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변편 九變篇]

흔들리는 건 상황이지, 전략이 아니다

by 아우리

손자가 말하기를,

“현명한 자는 반드시 이익과 해로움을 함께 고려한다.”


是故智者之慮,必雜於利害。
시고지자지려, 필잡어리해
- 손자병법 구변편 -


손자는 지혜로운 전략가는 반드시 이익(利)뿐 아니라 해(害)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구변편은 상황이 예측과 다르게 흘러갈 때, 전략가가 어떤 태도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장입니다.

전쟁은 매뉴얼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계획이 아무리 정교해도, 변수는 언제든 등장합니다.

그래서 손자는 말합니다. 흔들리는 것은 상황이지, 전략이 아니다.

그리고 위기처럼 보이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면 돌파보다, 흐름을 바꾸는 선택


현역 시절, 유엔 군사 옵서버로 서부사하라 지역에 파병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중 대립 관계에 있던 모로코군과 폴리사리오 간의 갈등이 존재하던 지역, 다클라(Dakhla)로 다국적 옵서버 팀을 이끌고 임무수행에 나섰던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 그곳은 매우 평온했습니다. 아름다운 대서양 바람을 맞으며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만큼 안정된 분위기였죠.

하지만 며칠 뒤, 모로코군과 서사하라인 간의 긴장 수위가 갑자기 고조되었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본부와는 실시간으로 소통이 어려웠고, 지역 민심은 예민하게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팀의 안전과 판단은 온전히 제게 달려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손자가 강조한 ‘이익과 해로움을 함께 고려하는(雜於利害)’ 전략 원칙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통제’보다는 ‘조율’을 택했습니다.
현지 관리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팀원들에게는 상황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시켰습니다. 경로를 변경하고, 활동 시점을 조정하며, 군중과 접촉 가능한 장소는 우회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무장을 드러내지 않고, 낮은 프로파일을 유지하는 방식이었죠.

결국 우리는 충돌 없이 안전하게 복귀했고, 임무도 계획대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利害를 함께 고려하는’ 전략은, 이후 손자가 이어서 말하는 “雜於害而患可解 (해로움 속에서 우환을 풀 수 있다)”는 원칙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는 해로움이 있어도, 그 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 위기(患)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그 상황을 억지로 통제하려 했다면, 긴장은 충돌로 번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방향을 바꾸자, 오히려 그 위기는 제가 현지에서 유연하게 판단하고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구변편이 전해주는 전략의 통찰


1. 계획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은 살아 있어야 한다.

변화는 실패가 아니라, 전환의 신호다.

2. 위험을 이익으로 바꿔라.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품고 있다.

3. 해로움 속에 있는 이로움을 찾아라.

감정이 아닌 통찰로 바라볼 것.

4. 매뉴얼보다 상황 감각이 중요하다.

지시보다 판단, 기준보다 융통성이 필요할 때가 있다.

5. 전략가는 바뀌는 흐름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방향은 유지하되, 접근은 바뀔 수 있다.



자기점검 체크리스트 – 나는 지금 어떤 전환점을 맞고 있는가?


지금 내가 마주한 상황은 계획된 흐름인가, 예외 상황인가?

위기로 보이는 이 장면 속에 어떤 기회가 숨어 있진 않은가?

나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진 않은가?

기존의 매뉴얼이 아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순간은 아닌가?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손자병법이 전해준 오늘의 한 수>


"흐름을 바꾸되, 본질은 지켜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계획이 아니라 판단이다."


<참고자료>

8_구변편_한장정리.png

손자병법 구변편 한눈에 보기

손자병법 구변편 워크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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