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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Mar 26. 2024

32. 진짜 이게 제일 무섭다.

코스타리카 |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2

?


퐈이팅이 너무 들어갔던 걸까?

다시 보니 아직 내 발에 줄이 매여있지 않았다. (?!)

생각해 보니 번지점프 국룰 'Five, Four, Three, Two, One, Bungee!'도 못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세계일주 준비물 쌀 때 목숨을 몇 개 챙겼더라..?)


 "HaHa! Sorry~  헷"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줄을 발목에 줄을 매달았다.

이번엔 확실하게 발목에 줄이 매인 걸 확인했다.


 "Five, Four, Three, Two, One, Bungee!"


 슈욱


이미 마음으론 한번 뛰어내렸다. 그것도 줄도 없이.

그 덕일까 멋있게 뛰어내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찌질하게 뛰어내리진 않은 것 같다.

어쨌건, 뛰어내렸다.

뛰어보니까 알겠다. 번지점프가 무서운 이유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서가 아니다.

내가 스스로 뛰어내려야 해서, 그게 무섭다.


그리고 하나 더.

나는 환호(라는 이름의 비명)를 지르며 한껏 번지점프를 즐기고 있다고 어필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인간은 진정으로 공포에 질렸을 땐 정작 소리를 지를 수 없다.

나는 소리를 내려고 하는데, 그래서 나가라고 밀어내는데

그 소리가 오히려 '어이쿠, 여긴 지금 제가 나설 곳이 아닌 거 같네요.'하고 목 안으로 들어간다.

소리를 먹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으으으윽!'

앞에 사람들은 금방 끝난 거 같은데, 나의 자유낙하는 끝이 나지 않는 것 같다.

땅에 가까워질수록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위치 에너지와 맞바꾼 속도 에너지로 인해 가속도가 붙어서.

몸은 바닥에 점점 가까워지는데 심장을 포함한 내장들은 모두 바구니에 두고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무서운 속도로 땅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대로 땅에 몸이 처박힐 같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문열 님께서 그랬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날갯짓으로 추락의 속도를 늦추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땅에 처박히면 많이 아플까? 아님 그 아픔도 느끼기 전에 세이 굿바이일까?'

문뜩 궁금해졌지만, 스스로 경험해서 알고 싶진 않다.

줄에 탄성이 있는지 어느샌가 속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휴 이제 끝났구나.'

자유낙하 중에 긴장을 많이 해서였을까?

그만 방심하고 말았다.


 '흐어어억'

드디어 끝이 났다고 생각한 순간, 몸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위대한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세 가지 운동법칙을 발견했다.


그중 세 번째가 바로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다.

쉽게 말해, 미는 힘이 있다면 당기는 힘도 있다는 말이다.


낙하하는 길이가 길었던 만큼 솟아오르는 높이도 상당히 높았다. 체감상 7~80m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아까는 소리를 먹는 경험을 했다면 이번에는 공기를 들이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공기를 자리에 두고 나만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걸까?

내 입 주변의 공기가 다 어디론가 흩어진 것만 같았다.


다시 고점. 그리고 추락. 이번에는 입에서 비명 소리가 나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한번 떨어져 봤다고 이제 조금 익숙해진 듯하다.


그렇게 몇 차례 뉴턴의 운동법칙을 종합세트로 체험하고 나서 겨우 나의 자유낙하가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건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을 잡아 올라가는 일뿐.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었지만, 더 이상 이 장소는 나에게 공포의 장소가 아니었다.

(아주 조금 강해진 것 같다.)

여유롭게 밧줄을 잡아 허리에 차고 올라가며 주변 환경을 구경하는 여유도 생겼다.


여담이지만, 번지점프를 하기 전에 우리 다음 바구니(?)로 번지점프를 하기로 된 어떤 사람에게 내 핸드폰을 맡겨 내가 번지점프를 하거든 촬영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위풍당당하게 번지점프를 끝내고 돌아와 핸드폰을 돌려받아 영상을 보니, 그곳에는 휘슬과 같은 비명소리를 내며 번지점프를 만끽하는 내가 아니라, 마치 어느 한파 가득한 회사에서 만든 악마잡는 게임 두번째 이야기의 도끼들고 팽이질(?)하는 전투민족의 우렁찬 함성소리와 비슷한 것을 지르고 있는 내가 찍혀 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나는 온두라스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했다.

콜롬비아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아르헨티나에서는 스카이다이빙을 했다.

호주에서 집라인을, 터키에서 패러셀링도 했지만

역시 번지점프.



진짜 이게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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