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변화를 끌어올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필자가 전국 산업현장을 다니며 만나는 중소기업 대표들과 인사담당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고민을 토로한다. "변화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도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 속에는 변화에 대한 절박함과 동시에 막막함이 공존한다. 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가 등장한지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그 사이 글로벌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업무 프로세스에 통합하고 AI와의 대체가능성을 모색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아마도 인류역사상 가장 빠른 대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을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것에 집중하기보다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넘치는 노동력을 바탕으로 바닥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가며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미 완성된 토대 위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기술 변화의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되며 전통적 산업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변화의 속도 그 이상의 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정작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과거의 성공 공식에 매달려 있고 조직 문화는 경직되어 있으며 리더십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시점에서 휴넷 CEO 포럼 포사이트 코리아 2026은 변화 노력의 선두에 서 있다고 본다. 올해 포럼의 핵심 메시지 "피크코리아, 경영을 새로 쓰다"를 제언한 이유가 무엇일까? 새로 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현실적 진단이며 기존의 경영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투영한 것이 아닐까?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 시대 그 변화의 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핵심 과제다.
휴넷 CEO 포럼 포사이트 코리아 2026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피크코리아, 경영을 새로 쓰다." 이 문구가 단순한 마케팅 슬로건이 아닌 현실적 진단이라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2025년 6월 발표한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이 겪었던 "부채·인구·기술 세 측면에서의 구조변화에 직면한 삼각 파고가 중첩된 상황"과 놀랍도록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의 인구 변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하고 있고 2030년경부터는 취업자 수 증가규모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전망이다.
즉,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서 기업의 존재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함을 의미한다. 기존의 경영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이 바로 "새로 써야만 살아남는다"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과거의 경영방식에 얽매인 기업들이 앞으로 맞닥뜨릴 미래는 명확하다. 또 과거의 역할에 얽매인 조직 기능이 마주한 위기는 명확하다.
전통적인 HR 기능이 아닌 비즈니스 전반을 이해하고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는 HRBP 역할이 강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과거의 HR이 주로 채용, 급여, 평가와 같은 운영 중심의 역할을 담당했다면 앞으로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조직 전반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깊숙이 개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도입으로 어떤 직무가 없어지고 어떤 직무가 새롭게 필요해질지 판단하고 변화 속도에 맞춰 적시에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교육하는 일을 HR이 앞장서서 주도해야 한다. 또한 운영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 기업의 지속가능을 담보하고 시장에서 전략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자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굴해야 하는지 등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경영의 재설계'다. 그리고 이 재설계 과정에서 HR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조직 전체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포사이트 코리아 2026은 경영의 미래뿐 아니라 HR의 미래를 고민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포사이트 코리아 2026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트랙은 조직인사·리더십이다. 왜냐하면 이 영역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1) 연공서열 파괴의 필연성
우리나라 대부분 조직은 근속연수가 상승할수록 책임과 권한이 함께 오른다. 다만 최근 눈에 띄는 점이 8년차 차장이 급여관리를 전담하고 3년차 대리가 채용과 평가를 담당하는 경우가 왕왕 존재한다. 이는 하나의 사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는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새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임금분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연공과 호봉 중심의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업무의 성격·난이도·책임도·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임금을 합리적으로 배분하여 유사 직무 간의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정책 의지다. 즉, 정부 차원에서도 기존 연공서열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하고 직무 중심의 평가·보상 체계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2) 전통적 채용의 한계 도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는 우리 채용시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국인 구인인원은 전년동기대비 1.6% 감소한 반면 외국인은 1.8% 증가했다. 더 주목할 점은 미충원 사유다. 기업들은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다'(25.6%)고 하고 구직자들은 '근로조건이 기대와 맞지 않는다'(20.6%)고 한다. 즉, 기업은 '능력 갖춘 사람'을 원하지만 구직자는 '조건에 맞는 일'을 찾는 구조적 불일치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기업 규모별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구인인원이 32천명 감소한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11천명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생존형 채용'에 매달리고 있고 대기업은 '인재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모집 → 채용 → 배치'라는 전통적인 채용 프로세스는 이미 기능을 상실하고 있으며 정확한 직무정의와 핵심역량 중심의 채용 전략 없이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3) AI 와 HR
AI가 단순·반복 업무부터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AI는 법률 검토, 세무조정, 의료진단 등 고소득 전문직 영역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AI가 대체하기 어렵다"라고 여겨졌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 오히려 먼저 AI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기업 조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은 생산, 영업, 마케팅, 연구개발 등 직접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본원적 활동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반면 인사, 총무, 재무 등 대표적인 지원 활동 영역은 지속적으로 스스로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도전을 받을 것이다.
(4) 새로운 리더십 모델의 전환
많은 기업에서 승진을 거부하거나 리더 역할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리더가 되면 책임은 늘어나는데 권한은 제한적이고 성과에 대한 압박은 높아지는데 팀원들과의 관계 관리는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승진=성공"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인력 구조의 변화가 가세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규모 퇴직과 저출산으로 인한 신규 인력 감소로 중간관리자층이 급격히 부족해지고 있다. 40대 초중반의 팀장급 인력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경험이 부족한 30대 초반이 팀장이 되거나 50대 후반이 여전히 실무를 담당하는 기형적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필자가 만난 한 제조업체 임원은 "팀장 할 사람이 없어서 과장을 5년째 팀장 대우로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지시-통제' 중심의 리더십은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이제는 '가르치는 리더'가 아닌 '함께 배우는 리더'가 필요해졌다. 업무 지시보다는 목적과 방향을 제시하고 명령보다는 협업을 이끌어내며 성과 관리보다는 성장 지원에 집중하는 '코칭형 실무 리더'가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 모델이 되어야 한다.
연공서열 파괴, 전통적 채용의 한계, AI의 도전, 새로운 리더십 요구 등 우리가 직면한 모든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포사이트 코리아 2026은 정보 공유의 장을 넘어서 참가자들에게 변화 동력의 부스터 역할을 제공할 것이다. 더 이상 "변화가 필요하다"는 당위적 주장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E.O.D
본 글은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포사이트 코리아 2026 자세한 정보: https://bit.ly/4lWNf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