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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름 Nov 18. 2024

[월요일]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다


 아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하는데. 37세, 내일 모래 마흔 인 짝꿍이 읊조린다. 매일 꿈을 고민하는 내 모습이 자극이 되었나 보다. 30대가 되면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지. 아직도 진로 앞에 갈팡질팡하는 10 대일줄이야. 인생도 문과, 이과가 정해져 있으면 편할 텐데. 하고 싶은 일을 탐색하고 실행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것까지 오롯이 내 몫이다. 그게 두려워 회사에 꿈을 외주 주고 남에게 삶을 위탁한다. 아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닌데.  


 언제까지 이 고민을 하고 있을까. 아마 평생하고 있지 않을까.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아 시도 때 없이 일을 벌인다. 정말 좋아하는지 해봐야 안다. 머리보다 손발이 앞선다. 짝꿍은 하나라도 매듭짓고 새로 시작하는 게 어떠냐 조언한다. 그러기엔 이것도 재밌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 여러 가지가 동시에 돌아가야 마음이 편하다. 살아있는 것 같다. 그렇게 쓸모를 증명한다. 참 신기해. 진짜 엉망진창인데 결국엔 해내. 결과를 본 짝꿍이 말한다.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인 걸까.


 하고 싶은 게 많은 건 축복인가? 하고 싶은 게 많아도 진짜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나를 아는 게 먼저다. 도통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알아보는 법이 있단다.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칭찬을 생각해 보란다. 살면서 꾸준하게 들은 칭찬은 ‘밝다. 긍정적이다. 에너지가 좋다.’ 언제나 어딜 가나 항상 듣는 말이다. 최근 3년간 많이 들었던 칭찬은 결이 다르다. ‘잘 참으시네요’ 브라질리언 왁싱을 처음 받았을 때 들었던 칭찬(?)이다. 꾸준히 원장님께 받다 예약이 꽉 차 다른 직원에게 받은 적이 있다. ‘메모처럼 정말 잘 참으시네요’ 직원들만 공유하는 메모에 '고통을 잘 참음'이라고 쓰여있다고 한다. 살을 뜯기는 듯한 고통을 참는다. 참으면 곧 찾아오는 평화를 알기 때문이다. 걸음마다 바람이 통하는 가벼운 발걸음을 알기에 기꺼이 참을 수 있다. 아 내가 고통을 잘 참는구나. 또 다른 칭찬은 ‘도인 같아. 이외수 같아. 인자해. 통달한 것 같아.’ 여기저기 고민 상담이 쏟아진다. 나는 가만히 듣기만 한 것 같은데 이런 말이 돌아온다. 현실은 삶의 끝없는 불안감에 별일 없이도 베개에 머리 처박고 우는 나인데.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하루가 털이요 매일이 왁싱을 하는 것 같다. 틈만나면 잡도리해대는 상사에 눈물만 나는 출근길이다. 그럼에도 웃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밝게 인사한다. 참고 나아간다. 20년 차 선배가 대단하다며 엄지 척을 날린다. 이런 모습에 통달했다고 하는걸까. 그래, 털들아 어디 한번 무성하게 자라봐라. 나는 묵묵히 나아갈거다. 어떻게든 해내고 무엇이든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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