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봐야겠다
천재는 요절한다, 하고
반백 년 살면 하늘의 뜻을 안다, 하고
귓가에 서리가 내릴 즈음엔 일가를
이룬 사람 얘기가 더러 들려오는데
열심히 살았건만,
내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다
빛과 웃음과 꽃을 사랑하지만
그늘과 눈물과 가난을 사랑하는 일에는
자주 길을 잃었다,
더 나답게 살기를 바라온 삶이,
기죽지 않을 것만 다짐하며
살아온 인생이
한없이 부끄러운 밤이다
강물은 흘러가고
억새는 흔들리고
꽃은 피었다 지고,
저렇게 아름다운 태양도
온몸 다 불사르고
산마루에 기막힌 노을빛 흩어놓고
아무 미련 없이 지는 것을 보자면,
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살아간다고 하는데
내 목숨의 끝은 어찌할까,
한 사람에게라도 위안이 되기 위하여
싹 틔우고 꽃 피우며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