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떤 선생님
10년뒤에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될 것인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커리어가 되었다.
돈을 바라고 시작 하지는 않았다.
당시에 하고싶었던 것이었고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고등학교때 공부 잘했어요?"
라는 질문을 간혹 받는다.
나는 솔직하게 "아니"라고 답을 해주지만
아이들은 겸손하다면서 믿지 않는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공부를 잘했던 학생은 아니었다. 그냥 이것저것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게 많은 학생이었다.
여행가, 수의사, 영어 선생님, 작가, 체육 선생님 등등
과목 중에는 체육을 제일 좋아했고 의외로 글쓰는 것도 좋아했다.
뭐 하나 특출난 건 없었던 것 같다.
공부도 잘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노는걸 엄청 좋아하지도 않았다.
주변을 크게 신경쓰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관심이 있는게 생기면 생각없이 뒷일은 생각하지 않은 채 바로바로 했다.
부모님은 거의 다 지원해주셨고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건 나의 변덕스러움 뿐이었다.
고3이었던 때가 있었다.
학교생활에 딱히 흥미가 있지 않았고 그저 쳇바퀴 돌듯 지겨운 학교생활이 끝나기 만을 바랬다.
대학교 진로는 내 의사의 0.00001%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열아홉이었고 모든것이 다 귀찮을 뿐이었다.
작년에 모교로 수능감독을 갔었다.
고3 담임선생님을 같은 시험감독관으로 만났다.
키도 크시고 말쑥하셨던 멋쟁이 선생님은
어느새 40대 중후반의 아저씨가 되어있으셨다.
선생님을 만나니
19살로 돌아가서
담임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렸다.
말없이 웃으시면서 들어주시던
선생님께서
"많이 힘들지? 언제든지 연락해라"
라는 말 한마디에
건조했던 마음이
촉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고1 담임선생님께서도 계셨다.
학벌과 머리가 좋아서
국어와 수학 2개의 교원자격증을
가지고 있으셨다.
늘 사무적으로만
아이들과 학부모님을
대해서
학교 내에서는
평판이 그다지 좋지는 않으셨다.
나를 알아본
고1 담임선생님께서 건넨
첫한마디는
"내가 미안할 일 있었으면 미안해"였다.
여전히
그대로시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선생님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나는 10년뒤에 어떤 선생님으로 남아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