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등장인물 및 배경소개)

by 한여름

이 글은 K-장녀로 태어난 제 어머니의 일생에 관해 실화를 바탕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니 알려 하지 않았던 어머니에 관해 보다 소상히 알고자, 저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3년 전 누이를 잃고 이제는 매형마저 잃어 슬픔과 회환에 잠기신 외삼촌을 붙잡고 인터뷰하듯 캐묻고,



엄마처럼 여기던 언니를 먼저 떠나보내고 이제 형부마저 떠나 보내기 위해 내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온 이모들을 붙잡고 그간에는 알지 못했던 내 어머니의 어린 시절에 관해 묻고 답을 얻는 동안에야, 왜 ?엄마가 그런 선택과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얼마 전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외삼촌과 이모들을 인터뷰하며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일생(K-장녀, K-도터)에 관해 쓰일 예정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산 좋고 물 맑은 데다 공기가 더없이 좋은 경남의 한 시골마을인 '거창'으로, 1938년생 아버지와 1943년생 어머니는 5살 나이 차이가 나며 거창읍에 살아 도시여성쯤 해당하는 어머니와 읍에서 한참 떨어진 산골마을 집성촌에서 나고 자라 동네 밖을 잘 나가 본 적 없어 세상물정에 관해 도무지 몰랐던 순박한 내 아버지가 주인공입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도 전쟁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여 더 가난했던 덕이(아버지)는 가진 게 없어 결혼이 많이 늦어진 나이에 정자(어머니)를 소개받아 슬하에 5녀 1남을 두지만, 늦은 나이에 애지중지 키운 작고 예뻤던 첫 딸아이 어느 날 저녁에 고열로 시달리더니 밤사이에는 생사를 오가는지 목이 터져라 울었는데요. 아이는 생사를 오갔지만 산골마을에 의사는커녕 가로등조차 없어 캄캄한 산길을 내려올 수 없으니 발만 동동 구른 채 아침 미명이 밝아오기만 기다리다,



새벽 동이 트자마자 아직 캄캄한 산길을 정자는 불덩이 같은 첫째 딸아이를 엎고 거친 산길을 뛰다시피 내려오던 중 뜨겁던 아이의 손이 축 늘어지더니 불덩이 같던 몸 이 한순간 식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합니다. 그렇게 손한 번 써보지 못하고 어렵사리 얻은 첫째 딸을 잃게 되자 정자는 미친 사람처럼 추운 날씨에도 바가지로 찬물을 떠다 머리부터 냅다 들이부으며 가슴속 뜨겁게 차오르는 울분과 자식을 잃은 어머의 슬픔을 몇 날 며칠이고 토해냈다고 합니다.



이후로도 부모님은 줄줄이 딸을 낳았는데 넷째 딸을 낳고서야, 매일밤 달님에게 빌고 정화수를 떠다 장독대에 올려놓고 삼신할머니께 머리를 조아린 끝에 정자의 꿈에 하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 "에고, 우리 아가 안쓰러워 어쩌나"하시며 "네가 그토록 원하는 아이를 내가 시커먼 큰 돼지 한 마리를 너희 집으로 몰아 주었으니 이제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들은 후에 아이를 잉태했다는데요. 거짓말처럼 태어난 아이는 하얗던 딸들과 달리 정말 피부가 까맣고 덩치가 좋은 사내 아이었다고 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정자는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인 네 딸과 '현'이라는 아들을 슬하에 두며 4녀 1남의 어머니로 살아가게 됩니다. 정자는 두 번 다시는 가난으로 자식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고향을 떠나 의지할 곳 없는 머나먼 도시로 이주해 노동자로써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녀의 나이가 78세가 되던 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바이러스로 거리제한은 물론 가족조차 만남이 불가하던 때 치매를 앓던 정자는 요양보호사의 도움도 받지 못하게 되다 어쩔 수 없이 그토록 애지중지 낳아 키웠던 막내아들 현이의 손에 이끌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 잠시 맡겨졌지만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가족 중 누구의 방문도 받지 못한 채 나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주인공 정자는 이제 가고 없지만, 그녀가 살아생전 혼신의 힘으로 키운 네 딸들은 이제 엄마의 죽음으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일생을 'K-장녀'이자 'K-도터'로 원하지 않았던 삶의 무게를 져왔던 정자는 딸들만큼은 자신과 다른 길, 다른 삶을 살길 희망했는데요.


그랬던 정자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딸들은 이 땅(대한민국)에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더 이상 K-장녀, K-도터로써 과도한 희생과 책임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운명 지워진 사회적 틀을 당당히 깨고 나다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정자의 유년시절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2살에 나라의 광복을 맞고, 얼마 지나지 않은 5년 후 6.25 전쟁이 발발해 그녀가 7살 때 무시무시한 전쟁공포를 생생히 기억하며 10살에 휴전을 맞는 등 시대적 비운을 안고 유년시절을 지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정자의 유년시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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