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너머의 트랜스, 유포리아 속 뉴 라이프

New Life / Cult Member (미디엄 번역)

by 감상주의
Apple Music


콘텐츠 프로필

타이틀: New Life

작가: Cult Member

발매일: 12.04.25

포맷: LP

제작/유통: Self-Release

장르: 앰비언트 트랜스


태그: #아웃사이더 댄스 #로파이 하우스 #Y2K 퓨쳐리즘 #앰비언트 트랜스 #유포리아




https://medium.com/the-riff/cult-member-trance-over-house-new-life-in-euphoria-dcbe4543f871?postPublishedType=repub

(제 미디엄 원문입니다. 번역본만 정독하셔도 무방하니 구차함을 무릅쓰고 클릭 한 번 정도만 부탁드립니다... (I Wanna 해외 진.. 진출!))



목차


1. 아웃사이더 하우스

2. 로파이 하우스

3. 컬트 멤버

4. 트랜스로 향해

★ 5. New Life

6. 아웃사이더 트랜스?

7. 그에게 유포리아란


(분량이 꽤 깁니다. '5번' 부터 메인 작품(★)에 관한 논의이므로 발췌해서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 아웃사이더 하우스

https://misteranthonynaples.bandcamp.com/album/mad-disrespect-ep


당시 전문가들이 Anthony Naples의 "Mad Disrespect"를 아웃사이더 댄스의 시초로 꼽았던 것과 달리, 나는 그 소리가 전통적인 딥 하우스에 너무나 충실했기에 그러한 구분에 대한 적절한 근거를 마땅히 찾을 수 없었다. 대신, 그 곡의 배경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흥미로운 힌트 하나를 발견했다.


하우스 음악이 유럽으로 활발히 진출하던 당시, 뉴욕은 주요 수출국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적 기반 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파티 씬을 이상적으로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 애호가들은 스스로 노력함으로써 주요 파티들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요컨대, 그것은 DIY 정신에 의해 추진됐다. 앤서니는 바로 그 배경을 트랙의 영감으로 삼았고, 비평가들은 이를 '아웃사이더 아트'의 맥락에서 해석하고자 했다. 따라서 나는 초기에 그들이 특정 사운드나 스타일이 아닌, 에소스(Ethos)를 아웃사이더 하우스로 분류하는 기준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러한 에소스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어떤 언더그라운드 씬에나 적용될 수 있기에, 장르는 필연적으로 느슨하고 모호하게 정의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비평가들은 점차 이를 하나의 '스타일'로 취급하는 함정에 빠졌고, 전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조차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아내려 애를 썼다.


이를테면, 앤서니는 파티 음악으로서 하우스가 갖는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을 무시하지 않았다. 반면, 앤서니의 레이블인 Prohibito에서 Royal Crown of Swede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Huerco S.는 데뷔 앨범 『Colonial Patterns』를 통해 자신의 비전이 철저히 추상적인 아방가르드 예술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스타일과 비전 모두에서 명확히 달랐다. 이것이 바로 앤서니가 '아웃사이더 하우스'라는 용어에 그토록 강하게 반발했던 이유다.


아웃사이더 하우스의 핵심 레이블 중 하나로 알려진 L.I.E.S.의 주요 앨범들도 들어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일관된 형식은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테크노나 하우스의 골격만 유지할 뿐, 그 외에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개별적인 탐구심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설립자인 Ron Morelli는 엄격한 딥 하우스를 따르기보다는 인더스트리얼 음악 특유의 어둡고 거친 질감에서 파생된 음악을 선보였다. 컴필레이션 앨범인 『American Noise』와 『Music for Shut-Ins』에서도 댄스플로어를 위한 트랙과 그렇지 않은 트랙이 무분별하게 혼재해 있었다. 클럽 관객의 관점에서 보면, 마치 프라이빗 룸 안에서 감상하는 것과 같은 특유의 내향적인 공기가 느껴진다는 것이 희미한 연결 고리일 수는 있겠지만.


https://lavampires.bandcamp.com/track/supercool


게다가 아웃사이더 하우스의 일원으로 여겨졌던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커리어가 발전함에 따라 점차 그 꼬리표를 벗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아웃사이더 하우스'는 단지 이름뿐인 카테고리에 불과했던 게 아니었을까.


반대로, 다른 흐름을 주도하던 아티스트들이 아웃사이더 하우스로 유입되어 해당 씬의 새로운 주역이 된 사례들도 있었다. Amanda Brown과 Not Not Fun Records, 그리고 그녀의 후속 프로젝트인 LA Vampires와 100% Silk를 비교해봤다. 그녀와 레이블 동료들은 본래 사운드 콜라주나 힙나고직 팝에 더 가까웠다. 변화의 전환점은 『Un Real』이었다. LA Vampires로 활동하며 그녀는 댄스플로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음악적 방향이 더 캐주얼하고 밝아짐에 따라 딥 하우스의 전통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딥 하우스 탐구는 주로 90년대와 그 뿌리가 된 80년대 시카고 하우스에 집중됐다. 맥락적으로 볼 때, 과거를 반추하고 재구성하는 일련의 동세는 그녀의 이전 행보였던 헌톨로지와 유사했다. 하지만 이를 으스스하게 표현하기보다 직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하우스 구조 안에서 당시의 감정과 질감을 현대화하려 했다는 점에서, 헌톨로지보다는 레트로 페티시적 접근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한편, 빈티지한 질감과 향수 어린 코드를 디지털로 복각하는 맥락은 아웃사이더 하우스와 동시대적 문화 패러다임이었던 베이퍼웨이브와 공통분모를 가졌다. 힙나고직 팝 자체가 오랫동안 베이퍼웨이브와 깊게 연관되어 왔지만, 이번에는 청중들이 기괴함이나 최면적인 요소보다는 그 특유의 질감 자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로파이다. 당연히 이러한 재발견을 오로지 그녀만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다음에 논의할 트렌드에 중요한 도화선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 로파이 하우스

https://youtu.be/ar9qA3WJInk?si=U68o1UPaF2O5vgXw


댄스 음악에서 레트로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고품질로 압축되고 맞춤형 이퀄라이저로 최적화된 방식이 아니라, 테이프와 바이닐의 시대로 돌아가 턴테이블에서 트랙을 있는 그대로 재생하던 방식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2010년대 중반 뮤지션들은 그 원시성에 주목했는데, 일련의 반-하이테크놀로지 현상이 전적으로 인터넷에 의해 보급됐다는 점이 내게 상당히 역설적으로 다가왔다.


하우스 디깅을 주 콘텐츠로 하는 유튜브 채널 Slav의 사례를 보자. Mall Grab의 "Mountain", DJ Seinfeld의 "U", DJ Boring의 "Winona" 같은 대표적인 로파이 하우스 트랙들을 검색했을 때, Slav의 영상들은 항상 최상단에 위치했으며 조회수는 최소 백만 단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심지어 "Winona"는 사실상 천만 뷰에 육박했다.


An esoteric house music channel with a deep, groovy selection


유튜브 채널 설명란에 있는 짧은 문구다. '그루브'와 '딥'한 특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본질이 딥 하우스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Esoteric'이라는 구체적인 조건이 덧붙어 있다. 여기에는 분명 언더그라운드 내 어떤 장르나 스타일이든 해당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적어도 로파이 하우스만큼은 이 형용사의 범주에 명확히 들어맞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지 않는가.


내가 'Esoteric'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Slav가 지향하는 음악은 '아웃사이더 하우스'와 상당히 맞닿아 있다. 예컨대, 이미 수억 개의 조회수를 기록했거나 메이저 페스티벌에서 연주될 목적으로 노골적으로 만들어진 주류 음악은 지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를 구현하는 방법에는 웨어하우스 미학으로 완전히 돌아가거나, 의도적으로 특정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않거나, 콘텐츠의 해석과 소비 방식에서 힙스터적인 사고방식을 유도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겠다. 그렇다고 너무 난해하거나 비정형적이어선 안된다. 딥 하우스로서의 그루브와 파티 음악으로서의 본질적인 기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을 유념해 가장 유명한 트랙인 DJ Boring의 "Winona"를 살펴보자. 곡은 극도로 미니멀하고 단순한 형태다. 킥 드럼의 베이직한 세팅부터 잠깐 스쳐 지나가는 FX, 각 악기에 맞춰진 오실레이터와 이펙트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순수주의자들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변주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알고리즘에 이끌려 우연히 듣게 된 입문자에게는 8분 동안 지속되는 일관된 반복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게다가 로우패스 필터나 히스 노이즈가 결합된 사운드는 간결할지는 몰라도 결코 깨끗하지는 않다. 청담동의 고급 백화점에서 대놓고 틀기에는 사운드가 그리 럭셔리하지 않다는 뜻이다. 대신 홍대 힙스터들을 위한 빈티지 숍에서 흘러나온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는 있겠지. 특히 하우스 음악의 역사에 꽤 해박한 손님이 들른다면, 주인장이 빈티지한 맛을 안다며 꽤 호감을 표할지도 모른다.


한편 나처럼 《기묘한 이야기》의 팬도 아닌 촌놈은 젊은 시절의 Winona Ryder에 대해 딱히 알 길이 없지만, 그녀에게 이미 익숙한 미국인들이라면 트랙 제목과 비디오 썸네일을 보자마자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재치 있는 요소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 같은 무지한 사람조차도 그녀가 자신의 고통스럽고 부조리한 성장 과정을 고백하는 대화 장면을 샘플링한 것에서 아이러니한 의도를 느낄 수는 있다. 순수하게 즐거움을 위해 클릭한 트랙에서 지성과 정의감을 갖고 진실을 되새겨보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그것이야말로 온라인 힙스터들이 열광하는 풍자적 유희 아니겠는가.


이처럼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황당무계한 행태는 한 가지 본질적인 의문을 던진다. 바로 진정성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밀레니엄 이전의 하우스 음악에 대해 존경과 애정을 갖고 있었고, 가장 순수하고 원시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기괴하면서도 어딘지 성의 없어 보이는 예명들, 베이퍼웨이브에 유래한 아이러니로 읽힐 여지가 다분한 음악적 트릭들, 그리고 그들의 성취가 부당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저 밈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경우 등은 분명 논쟁의 여지가 있다.


https://youtu.be/b5eO8xODit8?si=XrmSKlQoOGfQPSKc


DJ Seinfeld는 이러한 논쟁의 전형적인 사례다. 『Season 1』의 노골적인 베이퍼웨이브풍의 커버 아트는 수록곡들의 묵직하고 강력한 클럽 뱅어 사운드와 정면으로 상충하는 이미지다. 이는 인터넷 문화를 충실하게 수용했다기보다는, 논란을 일으키려는 의도적인 '트롤링'의 일종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콘텐츠의 진정한 공격성과 에너지를 직접 목격하기 전까지는 이것이 그저 농담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만약 누군가 『Season 1』을 먼저 접하고 나서 "U"를 듣게 된다면, 곡의 핵심 요소인 '감정적 몰입'에서조차 혼란을 느끼며 창작자의 감수성 짙은 진솔함과 교활한 기믹 간의 선을 헷갈려 할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사연을 길게 늘어놓은 유튜브 댓글들조차 그 맥락의 일부가 될 뿐이다. 이별이라는 그의 개인사를 아는 사람들만이 그제야 전자의 의미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때때로 어떤 논란들은 댄스 음악의 근본적인 기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Ross From Friends는 "솔직히 사람들이 춤추기를 기대하지 않아요. 가끔 아무도 춤추지 않을 때도 있는데, 그것도 괜찮죠..."라고 코멘트한 바 있다. 즉, 애초에 클럽을 위해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만 즐겨도 괜찮고, 클럽에 있더라도 격렬하게 춤추지 않고 무심하게 고개를 까닥이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순수하게 '청취'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Talk to Me You’ll Understand"는 패션쇼나 스포츠웨어 매장, 혹은 단순히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에서 재생되더라도 현대적인 감성과 세련미를 환기할 수 있다면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트랙인 셈이다.


혹은 감정적 공유를 추구하더라도, DJ poolboi처럼 이를 바이브나 감성이라는 형태로 완곡하거나, Mall Grab의 Drive처럼 춤추는 대신 산책로를 조깅하며 듣기에 좋도록 절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반대로 하우스 음악을 단순한 '무드 음악'으로 전락시킨다는 또 다른 반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


https://youtu.be/DW0YnuNDBBs?si=nES047b2hh6QVJ5y


반면 어떤 아티스트들은 로파이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자신들의 진정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의구심에 당당히 맞서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멋진 노력을 Grant의 앨범 『Cranks』에서 처음 발견했다. 물론 그가 앨범 인트로에서 명시적으로 밝힌 슬로건은 앞서 보았던 Ross From Friends의 코멘트와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다; "댄스 음악은 더 이상 댄스 음악이 아니다(Dance music is no longer dance music)."


하지만 이번에는 댄스 음악처럼 들리지 않는 음악에 대한 관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댄스 음악이 성취할 수 있는 예술적 지평에 대한 확장된 사고방식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초기 아웃사이더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DIY 정신을 바탕으로 90년대 하우스와 특유의 올드스쿨한 거친 질감에 경의를 표했다. 요컨대, 그가 가장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댄스 음악에 기대한 것은 '즐기기 위한 수준을 넘어, 궁극적으로 성찰로 이끄는 진중함이라는 그루브의 가치'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아이러니도, 기믹도, 밈도도 존재하지 않는다.



| 컬트 멤버

https://cultmembr.bandcamp.com/album/see-u-at-the-mall-baby-vhr005


그리고 내가 진정성의 측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 두 번째 뮤지션은 Cult Member였다. 나는 전형적인 사춘기적 정서가 특징인 어두운 이모 클라우드 랩에 몰두하던 그가, 이전의 모든 커넥션을 갑자기 끊어버리고 전자 음악으로 전향하게 된 배경을 조사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그를 새로운 길로 이끈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아날로그/하드웨어 장비였다. 이는 트렌드나 밈의 파도에 올라탄 것이라기보다, 특정 기술 영역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 가까워 보인다. 만약 그의 의도가 단순히 로파이 하우스의 유행을 따르는 것이었다면, 장르의 주류적 인기가 이미 시들해지기 시작했던 2017년 무렵이라는 시기적 선택은 분명 실수였을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운드는 전반적으로 아웃사이더 하우스의 에소스 및 로파이 하우스의 질감과 궤를 같이했다. 구체적으로 『see u at the mall, baby』의 리듬은 불안정하고 흩어지는 듯했으며, 크게 틀었을 때 트랙은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노이즈를 드러냈다. 게다가 한 트랙의 엔딩은 의도인지 실수인지 모호할 정도로 투박했는데, 이는 전문적인 훈련 없이 만들어진 아웃사이더 아트의 모습과 강하게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독창적인 예술적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일례로 그는 하우스뿐만 아니라 앰비언트, 테크노, 드럼 앤 베이스와 같은 장르를 아우르며 자신만의 esoteric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정교하게 깎아내려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https://cultmembr.bandcamp.com/album/club-water


그리고 2017년까지 그는 그러한 작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핵심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발견하고 탐구하는 단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것이 atmospheric한 질감과 그로 인해 구축되는 환경 조성에 관한 것이었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그는 공간을 구현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리버브와 덥을 통해 구현된 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예를 들어 『Club Water』에서는 씨펑크의 수중적이고 시크한 바이브가 가미된 드림펑크 세계의 인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직접적인 레퍼런스를 겉핥기식으로 덧바르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구성을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가까웠다. 게임에 비유하자면, 본 게임이 실제로 제작되기 구축한 시뮬레이션 맵인 셈이다.


그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지점은, 이러한 컨셉츄얼한 레퍼런스들이 풍부해질수록 그의 프로덕션이 오히려 댄스플로어에 더 가깝게 다가갔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이 모든 아이디어와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레이브(rave) 전통에서 비롯되었음을 단호하게 밝히는 듯했다. 그는 때때로 힙스터들의 시선을 끌 만한 컬트적인 요소들을 노골적으로 차용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하우스 음악이 결코 기믹으로 휘발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저 자기 세대에 걸맞은 감성에 충실한 전자 음악 애호가일 뿐이다. 그의 발전은 꾸준하며 방법론적이다.


https://cultmembr.bandcamp.com/album/ethernet


그가 아이러니를 공언하지는 않더라도, 로파이 하우스를 소비했던 젊은 리스너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본질적으로 인터넷 키드이며, 따라서 모든 영감을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소스들로부터 끌어온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Ethernet』은 바로 그 사실을 방증한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어떤 장르나 스타일, 문화적 개념이라도 폭넓게 구현해낼 수 있는 적절한 기초 모델(혹은 데이터베이스)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atmospheric한 요소의 극대화, 돔과 같은 공간감, CRT 모니터나 초기 플레이스테이션 그래픽을 닮은 로파이 질감, 그리고 다양한 공상과학적 아이디어들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댄스플로어로서의 본질을 통해, 그는 마침내 진정성과 서브컬처적 감성을 모두 충족하는 아웃사이더 하우스를 완성했다.


https://cultmembr.bandcamp.com/album/2017-archives


만약 그가 이 결정적인 타이밍에 하이프를 확실히 거머쥐었더라면, 로파이 하우스의 황금기는 그 수명이 훨씬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돌연 씬에서 사라졌고, 약 3년이 지난 후에야 돌아왔다. 아마도 창작 환경과 동떨어진 채 공백기를 보냈기 때문인지, 그는 우선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데 집중해야 했던 것 같다. 『untitled_mix_series』라는 앨범 제목이나 오로지 숫자로만 제목을 붙인 『2017 Archives』의 트랙들을 보면, 마치 개인 폴더에 잠들어 있던 미완성 파일들을 마저 정돈한 뒤 공개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혹은 음악 그 자체로 새롭게 시작하되, 예술적 불꽃을 다시 지피기 위해 그러한 제목들을 빌려온 것일지도 모르지.


2024년, 그는 '에일리언 모드가 깔린 MMORPG 콘솔 게임 세계관'을 재구축하고 공고히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2017 Archives』는 『Club Tools』와 『euphoria tools』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각각의 발매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은 각각 EP 형식의 프롤로그이자 더블 싱글 형식의 에필로그처럼 기능한다.


전체적인 질감은 여전히 어느 정도 로파이 요소에 의지하고 있지만, 그는 Y2K 미래주의를 근간으로 삼아 팬들에게 익숙할 만한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으로 그 컨셉을 구체화했다. 따라서 초기 컬트 멤버의 음악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리스너라면 즉각적인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녹슬기는커녕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진화한 사운드를 목격하며, 그들은 당시보다 훨씬 더 큰 경외심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는 마치 모두가 자신의 귀환을 예상하고 축포를 터뜨린 것 같은 그 절묘한 타이밍에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복귀하자마자 공백기 전의 마지막 릴리즈였던 "U Weren’t Here I Really Miss You"가 Slowed + Reverb 형태로 바이럴을 탔기 때문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그가 즉시 해당 곡을 Slowed 버전으로 공식적으로 재발매한 것을 보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찬스로 여겼음이 분명하다.



| 트랜스로 향해

https://youtu.be/78lU1aetNAE?si=02Tc_VWY4EnaCmJ5



"U Weren’t Here I Really Miss You"는 단순히 바이럴 성공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커리어 초기부터 이미 트랜스 음악을 실험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곡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보컬 트랜스유로 트랜스를 전면에 내세운다. 우선 Mia Martina의 보컬 샘플을 활용해 팝적인 멜로디를 가미한 보컬 트랜스적 요소, 그리고 과거 MP3 플레이어, 블로그 배경음악, 라디오 광고,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 흘러나오던 특유의 유치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분위기를 재현한 유로 트랜스적 요소가 그것이다.


이러한 정서는 그의 Y2K 퓨처리즘 세계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블로그 하우스의 핵심적인 분위기로 작용한다. 이는 상업성과 키치함의 경계에 걸쳐 있는 묘한 오락성을 자극한다. 사실 당시 그의 의도가 단순히 유포리아나 엑스터시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입부에 플레이스테이션 2 구동음 같은 효과음을 삽입한 것을 보면, 분명 서브컬처적 향수를 매개로 당시 십 대들이 공유했던 유대감을 겨냥했을 테니까. 그 시절을 상징하는 애니메이션인 블리치의 명장면들이 이 곡의 AMV로 자주 쓰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https://youtu.be/1m0PcZFR3fU?si=u4j3dJ7H5brGM3Ob


이러한 열렬한 반응이 당시의 트랜스 리바이벌 흐름과 완벽히 일치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그가 음악적 궤적을 어떻게 틀어야 할지에 대한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음은 분명한다. 특히 TDJ와의 즉각적인 협업은 그가 트랜스라는 장르에 확고히 깃발을 꽂았음을 방증한다. 현재 그녀는 이 장르의 '퀸'으로 추앙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더 깊이 파고들자면, 그녀 본인은 물론 그 누구도 그녀의 트랜스를 향한 광적인 사랑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키우는 반려견의 이름이 Tiësto라는 점만 봐도 모든 게 설명되지 않겠는가?


다만, 그녀는 Y2K 퓨처리즘을 주요 셀링 포인트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스타일링이나 뮤직비디오에서 미학적 요소를 가끔 차용하는 정도다. 사실 그녀는 90년대 클래식 사운드를 포함한 트랜스의 황금기 그 자체를 순수하게 사랑할 뿐이다. 그녀의 HÖR 라디오 셋을 보면 모든 시대와 서브장르를 아우르는 트랜스 트랙들을 큐레이팅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2000년대 유로댄스나 2010년대 프로그레시브 스타일의 곡이 나올 때 우리가 유독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그 세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 역시 열 살 때 티에스토에 빠진 전형적인 Y2K 키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리바이벌 열풍 속에서 그녀와 우리의 주파수가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녀의 시그니처 프로젝트 시리즈인 『SPF INFINI』에서 그녀는 거대하고 황홀한 심포지엄을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유포리아 상태 속에서 누군가는 이면에 깔린 막연한 슬픔을 감지하기도 한다. 우리가 트랜스가 주는 해방감의 목적을 견디기 힘든 감정이나 삶 자체로부터의 도피라고 여기는 것은, 아마도 그런 정서가 음악 안에 자연스럽게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트랜스의 본질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일종의 희비극적 미학에 가까워지며, 결국 환희와 고독 사이의 경계는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Cult Member가 그녀와 트랜스를 둘러싼 이 두 가지 핵심적인 감각 모두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는 TDJ의 오리지널 트랙 중 "Where Is My Angel"을 리믹스했는데, TDJ는 이 곡에 대해 비트의 템포를 늦춰서라도 삶의 명료함을 찾아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맥락은 앨범의 인트로이기도 한 이 곡을 상대적으로 무겁고 어둡게 들리게 한다. 물론 클럽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춤추느라 이 곡의 분위기를 절박하게 느끼기보다는 세련되고 반가운 느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어쩌면 네온빛 워프를 통과하며 천사 같은 여주인공을 찾아 떠나는 판타지 어드벤처 게임 속의 자신을 상상할지도 모르지. 결과적으로 컬트 멤버는 자신을 인도해 줄 그 천사를 찾아낸 듯 보인다. 비트를 절제하면서도 보컬을 극도로 정교하고 몽환적인 질감으로 울려 퍼지게 만든 그 천상적인 프로덕션을 보면 말이다.



| New Life

https://cultmembr.bandcamp.com/album/new-life


그 천사가 창작자에게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장으로의 이동을 알린다. 이러한 변화된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마침내 차기 정규 앨범 『New Life』의 주력 사운드로 트랜스를 선택했다. 이 변신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어서, 그가 그토록 오랜 시간 하우스 음악을 통해 구축해온 독특한 공간들이 오직 이 순간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전에 그가 Y2K 퓨처리즘에 기반한 판타지 세계의 맵을 그리는 데 집중해 왔다고 전술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은 전적으로 인터넷 문화에서 파생된 시각적 컨셉에 맞춰 렌더링된 사운드스케이프였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외계인이 아닌 빌딩이나 새벽녘과 같은 일상적인 요소들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리고 우리는 TDJ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그가 삶에서 실제로 느꼈을 개인적인 감정들을 그의 새로운 사운드로부터 유추하여 이 공간에 투영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일상과 생명력을 생생하게 재현함으로써 하이퍼리얼리즘의 가상 세계로 채워진 이 공간은, 단순한 사운드스케이프 이상의 기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의 작업물들이 『New Life』를 위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예비적 단계였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본다면 왜 『Ethernet』이 데이터베이스로 묘사되었는지, 그리고 왜 『2017 Archives』가 언제든 새로운 프로젝트에 기존 방법론을 즉각 참조할 수 있도록 돕는 아카이브용 툴로 간주될 수 있는지 납득될 것이다.


그간의 각 컨셉들이 일종의 베타 테스트 모드였다면 그 모드들은 자체적인 컨셉의 특성을 제외하면, 외부의 소스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과 같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전 작업들의 맵은 일종의 돔과 같았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폐쇄된 구조를 유지했다. 판타지는 그의 시그니처인 atmospheric한 질감에 의해 철저히 내부적으로 구축되었고, 이는 조성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설령 모드가 외부 소스에 출처를 두고 있을지라도, 그것은 컴퓨터 너머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요소들까지 포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 렌더링된 그래픽은 훨씬 더 생생하며 Life, Perfume, Denim, Air와 같은 단어들을 직접적으로 끌어안았다. 이 위-일상적 세계는 관객과 훨씬 더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한다. 마치 일본의 학원물 드라마처럼, 일상적인 나날들 속에서 비일상적인 경험을 추출하여 더욱 미묘한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만약 이것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된 세계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러한 순간들을 그저 스쳐 지나가고 곧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세계는 트랜스라는 초월적인 언어를 통해 이 신비로운 감정을 생생하게 시각화하여, 우리 앞에 영구히 전시해 두었다.


한편 트랜스의 언어는 필연적으로 확장적이다. 물론 많은 경우 하우스처럼 일정한 리듬 패턴을 따르며, 특히 딥 하우스의 패턴을 하나의 틀로 사용한다. 하우스는 보통 전통적인 댄스플로어에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신스 라인과 멜로디가 그 틀 안으로 수렴하거나, 적어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트랜스가 추구하는 정서는 유포리아 해방이기에, 끊임없이 위로 솟구치고 밖으로 퍼져나가려 한다.


한마디로 외향적이다. 따라서 "Numbed"에서 볼 수 있듯이, 패드 사운드는 분명 이전처럼 atmospheric한 잔향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더 이상 돔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 갇힌 채 표류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마치 바깥 공기나 새벽녘을 만나려는 듯, 끊임없이 확장되는 뉘앙스를 뿜어낸다.


하지만 Cult Member의 트랜스가 전통적인 트랜스에서 흔히 연상되는 MDMA식의 환각을 노골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삶의 활력이다. 이 고양감은 포스트 휴먼적인 초월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FKA Twigs의 『EUSEXUA』처럼) , 앨범 제목에 충실하게 청자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와 축복을 불어넣어 준다. 이는 오프닝 섹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그것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마치 온 신경계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듯한 각성 상태와도 같은 벅찬 기쁨이다. 그 감각은 나를 짓누르던 우울의 찌꺼기들을 모두 씻어내고, 완전히 상쾌해진 상태로 거리로 나서게 만든다.



| 아웃사이더 트랜스?


트랜스의 핵심인 고양감은 Cult Member 특유의 atmospheric한 본성과 만나 아주 독특하고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이는 사운드의 능동적인 확산이 반드시 업리프팅한 분위기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특히 드럼이 배제된 앰비언트 전개로 펼쳐지는 "September" 이후의 구간은 이러한 사유를 자극한다. 이런 이유로 누군가는 이 작업물을 명확히 앰비언트 트랜스로 분류한다. 실제로 이전의 하우스 작업물들에 비해 댄서블함이 덜하고 훨씬 서늘하니까. 어쩌면 그는 아직 행복을 정면으로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극단적인 대조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기묘한 역설이다. 트랜스의 사운드는 방사형이며 본질적으로 외향적인 장르다. 하지만 컬트 멤버는 그 페르소나나 음악 모두 깊이 내향적이다. 게다가 앰비언트는 본래 정적인 형태로 정해진 경계 안을 표류하는 사운드에 집중하는 장르다. 우리가 앰비언트를 배경음악으로 인식하는 것은 원인이기도 하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때조차 무모하게 주의를 끌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이 작품의 온도와 속도를 조절하며, 자유분방하면서도 신중하고, 외향적이면서도 내향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트랜스 리바이벌 씬의 다른 아티스트들과 달리, 컬트 멤버는 화려하거나 과도한 자극을 주지 않는다. 그가 EDM의 과잉에 반기를 들며 등장했던 DIY 아웃사이더 댄스 뮤지션들과 닮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전술했듯, 이 기이한 선구자들에게서는 때로 개인적인 방 안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내향적인 성질이 느껴지곤 했다. 예컨대 "September"는 자연스럽게 Huerco S.의 『For Those Of You Who Have Never』를 떠올리게 한다. 꾸밈없는 자연과 현실 세계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유기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동시에 한적한 가을 공원에서 홀로 생각에 잠긴 순간처럼 고독하고 쓸쓸하다. 한편, 들쑥날쑥한 곡의 길이나 갑작스러운 멈춤,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 전환 같은 전위적이고—혹은 아마추어적인—특성들은 그의 새로운 트랜스를 더욱 아웃사이더적인 관점에 뿌리 내리게 한다.


이러한 역설적인 접근과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금까지도 "U Weren’t Here I Really Miss You"는 그가 노골적으로 업리프팅한 트랜스 음악을 만든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그가 얻은 화제성은 단지 신선한 영감의 원천이었을 뿐, 다음 행보를 결정짓는 이정표는 아니었다. 그는 동세대 대중을 열광시킬 제2의 유로 트랜스 히트곡을 복제할 생각이 없으며, 자신의 예술적 행보가 하나의 밈으로 전락하게 둘 마음은 더더욱 없어 보인다. 그는 여전히 힙스터이자 너드로서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지만, 오로지 인터넷 세상 속에만 머물겠다는 생각은 이미 버린지 오래다. 결국 이번 앨범을 통해 그가 의도한 바는, 철저히 생생한 삶의 경험과 반추에 기반하여 일상의 특별한 순간들을 재현해 내는 것이다.



| 그에게 유포리아란

https://cultmembr.bandcamp.com/album/euphoria-tools


트랜스의 어법상 유포리아로 정의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보여주는 독특한 세계는 장르의 일반적인 정의와는 사뭇 다르다.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세계는 어떤 메커니즘 위에 세워졌는가; 그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리고 그가 정의하는 유포리아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논의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그의 새로운 세계는 과거의 전형적인 Y2K SF 설정들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우리가 환상 속에 길을 잃게 두는 대신, ‘지금, 여기’에 살아있다는 감각을 만끽하도록 분명하게 인도한다. 이는 우리의 에너지를 해방하고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도록 독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난해한 언어나 아웃사이더로서의 정체성을 버릴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사실 그는 트랜스를 통해 이를 완전히 구현하기 전부터 이미 유포리아라는 개념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 기원은 일년 전의 『Euphoria Tools』로, 혹은 댄스 음악 씬에 데뷔했던 『Euphoria CD Baby』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전자는 이미 앰비언트 트랜스라 부를 만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고, 후자는 애시드 테크노 스타일에 유포릭한 감성을 주입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유포리아를 현실과 동떨어진 애시드의 렌즈를 통해 해석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후자의 제목이 『Club Tools』에 대한 대조적인 응답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한된 댄스 공간에 평생 안주하기보다 탁 트인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그의 갈망이 엿보인다. 따라서 그에게 유포리아란 닫힌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 즉 열망 그 자체다.


여기서 닫힌 구조란 단순히 클럽이나 퓨처리즘 판타지 정서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모호한 의미들로 정의되던 2010년대 레프트필드의 영역, 특정 질감의 유행이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던 인터넷 하우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은둔을 강요받았던 개인적인 상황들까지 포괄할 수 있다. 만약 이 모든 요소의 뿌리에 도피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마지막 트랙인 "Cold Air"에서조차 맥박을 멈추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는 리듬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묵직하고 가라앉은 냉기로 가득 찬 이 곡은 또 다른 타이틀곡인 "Chill"의 분위기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것이 바로 그의 유포리아가 반드시 현실 세계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만 하는 이유다. 그에게 트랜스는 황홀경이라기보다 오히려 투지에 가깝다.


이 어지러운 격변 속에서도 그의 의식은 흐릿해지지 않고 오히려 명료해진다. 그는 세상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위로 솟구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의 새로운 음악과 그가 말하는 새로운 삶을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탐구를 위한 감상 - 컬트 멤버(미디엄 번역본) (完)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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