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몬 Jul 26. 2023

60대에 디지털 노마드되기<22>

서울중부기술교육원 웹콘텐츠과정 수료식

   2023.7.14(금),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의 웹콘텐츠디자인과정 수료식을 하는 날이다. 서울중부기술교육원은 서울시 산하 교육기관이며 직업훈련원 같은 교육기관이다. 수강료, 교재비 등 모든 학비 무료이며 교육내용도 매우 충실해서 전문 교육기관이나 유료 학원 강의 내용보다 못하지 않다. 중식도 무료다.

그런데 입학 경쟁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원인을 나름대로 추측하자면 재직자나 주부, 심지어 백수도 5개월 간 전일제로 학습할 여건을 갖추긴 만만치 않을 것 같기 때문이 아닐까. 더욱이 입학 후 중도 퇴교자는 앞으로 2년 간 입학이 제한되므로 지원하려면 본인의 결심이 확고하고 여건도 확실해야 한다.   


서울에 살며 무료 교육 혜택은 처음이다. 거기다 5개월+5개월 무료 교육 혜택이라니 신기하고 고맙다.

10개월간 빠짐없이 출근해서 저녁 6시에 귀가했다. 나는 규칙적 생활을 하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온라인스토어를 제작하는 디지털 디자인 기술을 배웠다.

10개월 동안 모임 참석 중단, 친구들과의 술 모임, 회식, 여행, 유흥은 일체 자제했다.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가져본지도

수 십 년 만의 일이다.

교육에 집중하는 것 외에 한일이라곤 브런치에 <60대에 디지털 노마드 되기>를 쓴 것과 가끔 아파트 뒷산에 간 일뿐이다. 나쁜 일도 있었다. 종일 모니터를 보느라고 눈이 더 나빠졌고, 오랜 시간 잘못된 자세로 PC 앞에서 작업을 하다 허리 디스크가 삐져나와 한 달간 통원 치료했다.




주임교수와 수료식 전까지 몇 번 상담을 해서 나의 진로를 결정해야만 한다.  

창업자들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하는 것이 국룰이다. 영업 아이템을 <향수>로 정했다.

왜 향수로 정했느냐고 지교수님이 묻기에, 내가 좋아하고, 향기산업은 느리지만 성장 산업이며, 앞으로 공부를 하면서 향기산업을 확장하고 싶다고 몇 가지 부연 설명을 했다.

듣고 나서 교수님은 "향수를 아이템으로 하신다기에 그건 안된다고 말리려 했다. 선생님 설명을 듣고 향수를 시작하셔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경쟁이야 어떤 제품도 다 치열해요."

스토어 이름은 미리 내 맘대로 지었는데 지교수님이  수정을 권해서 <SCENT(향) MAKER>로 정했다.

로고와 배너, 명함도 몇 번 개선해서 사용해도 좋겠다는 의견을 받았다. 상담 말미에 스마트 스토어 URL을 우리 과 밴드에 등록하라 했다.

URL의 이름은 교육 초기에 내 멋대로 <simongood>으로 이미 등록했기에 후회막급이었다.

우리 과 밴드에 등록했다. 최초의 공개인 셈이다.


PC : http://smartstore.naver.com/simongood 

Mobile : m.smartstore.naver.com/simongood


  


   

    5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두 번 되풀이하면서 내가 평생을 경험했던 전자 디스플레이 산업의 하드웨어 지식과 그 후의 상가개발의 기술과 운영에 관한 경험은 그 상태에서 멈췄다. 그

대신 온라인 디지털 지식이 채워져 갔다. 홈페이지를  제작한다던가, 포토샵과 일러 스트레이터를 활용하여 온라인 스토어를 내 손으로 만들고 포스터, 배너, 로고, 제품의 이미지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고작 10개월 버벅거리며 배운 왕초보 주제에 말이 많다 하겠지만 수 십 년간 앞선 사람들이 만든 것을 보기만 하다가 늦게라도 내가 직접 만든다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비록 그 기능을 실무에 사용하려면 아직 유치하지만

내 손으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10개월 간 고생하며 받은 선물이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수십 년 전부터 활동하는 무한한 가상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이 내게 생겼다는 것은 여러모로 기분 좋은 일이다.       


이제 수료를 하면 5개월 간 오전 9시 이전에 전자출석부에 지문 찍고, 오후 4시 30분에 수업 종료 지문을 지겹도록 찍던 일도 끝이다. 이제 수업이 아주 없어지는데 정말 좋을까?

수료일을 하루 앞두고 이제야 실감이 나는지 학생들끼리 한 마디씩 했다.


내일이 벌써 수료일이네 수업이 끝이라서 너무 아쉽다, 와 벌써 5개월이 지났어 빠르네.

아 5개월 간 뭐 했지, 해놓은 게 없는 것 같은데 아쉽다.

5개월 빨리 지나가네. 과제 연습한 것 보니 한심하기도 하고... 좀 더 해서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데..

우리 다들 열심히 했어요. 수료 후에도 서로 연락하며 지내요.


수료식에는 지도교수인 <디자이나 맘> 교수님과 교육생 30명 중 15명이 참석했다.

교수님이 수료증을 증정하고 모범교육생 상장과 상품을 수여했다. GTQ1급 자격시험의 만점자

를 소개했다. 우리 과 전원이 GTQ1급 또는 2급에 합격했다는 발표에 다들 손뼉 치고 환호했다.

수료식이 끝나고 맞춘 떡과 케이크와 다과를 간단히 차리고 집어 먹기 좋은 위치를 잡아 스탠딩 다과회를 했다. 며칠 전부터 책걸이를 한다며 반장과 몇몇이 며칠간 회비 걷고 떡 맞추고 수고가 많았던  같다.


다과회가 시작되고 15명이 교육을 마치면서의 소회를 말했다. <디자이너 맘> 지도교수님이 먼저 소회를 말했다.  

"수업에 열심이었고 잘 따라와 줘서 고맙습니다. 여러분 모두 하나같이 열심인 분들은 저는 처음 봅니다. 제가 포토샵 강의를 십 년째하고 있지만 정말 여러분처럼 열정과 학우애로 똘똘 뭉쳐서 훌륭한 학업 성과를 이룬 과정은 처음이며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진심입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수업이 학교나 교육 기관에서의 마지막 수업이 될 것 같아서 너무 감동적이며 제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아요. 여러분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5개월 간 짝꿍에게 산세를 져서 고맙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 짝꿍이 그동안 많이 가르쳐주고 격려해 줬어요. 고마워요, 짝꿍이 없었다면 난 진작 그만뒀을 거야'

' 내일부터 안 나오려고 결심하고 짝꿍에게 마지막이라 인사했어요. 짝꿍이 내 손을 꼭 잡고 나도 그만 두려 했는데 포기하기 억울해서 매일 악착같이 버티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같이 끝까지 공부해요라며 나를 잡아준 제 짝꿍에게 감사드려요'

' K 선생님, 정말 모르는 것 물으면 개인 지도처럼 가르쳐 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수업을 끝까지 따라왔어요. 감사합니다.'

' 반장님 그동안 우리 반을 위해 애써주셔서 고마워요'

' OO님, 제가 많은 질문 했지만 한 번도 싫은 내색 없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 언니 내가 도저히 못해서 포기하려 할 때 꼭 붙잡아줘서 고마워요'

' 주책없이 많은 질문을 하는 나이 든 나를 잘 가르쳐 준 젊은 짝꿍 덕분에 졸업해요, 고마워요'.

' 저도 포토샵 포자도 모른 채 입학해서 그만 수업을 못 따라가서 그만둘까 몇 번이나 생각했어요. 그때마다 옆에서 화내는 기색 없이 친절히 가르쳐 주고 도와주신 남자 선배님들과 동료들이 있어서 수료를 하게 됐습니다. 뭐라고 감사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고맙습니다'(눈물이...)


교육생 모두 3분 교수님들에게 감사 말씀을 드렸다.

'<디자이너 맘> 지은영교수님, 수료식에는 오지 못하신 <Make a Hit> 허소영교수님과 기능 올림픽 한국대표팀 감독 김정현박사님! 열성적인 교육으로 교육생 모두를 그래픽 디자이너로 성장시킨 세 분 선생님 들게 너무 감사드려요!! '

' 수업 처음부터 끝까지, 마지막 한 명까지, 학업을 이루도록 챙겨주신 <디자이너맘> 교수님과 허교수님, 김박사님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정말 그 열정과 엄청난 실력, 감동적입니다!!'


내 차례가 와서 기억하고 있는 지교수님의 말로 대신했다.

" 저도 거의 컴맹인 데다 토포샵이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려 했는데 지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했어요.

  ' 포토샵을 처음 하는 사람들은 어려워서 포기도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포토샵은 그림이나 다른 예술과는 달리 그렇게 많은 재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노력만 하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고 보상도 따라옵니다. 그리고 힘들다 하지만 저는 두 아이를 기르면서 포토샵을 강의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며 유튜브 강의까지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아는 것 모두 열심히 가르칠 테니 우리 힘내서 같이 배워요'

이 말씀으로 버텼어요. 감사합니다"


이번 교육은, 내가 전혀 아는 게 없는 분야가 많다는 것, 배움에는 끝도 없고 나이도 없다는 것을 다시 일깨웠다.  

포토샵 프로그램은 내게 새로운 취미와 일을 만들어 주고 있다.  

오늘까지 스마트 스토어에 향수 8가지를 상품등록했다. 갈 길 멀지만 한 걸음을 딛는다.


온라인스토어 URL입니다.

#Mobile : m.smrtstore.naver.com/simongood

#PC : http://smartstore.naver.com/simongood



작가의 이전글 60대가 디지털노마드 되기(2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