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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몬 Sep 30. 2023

舞衣島, 無衣島

바다 위를 걷는 하나개 해수욕장 데크

이번 추석 연휴 첫날 무의도(舞衣島)에 갔다. 무의도 이름은 섬의 생김새가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장수가 칼춤을 추는 모습과 같다고 붙여졌다는 설과 여인의 춤추는 모습을

닮아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無衣島로 기록하기도 했다고 한다.

現 행정동은 용유 舞衣洞이다. 주민은 약 850명.

 

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무의도와 강화도가 그나마 가까워서 가고 싶으면 백팩

메고 바로 떠날 수 있어 너무 좋다. 무의도와 강화도는 내겐 아주 중요한 곳이다. 고민거리

가 해결 안 될 때, 생각이 정리가 안될 때, 우울할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이유 없이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바다만 보고 걷고 싶을 때, 아내와 다툰 후 혼자

있고 싶을 때 강화도나 무의도에 간다. 일정 맞는 친구 없으면 혼자가도 좋다.  


섬에 가면 바다가 머릿속의 오만가지 앙금과 걱정거리와 우울감을 씻어내주고 정갈하게

채워준다. 우울했던 부정적 감정도 줄어들고, 막연했던 생각이 정리되며, 아무런 생각 없이

바닷가를 걸으면 복잡했던 일의 실마리도 어슴프레 잡힌다. 걷기 싫으면 숲 속 언덕에서

해안가 보이는 곳을 찾아 가만히 바다의 물길만 보고 있어도 미리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나

잡생각이 사라지고 머리는 비워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때가 밀물이 되어 제법 언덕

밑에까지 차 오는 게 보인다.(서해는 간조와 만조가 6시간 간격으로 있어서 하루 4번

밀물과 썰물이 바꿔지므로 해변가에 가지 않는 것이 상책. 매일 다르지만 보통 오전 11

시쯤 밀물이 시작됨)   


이번 무의도행은 애초에 나와 친구 둘이 강화도로 가기로 했다가 강화도로 가는 인천공항

고속도로로 접근하면서 전광판에 추석명절기간 통행료 면제라는 전광판을 본 친구가

무의도로 가는 게 좋겠다고 즉석 제안해서 의견일치, 무의도로 급변했다. 나와 친구들은

매주 토요산행을 하지만 무의도는 접근성이 나빠 토요 산행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무의도 가기 딱 좋았다. 출발 시간도 9시이고 추석 전날이니 관광객도 적어 조용히 바다

를 느끼고 산행을 할 수 있을 터였다.


우리는 영종대교를 지날 때쯤 무의도 산행계획을 합의했다. 무의대교를 지나 하나개

해수욕장 무료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해수욕장옆에 끼고 바다 위에 설치된 해상관람데크를 지나 데크 끝에서 호룡곡산으로 올라가서 간식과 막걸리를 마시고 다시 하나개

해수욕장 쪽으로 내려오면 네 시간 정도 걸리도록 계획했다.


무의대교를 지나 하나개 해수욕장이 가까워지자 차들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아니 추석 전날 음식 준비하고 집안일로 바쁠 텐데 웬 차들이 여름휴가 때처럼 많지???

그나마 10분 정도 지체하면서 주차를 하고 우리는 하나개해수욕장을 끼고 해상관람

데크로 가는데 무의도 정상인 호룡곡산으로 가는 안내판이 나왔다. 바로 호룡곡산으로

가기로 했다. 산을 오르며 땀을 먼저 흘리고 간식 먹고 내려오는 길에 해상관람 데크로

오며 바다를 즐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하나개해수욕장엔 초가을이지만 햇빛이 뜨거웠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들어가지 않고 우회해서 호룡곡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6개월간 산행을 안 했더니 다리힘이 부실 해서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친구들과 보조는 맞출 수 있었다. 산에 올라서 먹는 음식은 다 맛있다.

나는 호두, 치아바타 샌드위치, 막걸리. 다른 한 친구는 장기인 달걀 반숙, 김밥, 막걸리.

운전한 친구는 간식을 면제해 줬는데 커피를 가져왔다. 치아바따 샌드위치를 내가 집에서

만들었다고 하니 친구 둘이 재료와 구입처를 자세히 묻는다. 집에 있으면 내가 밥을 찾아먹고 간단한 건 내가 만든다고 말했다.

두 친구가 거의 동시에 " 이제야 네가 밥 차려 먹냐? 지금까지는 마누라한테 밥 차려달라고

했나? 야~간 크네"라고 놀린다.  

둘 다 직장 따라 집 떠나서 살아봐서 밥, 반찬, 찌개는 기본이고 간단한 먹거리는 레시피

보고 만들 수 있단다. 정년퇴직 하기 전부터 스스로 밥 차려먹는 건 기본이란다.

" 요새는 마트 가면 밀키트가 너무 잘 나와서 먹고 싶은 것 사와 끓이기만 하면 된다.

니도 이제 정신 차려라. 잘못하면 쫓겨나서 시설로 가야 된다." 하길래 웃음이 터졌다.

'마누라 말 잘 안 들으면 시설보내버린다'는 말이 요즘 농담으로 퍼진단다.

무서운 세상인데 나만 몰랐다~~


웃고 떠들다 친구가 콘서트에 관해 이야기 좀 하잔다.

토킹 수준이 격상되어 10월 14일(토) 양평, <2023 살롱음악회 DUO A&U 콘서트>.

오페라단장인 친구가 음악회 팸플릿을 꺼내어 설명을 한다. 친구는 관심 없어 듣고만 있다.

콘서트 참가회비는 7만 원, 정찬과 와인제공. 정원 60명이다. 나는 와인과 정찬의 퀄리티를 클래식콘서트에 걸맞게 깔끔한 음식을 강조 했다. 정찬은 시식을 했는데 좋았다며 와인

선정과 사진 촬영을 나더러 맡아달란다. 공연사진은 삼성휴대폰으로 찍고  포토샵으로 보정해서 단장에게 보내면 오페라 사이트와 SNS에 사용하기로 했다. 콘서트 진행과 가격을 감안하여 2만원대 캘리포니아 진판델 와인 , <쁘띠쁘띠>  추천했다. 어느새 막걸리 병도 바닥나서  하산을 해야 한다.



산행은 즐겁다. 특히 바다와 산을 동시 즐길 있는 산행은 최고다.

바다의 무한대 같은 용과 비어냄, 파도의 때림, 산의 맑은 공기와 심신 정화, 눈으로 보는 연의 순환과 인내가 주는 삶의 경건함,

친구와의 깔깔거림과 간식, 즐거움다.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주차장에 도착하니 들어오려는 차,나가려는 차로 혼잡하다.


다행히 무의도에 일찍 와서 출입구에 주차한 덕에 십 분만에 하나개 해수욕장 주차장을

일찍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주차장을 만들지 못할까. 몇 년 전을 되돌아보니 잠진도에서 배를 타고 무의도에 왔을 때도 하나개 해수욕장에는 이 주차장이 있었다.


문제는 논바닥에 만든 주차장을 확장, 포장을 못한 것이다. 무의도에 연육교를 만들어

달라는 청원은 이미 1990년대부터 있었다.

아니 그 보다 훨씬 이전인지도 모른다. 그 후 무의대교 공사 계획 발표, 개통 등 그 긴  기간 동안 주차장 확장을 못하다니.

매년 하나개해수욕장 주차장은 논의 흙바닥 상태였고 그마저 면적이 부족하니 들어오는

차들이 밀려 무의대교 지나면 차량 정체가 시작되는 것을 수년 째 보고 있다.

주차장 부지는 확보되어 있는데 땅 고르기 하고 콘크리트 치고 주차구역 긋는 게 수년  걸리는 일인가. 친구(토목 전공)가, 이런 일은 한 달이면 끝날 일인데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이상하단다.


2020년 9월에 무의대교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인천공항 1 터미널에서 자기 부상열차를 타거나 1 터미널 3층 7번 게이트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잠진도에 내려 배를 타고 무의도로 가야 했다. 잠진도에서 무의도까지 배 타는 시간이야 채

십 분이 안 되지만 섬에 들어간다는 기분과 배에서 갈매기 떼와 노는 재미가 있었다.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지면 갈매기가 번개처럼 날아오면서 떨어지는 새우깡을  물어가거나, 손가락에 새우깡을 부리로 물어간다. 희한하게도 갈매기는 나의 손가락을 물지 않고 정확히 새우깡만 부리낚아채간다. 갈매기떼가 날아오르며 새우깡을 부리로 낚아 채가는 짜릿한 공중 묘기를 더는 볼 수 없다.

무의대교가 생겨도 차량정체가 너무 심하니

관광객  입장에선 차라리 배타고  오며 갈매기와

노는게 더 낭만적이고 더 나을  것 같다.


                       < 무의도 총석정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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