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내 안에

팅커벨

by 우로보로스

중학교 3학년 학기 초

나에게, 어느 순간부터 나만 보이는 요정이 나타났다.


“으앗… 뭐야 너?”


손바닥만 한, 딱 팅커벨 느낌의 요정.
반짝거리면서 떠 있는데, 너무 놀라서 소리쳤다.

그런데 이 녀석, 대답도 없다.

그냥 팔짱 끼고 ‘어휴 또 뭐 함?’ 이런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처음엔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환각인가 싶었다.
근데 사라지지도 않고,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

에효.

정말 몇 달 동안 말 한마디 없이 나만 쳐다봤다.

심지어 가끔 얄미운 표정까지 짓는다.
내가 친구와 사소한 일로 싸우기라도 하면,
요정 입꼬리가 ‘킥’ 하고 올라간다.


… 아주 성격이 나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도 새로운 반에 조금은 익숙해지고, 친한 친구도 생기고,

점심시간엔 게임도 하면서 웃기도 했다.

어느 날, 교실 저쪽에서

애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니—

거기 그 애가 있었다.

밝고 환하고, 태양처럼 주변을 비추는 애.

웃으면 진짜 교실 공기가 따뜻해진다.

나는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푸흡—”


뒤에서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


돌아보니, 그 요정이 배를 잡고 실실 웃고 있었다.


'… 뭐가 그렇게 웃긴 거야?'


요정은 씩 웃으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몇 달 만의 첫 대사가 이거였다.


“너 걔 좋아하지?”


“에—에???!!! 뭐—뭔 소리야!”


“아~ 그래~ 아니구나~~”


요정은 일부러 늘어지는 목소리로 놀렸다.


“그—그냥 본 거라고!”

“응. 좋아하네.”


요정은 내 뺨을 톡 건드리며 웃었다.


"아니야... 안 좋아해"

“아니라고? 왜?”


내가 한숨 쉬며 말했다.

“… 쟤랑 나랑 어울리겠냐?”

요정은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진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확실히 안 어울려.”


빠직.

“너 진짜 왜 이렇게 사람 속 긁어대냐고!”


내가 버럭 하자 교실 분위기가 잠깐 조용해졌다.
애들이 쳐다본다. 아이씨.


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서. 안 좋아한다고.”


요정은 입술을 말아 올리며 킥 웃었다.

혹시 좋아하면 어떻게 할 건데?”

“아니 좋아한—아니 좋아… 그니까—”


“아까는 분명 ‘안 좋아한다’고 했거든요~?”
요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놀린다.

“이이익…”


내가 이상하게 혼잣말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그 애와 눈이 딱 마주쳤다. 순간 뇌가 정지.


뒤에서 요정이 작게 말했다.

“또 빨개졌네? ㅋㅋㅋㅋ 귀엽긴 하네.”

“… 너 진짜 왜 이래…”


“그래~ 그래~ 잠깐 딴 데 가서 얘기하자.”
요정이 손짓하며 나를 따라오라 했다.


쪼끄만 게 어깨 으쓱하며
마치 ‘그래, 이제 얘기해 봐’ 하는 태도다.
정말 얄밉다. 친구가 놀려도 이것보단 덜하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계단 끝에 앉았다.

요정은 내 앞에 두 팔을 뒤로 짚고 앉아, 다리를 흔들며 말했다.


“자~ 이제 솔직하게 말할 시간입니다~
왜 좋아합니까아~ 학생~?”

“… 하…”


아직도 인정 못하냐는 듯이 여유로운 저 표정.

나는 결국 체념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 그냥… 좋아. 보면 좋고… 말 걸어주면 하루 종일 좋고…
웃는 거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한테 잘해주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요정은 고개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눈은 반짝거리는데,

표정은 완전 ‘그래서 그래서?’라는 표정.


“그리고…
쟤는… 진짜 태양 같거든.
밝고, 다정하고… 그냥…
있으면 주변 분위기가 바뀌는 사람?”


“흐음~”

윽.. 저런 얄미운 녀석한테

동정받는 다니..


맞아.. 난 그냥 평범한데…
그래도… 좋더라고. 그냥… 이유도 없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작게 말했다.


“… 그냥… 좋아해…”


요정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내 얼굴을 보며 터졌다.


“푸하하하하! 야 너 진짜 중3 맞아?
뭐야 이 풋풋한 순정만화 대사는!”

“조용히 좀 해!!!”


요정은 배를 잡고 웃으면서 말했다.

“하— 근데 알겠네.
좋아하는 거 맞네.
완전 인정~”


요정은 여전히 배를 잡고 킥킥 웃다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더니 다리를 까딱까딱 움직이며 말했다.


“근데 있잖아.”

“… 또 뭐.”

“내가 고백할 수 있게 도와줄까?”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고, 고백…? 누가… 내가…?”

“아니 뭐.
너 말고 누가 있겠어~?”


요정은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니 그—그런 건 아직—”

“응~ 알아~ 아직 아닐 수도 있지~
근데 말이야…”


요정은 공중에서 작게 한 바퀴 돌며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좀 더 멋져져서 고백하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쓱~ 웃으면서 말하든.”


내 어깨에 손바닥만 한 손이 툭 얹혔다.


“어차피 누가 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너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되잖아?”

“… 그렇긴 한데…”


“그러니까—”


요정이 장난스러운 미소로 웃는다.

“필요하면 부르고.
안 불러도 됨.
난 알아서 너 놀리는 재미로 살 거니까.”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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