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2025년 12월 미루고 미루던 국가건강검진을 하러 갔던 날.
혈압이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몇 년 전에도 혈압이 높은 편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결과를 보니 수축기는 160, 이완기는 110 정도였다. 의사 선생님이 "혈압이 높아요. 아셨어요?"라고 말씀하셨을 때 내가 이렇게 내 몸을 몰랐다니 라는 생각에 수치심이 올라왔다. 엄마가 고혈압이긴 하지만 동생들보다 내가 가장 건강하게 먹고 운동도 했는데 왜 나만 혈압이 높지? 결국 1월 중으로 다시 방문하라는 소리를 듣고 건강검진 센터를 찾아갔다. 여전히 혈압은 높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아직 젊으니 식단, 운동을 병행해 보고 매일 혈압을 재면서 경과를 보기로 했다. 그날 바로 혈압 측정기를 샀다. 주기적으로 30분씩 운동을 하고 저염식으로 도시락도 싸고 다녔다. 혈압은 조금씩 나아지는 듯해 보였고 경과가 좋아 보이니 더욱 열심히 혈압 관리 프로젝트에 임했다.
관리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날 즘. 여동생과 말다툼을 하게 됐다. 요즘따라 계속 내 방에 와서 수다를 떨었는데 동생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반갑지 않았다. 반갑지 않은 이유는 작년 동생과 깊은 대화를 했을 때 상처받았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내 삶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든다는 용기내어 정말 큰 고백을 했다. 동생은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고 있었는데 우는 동생을 보며 기분이 이상했고 '저 눈물의 의미는 뭘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의구심은 내 이야기가 마친 뒤 동생이 하는 말을 듣고 풀리게 됐다. "언니도 힘들었구나. 나도 힘들었어."라고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푸는데 어느새 대화의 주인공은 여동생이 되어 버렸다. 듣는데 너무 황당했다. 동생의 눈물은 나에 대한 연민이 아닌 자신에 대한 연민의 눈물이었다. 내 아픔을 고백하며 흘렸던 눈물은 쏙 들어갔다. 어떻게 내 이야기를 듣고도 나에게 위로 한마디 안 해주냐고 따지니 동생은 자신은 이기적이어서 자기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누가 내 뒤통수를 세게 때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족이 살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날 이후 동생과의 대화는 나에게 괴로움이자 외로움이었다.
동생이 이번에 가져온 주제는 같이 일하는 분의 가정사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났다. 나에게는 위로와 공감 한 스푼도 허락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남에게는 저렇게 공감해 줄 수 있을까. 화가 나지만 참으면서 이제 좀 가라고 했다. 근데 그날따라 나가지 않고 "언니는 나랑 대화하는 거 싫어하잖아."라고 이야기하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동생에게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는 동생은 "그럼 내가 어떻게 해주면 돼?"라며 울먹이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또 '저 표정은 뭘까'라는 생각으로 동생 이야기를 들었다. 동생은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모든 것을 알게 됐다. 저 표정은 '공포'와 '두려움'이었다. 이 말을 들은 그 당시에는 왜 동생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지 몰랐는데 이후에 이 모든 대화를 돌아보니 동생에겐 난 '정서적 부모'였다.
소리 없는 아우성
소리는 전달되지 못한다면 소리라 할 수 있을까
아우성은 누군가가 들어야 비로소 소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