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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by 순례자


숲길


내가 이렇게 숲길을 걷는 것은

세상이 싫어서가 아니고

내게 사무치는 고독이 있어서도 아니다.

어린 시절 하늘소 사슴벌레 다람쥐

진달래 개나리에 홀려서 찾던 길을

청년의 때 산과 들에서 만난 쏟아질 듯한 별을

추억하기 때문이다.

그때도 숲길의 끝은 가지 못했다.

이제껏 내가 힘에 부치게

찾아다닌 길이 모두 소용없었고

이제는 다른 길에 한눈 팔지 않는다.


황혼 녘에 걷는 숲길에 어린아이도 청년도 없고

노인들만 서둘러 이 길을 간다.

그들은 이 길의 끝을 알고 있을까

몇 번이고 그들을 따라가다가 숲길의 끝이

하늘에 닿을 것 같아 무서워 되돌아왔다.

내가 이렇게 숲길을 걷는 것은

세상이 싫어서가 아니고

내게 사무치는 고독이 있어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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