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사업은 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다

1인 마케터의 플랫폼 런칭기

by 로렌




사업기획팀에 합류했다.

팀의 미션은 신규 커머스 플랫폼을 런칭하고 빠르게 성장시키는 일이었다.


서비스 런칭 자체는 처음이 아니었다. 이전 직장에서도 신사업을 맡았었고, 맨 땅에 집을 짓는 과정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다소 거친 환경에서 무엇부터 손대야 하는지, 어떻게 우선순위를 잡아가야 하는지 몸으로 익히고 있었던 터였다.


그 경험 덕분에 이번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준비된 것들이 많지 않았다. 런칭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두 달, 목표는 4월 오픈이었다.



커머스 플랫폼 단감마켓(가칭)


나는 가장 먼저, <서비스 오픈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보통 런칭 전에는 아래 항목들을 미리 셋팅해둬야 한다.


1. 데이터 수집 구조

- 이벤트 트래킹, 텍소노미 삽입

- 대시보드 리포트 체계 등


2. 광고 채널 및 계정

- 매체별 계정 생성, 픽셀/SDK 연동

- 트래킹 코드 삽입 등


3. 운영 정책

- 게임, 커뮤니티, 리워드, 부정행위 제재 등 운영 정책

- CS 응대 매뉴얼 및 프로세스 등


4. 고객 커뮤니케이션 창구

- SNS, 이벤트 페이지, 고객 접점 콘텐츠

- 앱스토어 페이지, 브랜드 메시지 정립 등


5. 고객 여정 점검

- 온보딩 플로우

- 회원가입, 로그인, 초기 경험 설계 등



우리 서비스에는 이런 것들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우선순위를 다시 그려야 했다.




나는 늘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타입이었다. 덕분에 예기치 못한 변수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누군가에게 배우며 출발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나도 남들처럼 같은 포지션의 사수나 동료가 있었으면 했는데, 현실은 조금 달랐다.


단감마켓은 나 혼자 전담해야 하는 구조였고, 내가 마케팅 총괄인 서비스였다. 역시나 이번에도 차근차근 익혀가는 과정보다는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하드한 난이도와 마주하게 되었다.


입사 둘째 날이었다. 나에게 '단감마켓의 연간 마케팅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무게감 있는 미션이 떨어졌다. 아직 어떤 비즈니스인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인데 과연 전략이 나올 수 있을까? 게다가 직접 발표까지 해야 하는데? 일정은 너무도 촉박했다.


연간 플래닝은 늘 팀장님이나 과장님이 메인을 잡으셨는데, 이번엔 내가 그 역할을 맡게 되니 솔직히 처음엔 많이 막막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보다 기대가 조금씩 더 커져갔다. 해야 할 일들이 끝도 없이 많았지만, 빈칸들을 하나씩 채워가며 브랜드를 이끈다는 건 긴장 속에서도 묘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이런 하드한 환경에서는 같은 시간을 보내도 경험의 깊이가 다르게 남는다. 이렇게 쌓인 밀도 높은 경험들은 결국 어디서든 꺼내 쓸 수 있는 내공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또다시 나의 신사업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