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는 혁신이 아니라 많은 피로감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어딜 가도 누구를 만나도 AI를 빼놓고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초부터 'AI 도입 준비 설문조사 항목'을 구성하여 현장에서 만나는 경영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AI 도입 준비 설문조사 항목'은 크게 ① 디지털 인프라 준비도 ② 혁신 및 통합업무 준비도 ③ 인적자본 및 조직역량 준비도 ④ 규제·윤리·운영체계 준비도로 나눠 각각 5개 항목으로 총 20개 항목으로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현장에서 과연 AI 활용의 의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진정한 AI의 혁신을 마주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진단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설문조사 데이터는 계속 쌓이겠지만, 현재까지 조사된 결과만으로도 흥미로운 결과가 있어 이를 일부 공유하고자 한다.
"최근 1년 내 새로운 업무 방식이나 도구를 도입·적용한 경험이 있다." 문항에 대한 답변은 4.1점으로 설문항목중 가장 높은 평균점수를 나타냈다. "업무 개선을 위해 데이터나 지표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는 2.8점으로 해당 영역에서 가장 낮은 평균점수를 나타냈다.
아마 응답자의 대부분이 생성형 AI 의 활용 사례가 있어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응답한 것으로 추론하며 대부분 이메일 초안, 회의록 요약, 보고서 문구 다듬기, 정보 검색 등에 머물러 있을것으로 본다. 반대로 평가 공정성을 높이거나, 채용 프로세스 개선하거나, 조직 만족도를 증대시켜 업무 효율성을 변화시키는 등 실질적인 개선사례에 대한 결과는 도구 활용과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 아직까지 중소기업 현장에서 AI 경험은 "개인 업무 도구" 일뿐 "조직 개선 도구"가 되진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업무 시스템(ERP, HR 시스템, 그룹웨어 등)을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항에 대한 답변은 3.9점인데 반해 "데이터가 개인 PC가 아닌 조직 차원의 시스템(클라우드, 서버)에서 접근 가능하다."에 대한 답변은 2.8점이다.
적극적인 AI의 활용을 위해서는 데이터 저장, 관리가 필수인데 시스템은 잘 활용하는데 데이터 접근성은 낮다는 뜻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거나 내부 시스템의 입력화면만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입퇴사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에게 클라우드 중심의 데이터 관리가 필수인데 반해 그렇지 못한 현실은 AI 격차를 더욱더 심화시킬 것이다. 아직까지 현장에서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의 통합 데이터 인프라는 존재하지 않고 각 담당자 PC의 엑셀 파일이 진짜 작업 환경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분석 도구나 AI 결과를 학습·적용하는 데 거부감이 크지 않다." 문항에 대한 답변은 3.9점인데 반해 " AI나 데이터 분석 결과를 업무에 적용할 때 IT팀이나 내외부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에 대한 답변은 2.1점, "데이터 분석 교육 혹은 AI 교육(온라인 강의, 사내 교육 등)을 받은 경험이 있다."에 대한 답변은 2.4점이다.
AI에 대한 거부감이 낮은 건 얼핏보면 긍정적인 신호같지만 협업과 교육이 낮은 점수를 나타낸 사실과 결합해보면 기존의 업무방식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일하는 방식의 본질이 바뀐다면 AI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외부 교육, 협업에 대한 니즈가 높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현실은 이와 반대를 나타낸다.
새로운 업무방식에 대한 경험과 저항은 상대적으로 낮은편에 속하지만 "AI 분석 결과를 의사결정에 활용할 때 최종 책임 주체가 명확히 정해져 있다."에 대한 답변은 1.8점으로 내부에서 AI의 활용과 AI를 활용한 의사결정의 관리주체는 정해진 바가 없다.
이는 조직의 체계화된 관리 없이 일부 변화를 받아드리는 똑똑한 직원 몇명이 개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 이 부분에서 경영진은 "AI 활용" 이라는 주문을 내지만 현장에서 주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AI 활용 가이드, 내부 운영절차, 편향성 문제 등 실무에서 진중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부분은 깊게 고민이 되지 않은듯 하다.
대부분의 조직은 "우리는 AI를 잘 활용한다" 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그렇지만 AI 를 활용해서 어떤 결과와 성과를 보여줬는지에 대한 답변엔 자신있게 응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써봤다"와 "활용한다"의 의미를 같이 해석해선 안된다. AI를 쓴다는 의미를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
"데이터를 구조화 하고 판단 기준을 세우고 책임 주체를 구체화 하며
의사결정 과정을 재설계 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AI를 활용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