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읽혀야 할까, 비문학을 읽혀야 할까?
독서 교육을 이야기할 때 학부모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있습니다.
“문학만 읽으면 비문학이 약해지는 것 아닌가요?”
“수능이 비문학 중심인데, 문학책은 줄여야 하지 않나요?”
이 질문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오해도 숨어 있습니다.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자칫 이렇게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중등 때는 문학만 읽고, 고등학교 가서 비문학 읽으면 된다.”
그것은 제가 말하려는 바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확한 메시지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모든 학년에서 문학과 비문학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다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문학의 비중이 커지는 것입니다.
먼저 문학의 강점부터 보겠습니다.
PISA 2009 분석에 의하면 문학 읽기 빈도는 플롯과 인물,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또 매일 문학을 읽는 학생은 읽기 점수에서 20점 높은 성취를 보였습니다.
York대학교 코퍼스 분석에서도 문학 텍스트는 신문이나 잡지보다 SAT 관련 어휘를 더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SAT verbal에 대한 예측력도 r>0.2 수준으로 보고됩니다.
2024년 메타분석 역시 문학 독서가 verbal 능력, 공감, 일반 인지 향상에서 더 큰 효과를 보인다고 정리합니다.
이런 결과를 보면 문학은 분명 강력합니다.
문학은 학생에게 단지 이야기의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 맥락 추론, 관점 이해, 언어의 결을 읽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읽기교육의 관점에서 문학은 읽기의 토대를 세우는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그렇다면 비문학은 나중에 해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지점은 꼭 분명히 해야 합니다.
초등 때부터 비문학, 즉 정보 텍스트를 충분히 읽지 않으면,
나중에 읽기 이해와 배경지식에서 큰 격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NCTE의 PreK-12 입장문은 비문학이 어휘 증가, 콘텐츠 지식 축적, 읽기 스태미나, 추론 능력을 키운다고 설명합니다. Cabell과 Hwang의 연구에서는 초등 비문학 노출이 읽기 이해를 20~30% 향상시키는 것으로 제시됩니다. 다시 말해 비문학은 고등학교에 가서 갑자기 훈련하는 장르가 아니라, 초등부터 차근차근 쌓아야 하는 읽기 경험입니다.
이 점은 미국의 교육과정 CCSS에서도 드러납니다.
CCSS K-5 기준은 초등에서 문학 50%, 비문학 50%를 제시합니다.
중등은 45:55, 고1 이후는 30:70으로 비문학 비중이 점진적으로 커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 비율이 “초등은 문학만, 고등은 비문학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초등부터 문학과 비문학을 함께 읽되,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문학을 조금 더 강화하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왜 초등 비문학이 이렇게 중요할까요?
비문학은 단순히 ‘정보를 주는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문학을 읽는 동안 학생은 개념을 분류하고, 사실을 구분하고, 구조를 파악하고, 배경지식을 축적합니다.
U-STARS~PLUS 연구도 비문학이 선행지식 활성화, 분류, 합성을 촉진한다고 보고합니다.
특히 과학 탐구와 연결된 비문학 읽기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는 데도 유익합니다.
또 PIRLS 2016은 4학년 국제 평가에서 문학 텍스트와 정보 텍스트를 모두 평가합니다.
정보 텍스트는 직접적 사실 파악뿐 아니라 구조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에, 초등부터의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초등 시기에 비문학 경험이 부족하면,
중고등학교에서 정보 텍스트를 읽을 때 핵심 정보를 추출하고 구조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문학이냐 비문학이냐”가 아니라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각 학년에서 문학과 비문학을 어떤 비율로 읽어야 하는가.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가장 설득력 있는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초등은 문학 50 : 비문학 50.
이 시기에는 문학을 통해 읽기의 흥미와 맥락 이해를 키우는 동시에,
비문학을 통해 기본 어휘와 세계지식, 정보 처리 경험을 함께 쌓아야 합니다.
중학교는 문학 45 : 비문학 55.
이 시기부터는 논리 연결, 사실과 의견의 구분, 설명 구조 파악 같은 비문학 읽기 요소를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문학 30 : 비문학 70 혹은 크게 보면 문학 40 : 비문학 60의 실천 구성이 가능합니다.
평가 지문의 특성을 고려하면 비문학 비중이 분명히 커져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도 문학은 결코 버리는 장르가 아닙니다.
문학은 여전히 verbal 기반과 정교한 의미 추론을 담당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초등부터 비문학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문학 역시 계속 중요합니다.
달라지는 것은 둘 중 하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문학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키우는 방식입니다.
이 원칙을 놓치면 두 가지 실수가 생깁니다.
하나는 초등 때 문학만 읽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등을 앞두고 문학을 갑자기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둘 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읽기를 길게 보면, 문학은 읽기의 문을 열고, 비문학은 읽기의 폭을 넓힙니다.
문학은 언어와 맥락을 깊게 만들고, 비문학은 개념과 지식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좋은 독서 교육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교육이 아니라, 둘을 발달 단계에 맞게 함께 설계하는 교육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질문이 남습니다.
이렇게 읽는데도 왜 어떤 학생은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요?
반대로 왜 어떤 학생은 독서량이 많지 않아도 높은 점수를 받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 예외를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학년별 균형 원리를 바탕으로 한 8주 읽기 로드맵을 제시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