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사고파는 세상

감정을 사고파는 세상에서 내가 버린 것

by illu

2025년 대한민국


어느 월요일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일어나 커튼을 여니 새벽동안 비가 와 있었는지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묵묵히 빗방울들을 바라보며 커튼을 다시 닫았다.

7시, 하루가 시작된다.

재빨리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등교시간은 8시 40분까지였지만 길에 등교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불편하기에 보통 7시 30분까지 준비를 마치고 나가는 편이다.

어제 하교하면서 밟은 물웅덩이와 진흙으로 축축하고 진흙으로 뒤덮인 신발을 신고 F스크린 앞에 섰다.

“오늘 파실 감정은 무엇인가요? “

항상 그랬듯 자연스럽게 “공감이요”라고 대답했다.

태어나서 ”공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공감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없었다.

공감을 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으니 팔아도 아무 문제없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공감을 팔았다.

팔 수 있는 감정은 매우 많다. 그냥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팔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공감을 팔게 된 이유에는 그저 “느껴본 적이 없어서” 가 가장 크다. 그리고 여태 느껴본 적이 없어서 계속 공감을 팔 수 있었다. 왜냐면 감정을 팔게 되면 감정을 느낀 그 순간까지 같이 팔리기 때문이다. 만약 공감을 느끼게 된다면 다시는 팔 수 없게 되겠지…

하지만 기억나는 한 태어나서 공감을 받은 적도 한 적도 없으니 팔아도 괜찮을 것이다.


밖에 나오니 묘하게 무언가 평소와 달랐다. 날씨는 여느 때와 같이 흐리고 안개가 껴있었지만 풀 냄새가 났다. 꽃 냄새도 났다. 기분이…..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보니 학교 주변이었다.

근데 갑자기 “철퍼덕” 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7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넘어져있었다.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반팔에 반바지, 그리고 딱 봐도 커 보이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아이는 무릎에 난 피를 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그저 서서 그 아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니 그 아이는 더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저 많이 아픈데 일으켜 세워주시면 안 돼요? 너무 아파요”

“…”

아이를 쳐다보는 사이 뒤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다들 아이한번 한번 쳐다보며 그저 묵묵히 제 갈길을 갔다.

뭔가 이상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그 아이에게 손이 갔다. 그 아이가 너무 아플 것 같았다… 그냥 그랬다.

“많이 아프지?..”

라고 말하며 그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감사합니다. 시간이 없으셨을 텐데 일으켜 세워주셔서 감사해요.”

“어..? 아니야… 조.. 심해서 가.. “

그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앞으로 뛰어갔다.

이상하게도 그 아이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꼈다. 도와준 건 난데..

’역시 오늘 뭔가가 좀 이상하긴 했어 ‘라고 생각하며 학교에 갔다.



그다음 날


“오늘 파실 감정은 무엇인가요? “

“공감이요”

그날 아침, 나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는 감각을 팔았다.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라 아쉽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막상 팔고 나니 묘하게 속이 비었다.

가슴이 휑한데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이유 모를 감정은 뒤로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로 향했다.

저 앞에 아이 하나가 울고 있었다.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반팔에 반바지, 그리고 딱 봐도 커 보이는 슬리퍼를 신은 아이가.

사람들이 외면했고, 나도 그저 지나쳤다.

하지만 이상하게, 눈을 돌린 자신이 싫었다.

싫어할 이유도 없는데, 자꾸 손끝이 서늘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