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색

훌훌훌훌

by 수수


알밤나무 아래에 가면 미술관에 온 듯

밤송이가 보면 볼수록 예쁘다 예쁘다

송이송이 너무나 예쁘다고 감상줄만

소란스럽게 줄줄이 늘어놓았는데

괜스레 죄송스레 사설이 씨나락처럼 많다


오른쪽으로 메면 왼쪽을 물어뜯고

왼쪽으로 메면 오른쪽을 물어뜯는

모락거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모기향통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천재모기씨랑 종일 실랑이를 한다


무릎이 닳는지도 모르고

반짝반짝 자루에 담아내는

노부부의 수고를 뼈저림을

천재모기씨는 그날그날을

목숨을 다하여 검붉은 피를 머금고서

또렷이 몸으로 기억으로 알고 있다


뼈저리게 아는 것을 다가가

소리쳐서 전달할 수 없어

몸으로몸으로 말하고 싶어서

이리저리 여기로저기로 다니다가

초콜릿색 흙바닥 여기에서 저기에서

마른 형체들이 즐비즐비즐비하다


제때를 모르는 철부지는 해마다

노동의 계절 속에 있다

철부지야, 철부지야. 감상도 감상평도 좋지만

가을은 지금도 땀냄새를 바람결로 보낸단다

도시 구석구석까지 뾰족하고도 서늘해진 밤바람으로 훌훌훌훌 털고 날리면서

천재모기씨를 대신해서 알려주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