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시작 그리고 미래

by 슈펭 Super Peng



도전


우리는 삶을 하나의 연속된 계단이라 부른다. 혹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그러나 나에게 도전은, 그보다 차라리 멈춰 서서 내 앞에 놓인 흐릿한 창을 응시하는 일에 가까웠다. 창 너머의 세계는 언제나 선명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성공, 성취, 이름표처럼 단단한 무언가.

하지만 창은 늘 습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습기는 무엇이었을까.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을까, 아니면 나 자신의 한계를 너무 일찍 알아버린 자의 고독이었을까. 나는 손을 들어 그 창을 닦아내려 애쓰는 대신, 그저 창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이 아래로 천천히 미끄러져 내리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 물방울 하나가 다른 물방울에 합쳐져 더 커지고, 이윽고 무게를 이기지 못해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그 짧은 순간의 소멸.

도전이란, 어쩌면 나를 그 소멸의 궤적 속에 기꺼이 놓아보는 행위일지 모른다. 깨끗하게 닦인 시야로 환한 목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불투명함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것. 나의 실패가, 나의 망설임이 다른 누구의 것과도 섞이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증발하거나 흘러내리도록 내버려 두는 것.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창 앞에 선다. 닦아내려 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 응시한다. 그 투쟁의 고요한 순간, 비로소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깨닫는다. 창 너머의 세계가 아니라, 창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이 떨리는 공기층에 주목하며.



미래

우리는 모두 미래를 향해 걷고 있다고 믿는다. 하나의 길 위에서, 다음 이정표를 향해 필사적으로 발을 옮기는 존재들. 그러나 나는 자주 뒤를 돌아보거나, 혹은 멈춰 선다. 미래는 과연 우리를 향해 열려 있는 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건너보지 못한, 다만 막막하게 반짝이는 일까.

사람들은 미래를 먼 곳에 있는 어떤 지점으로 상정하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또한 미래이다. 시간은 단 한 번도 멈춰 있는 적이 없었다. 내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찰나, 이 문장을 쓰는 찰나, 모든 것은 이미 과거로 미끄러져 내린다. 미래는 멀리 있는 약속이 아니라, 바로 이 현재의 투명한 막을 끊임없이 찢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공기의 흐름일지 모른다.

내가 붙잡으려 애쓰는 모든 감각들, 이를테면 오늘 오후의 햇살이나 손바닥에 묻은 흙의 무게 같은 것들이, 이 시간의 막을 통과하며 미세하게 변질되거나 희미해진다. 미래는 하나의 부재가 아닐까.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그러므로 내가 절대로 알 수 없는 시간의 영역. 우리는 그 부재를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짓고, 쌓아 올리고, 끝없이 욕망한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언제든 부서질 수 있는 모래성처럼 위태롭다. 폭력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고, 미래는 언제나 그 폭력의 가능성을 조용히 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아침 창가에 선다. 알 수 없는 미래가 던지는 고독과 불안 속에서, 나는 가장 연약한 형태로 존재하는 나 자신을 응시한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순간의 호흡뿐이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시간의 뒷모습이지만, 이 고요하고 투명한 현재야말로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하고 섬세한 도전일 것이다.



처음

글쓰기의 처음은 늘 서늘하다. 그것은 무언가를 시작하는 환한 빛의 감각이 아니라, 차라리 오래된 우물의 가장 깊은 곳을 홀로 들여다보는 고독에 가깝다. 종이는 언제나 하얗다. 그 절대적인 여백은 나를 위로하기보다는 오히려 침묵의 무게로 짓누른다. 나는 이 무거운 침묵 속에서, 내가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어쩌면 글쓰기는, 영원히 혀를 잘린 자가 세상에 건네는 더듬거리는 언어일지도 모른다. 내 안에는 수없이 많은 단어들이 익명으로 떠돌아다니지만, 정작 그것들을 끄집어내어 일렬로 세우려 할 때, 그 단어들은 날개가 꺾인 새들처럼 힘없이 땅에 떨어진다. 나는 그 떨어진 단어들을 주워 올리며, 폭력과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세계 속에서 나의 목소리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오래도록 망설인다.

첫 문장은 늘 가장 어렵다. 그것은 단지 문장의 시작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견고한 침묵의 성벽에 균열을 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균열을 통해 비로소 세상의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고, 나는 내가 지금까지 스스로를 가두어 두었던 내면의 어둠을 직면하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어둠 속에서 아주 가느다란 촛불 하나를 켜는 일과 같다. 그 불빛은 세상을 환하게 비추지 못한다. 다만,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나의 연약한 몸이 이 차가운 세계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를 아주 섬세하게 드러내 줄 뿐이다. 글쓰기의 처음은 곧 존재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고독하고 아름다운 투쟁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