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똘똘한 한 채”는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한국인 삶의 가치관과 욕망이 응축된 상징이자, 집단적 불안과 사회적 비교 심리가 투사된 거울이다. 집은 더 이상 ‘사는 곳’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자산’으로, 나아가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지표로 자리 잡았다. 이 현상을 철학적으로 성찰해 보면, “똘똘한 한 채”는 한국인의 근대적 경험, 물질주의적 사고, 그리고 존재론적 불안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드러난다.
집의 전도: 사용가치에서 교환가치로
집은 원래 주거라는 사용가치를 지닌다. 그곳은 삶의 추억과 경험, 루틴과 에피소드가 켜켜이 쌓이는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집은 점차 교환가치—즉 가격과 투자 수익—에 종속되었다. 마르크스가 말한 ‘상품의 물신화’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집은 삶의 배경이 아니라, 부의 축적과 계급 이동의 도구로 전도되었다.
흥미롭게도, EBS <골라듄다큐>에서 소개되는 집들은 이런 흐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등장하는 주택들은 획일적인 아파트가 아니라, 집주인의 개성과 창의성이 담긴 공간이다. 특이하고 심미적이며, 물질적 가치보다는 관계와 생활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집들은 ‘투자 대상’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서의 집의 의미를 회복시킨다. 이 집을 짓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요즘 세상 기준으로 보면 순진하거나 철없는 것처럼 보인다.
불안의 시대와 안전망으로서의 집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주택 소유율에 집착한다. 이는 단순한 투자 심리를 넘어, 집이 곧 안전망이라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불안정한 고용과 제한된 복지 속에서 노후 보장, 자녀 교육, 사회적 체면까지 모두 집 한 채에 투영된다. 그러나 이러한 집착은 때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같은 행태로 이어지며, 인간성마저 금융 논리에 예속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사회적 욕망과 비교의 덫
“똘똘한 한 채”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욕망이다. 그것은 나의 필요에서 비롯되기보다 타인의 시선과 비교 속에서 형성된다. 한국인은 특히 사회적 비교에 민감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남의 성취를 곧바로 자기 삶과 견주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최근 ‘벼락부자’와 대조되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남 3구에 아파트를 소유한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그곳의 가격 변동은 전국적 흥분과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개인의 삶과 무관한 비교 자극이 사회 전체를 집단 편집증 상태로 몰아가는 전형적 사례다.
화폐의 탈색 기능과 가치의 환원주의
한국인의 배금주의는 모든 것을 화폐로 환원한다. 예술, 문화, 지식과 같은 비물질적 가치마저 가격으로 평가된다. 화폐는 사물의 고유한 색깔과 촉감을 지워버리고, 모든 것을 숫자의 크기로 줄 세운다. 집 역시 거주자의 경험과 이야기를 담는 삶의 공간이 아니라, 오직 가격과 수익률의 표상으로 변한다. 이러한 환원주의는 인간의 다양성과 존엄성을 훼손한다.
모래탑 위의 욕망
주택이 고가의 재화이기에 화폐적 가치와 투자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값비싼 주택 소유 자체가 인생의 최고 목표가 되고, 사회적 서열의 절대 기준이 되며, 심지어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착하는 현상에 대해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은 돈에 대한 집단적 욕망으로 쌓아 올린 모래탑과 같다. 겉으로는 견고해 보이지만, 실상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 위에 놓여 있다.
비교를 멈추고, 주체적으로 살아가자
집을 화폐 가치로만 평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은 삶의 무대이며, 개인의 경험과 추억, 일상의 에피소드가 켜켜이 쌓이는 터전이다. 중요한 것은 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의 필요와 선호에 따라 집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
• 비교의 중단: 끊임없는 상향 비교는 행복을 갉아먹는다. 강남 3구의 가격 상승처럼 나와 무관한 비교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고, ‘현실적 자기’(actual self)에 만족하고 ‘이상적 자기’(ideal self)를 점진적으로 추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 사회적 거리두기: 과도한 집단적 관심과 경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정신적 평안을 지킨다. 타인의 소유와 서열에 매몰되기보다, 내 삶의 리듬과 공간에 집중하고 타인과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집을 선택할 때 사회적 서열이 아니라, 나와 가족에게 의미 있는 사용가치—편안함, 좋은 전망, 직장과의 거리, 자연 접근성, 이웃 관계—를 우선해야 한다. 내 삶을 규정하는 기준은 사회적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가치여야 한다.
이러한 태도를 실천할 때, 우리는 “똘똘한 한 채”라는 신화와 부동산 집단 편집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집은 더 이상 숫자와 서열의 굴레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가꾸는 터전으로 회복될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비교와 집착을 멈추고, 자율적 가치에 따라 집과 삶을 다시 설계할 때 시작된다. 더 나아가 집을 비롯한 모든 사물을 가격이라는 단일한 잣대가 아니라, 그 고유한 본질과 다양한 특성을 존중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리의 삶은 더욱 깊고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