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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존재의 자리다

by 신아르케

인간의 정신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흐름 속에서 매 순간 새로워진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상황이 융합되어, 우리는 그 속에서 미래를 상상하고 기대한다.
니시다 기타로의 철학적 언어를 빌리자면, 인간의 의식은 무(無)의 장소에서 세계와 마주하며,
순간마다 순수경험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창조한다.
그러나 내가 내게 분명히 하고 싶은 사실이 있다.
나의 존재는 오직 현재를 살아간다.
지금의 나는 과거를 바꿀 수 없으며,
현재의 선택은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미래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내 정신이 어디에 가장 큰 비중을 두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과거의 찬란함을 회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지금의 나를 과거보다 초라하게 만드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전성기를 자주 입에 올리는 사람은,
현재의 자신이 더 이상 자랑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또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초조해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끓는 주전자를 지켜보며 조급해하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더디게 흐르고, 마음은 불안해진다.
행복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현재의 삶에 몰입하는 일이다.
거북이처럼 한 발자국씩 성실하게 나아가는 사람,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다하는 사람이 결국 삶의 깊이를 만든다.
미래를 계획하되, 그것은 내일이나 다음 주를 내다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핵심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의 실천과 집중이다.
지금 땀 흘리지 않는 사람, 지금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쉽게 행복해지지 못한다.

현재는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지점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자리이자 의미를 빚어내는 공방(工房)이다.
나는 오늘의 선택과 집중으로 과거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다가올 미래를 조용히 준비한다.
지금의 나를 충실히 살아낼 때,
미래는 저절로 그 빛을 얻는다.
그러니 오늘의 순간을 사랑하자.
오늘의 삶이 곧, 나의 존재가 머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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