의미에서, 여성향 일러스트는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AI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의 뉘앙스는 아직 많이 한정돼 있어요. 아직은 저희 사람 일러스트레이터, 특히 여성향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몫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