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의 '흉터'는 범인이 아니다.

현대 스포츠의학이 바라보는 통증

by 움직임의 언어
움직임의 언어 |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현대 스포츠의학이 바라보는 통증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척추 디스크가 돌출되었습니다", 혹은 "어깨 연골의 일부 파열 소견이 보입니다"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누구나 자신의 신체 활동에 대해 심리적인 위축과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내 몸의 해부학적 구조가 손상되었으니, 이로 인해 신체를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발생할 것'이라고 인과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사고 과정입니다.


과거의 의학적 관점, 즉 전통적인 '생물의학적 모델(Biomedical Model)' 역시 이러한 시각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 모델에서는 구조적인 손상의 크기가 곧 통증의 강도 및 기능 상실과 정비례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스포츠 의학, 신경과학, 그리고 재활 분야에 누적된 방대한 임상 연구들은 이와는 상당히 다른 결과를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통증 과학과 재활 연구 동향은 "구조적 이상이 반드시 통증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신체가 움직이는 '기능(Function)'과 조직이 물리적 부하를 견뎌내는 '수용력(Capacity)'이 통증 발현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 재활 및 트레이닝 분야에서 바라보는 '구조', '기능', 그리고 '통증'의 상관관계를 4가지 핵심적인 학술적 개념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영상 의학적 '구조'와 '통증'의 불일치
(The Disconnect Between Structure and Pain)


현대 통증 과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가장 중요한 연구 결과 중 하나는, MRI나 X-ray 상에서 관찰되는 뼈, 인대, 연골의 구조적 변화가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매우 유명한 체계적 문헌 고찰 연구가 있습니다. Brinjikji 등(2015)은 통증이나 과거 병력이 전혀 없는 무증상 일반인 3,110명의 척추 MRI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통증이 전혀 없는 20대의 약 37%에서 척추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가 관찰되었고, 50대에서는 그 비율이 80%에 달했습니다. 또한, 디스크 팽윤(Disc bulge)이나 돌출(Protrusion) 소견 역시 무증상 인구군에서 매우 높은 비율로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척추뿐만 아니라 다른 관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Girish 등(2011)의 초음파 연구에 따르면, 어깨 통증이 전혀 없는 건강한 남성들을 검사했을 때 상당수에서 회전근개 점액낭염이나 부분 파열과 같은 비정상적인 구조적 소견이 확인되었습니다. 무릎의 반월상 연골 파열 역시 무증상 인구군에서 빈번하게 발견된다는 역학 조사들이 다수 존재합니다(Culvenor et al., 2019).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인체의 관절과 결합 조직에 나타나는 구조적인 변화나 비대칭성은 반드시 치료해야 할 병리적인 손상이라기보다는, 신체의 사용 빈도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형태학적 적응 과정이거나 노화의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즉, 영상 검사에서 발견된 구조적 결함 자체가 통증을 유발하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요인은 아닐 수 있습니다.




국소적 상호의존성
(Regional Interdependence)


열입곱 번째 이야기에서 다루었던 '조인트 바이 조인트(Joint-by-Joint)' 개념과 '머슬 슬링(Muscle Sling)'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학술적 배경이 바로 '국소적 상호의존성'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특정 관절 부위에서 발생하는 통증이나 기능 부전이 해당 국소 부위의 자체적인 구조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 해부학적으로 인접한 다른 관절이나 신체 부위의 '기능적 결함(가동성 제한 또는 운동 제어 능력 부족)'과 상호 연관되어 발생한다는 역학적 접근입니다(Wainner et al., 2007; Sueki et al., 2013).


임상 현장과 연구에서 이 모델은 매우 빈번하게 증명됩니다. 예를 들어, 보행이나 달리기 시 발생하는 무릎 전면부의 통증(대퇴슬개통증증후군, PFPS)은 무릎 관절 자체의 연골 마모보다는 골반 측면(중둔근 등)의 근력 저하와 운동 제어 상실로 인한 대퇴골의 비정상적인 내회전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Reiman 등(2012)의 연구에 따르면, 무릎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고관절 주변 근육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중재를 적용했을 때 무릎의 통증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또한, 팔꿈치 외측의 만성적인 통증(외측상과염)을 개선하기 위해 팔꿈치 자체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경추(목)나 흉추(등)의 가동성을 회복시키는 도수치료 및 운동을 병행했을 때 회복 속도가 현저히 빨랐다는 연구 결과들 역시 이 범주에 속합니다. 이는 통증이 발현된 특정 국소 부위의 구조적 처치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신체 전반의 움직임 '기능'을 조율하는 것이 근본적인 통증 관리에 필수적임을 보여줍니다.




조직의 항상성과 기능적 부하 수용력
(Tissue Homeostasis & Load Capacity)


현대 트레이닝과 스포츠 의학에서는 신체의 해부학적, 구조적 대칭성보다 현재 조직이 물리적인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부하 수용력(Capacity)'을 통증 발생의 더 중요한 변수로 고려합니다.


정형외과 전문의 Scott Dye(2005)는 '기능의 범위(Envelope of Function)'라는 개념을 통해 조직의 항상성을 설명했습니다. 이 모델에 따르면, 근육, 건, 인대 등의 관절 조직에서 발생하는 통증은 일상생활이나 스포츠 활동 중에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부하(Load)'가 해당 조직이 생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기능적 수용력'을 초과할 때 발생합니다. 반대로 적절한 부하가 지속적으로 주어지면 조직은 이에 적응하여 수용력을 스스로 증가시키는 특성(Mechanotransduction)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골반의 높이가 약간 다르거나 척추의 미세한 측만, 일자목 등 구조적인 비대칭성이 존재하더라도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변 근육과 신경계가 해당 정렬 상태에서 충분한 근력과 운동 제어력을 갖추고 조직의 수용력을 넓혀두었다면, 인체는 통증 없이 고강도의 신체 활동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Tim Gabbett(2016)의 훈련 부하(Training Load) 관련 연구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부하의 증가는 오히려 신체의 조직 내성을 강화하여 부상과 통증을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백신 역할을 합니다. 구조가 해부학적으로 완벽하더라도, 신체 활동 부족 등으로 인해 기능적 수용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면 걷기나 물건 들기 같은 가벼운 일상 부하에서도 통증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경계 민감화와 통증 과학
(Central Sensitization & Pain Science)


물리적인 구조적 손상이 임상적인 조직 치유 기간을 충분히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기능 저하와 통증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통증 과학(Pain Science)과 신경계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Lorimer Moseley를 비롯한 현대 통증 과학 연구자들은 통증을 '조직 손상의 절대적인 척도'가 아니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뇌가 출력하는 '보호 반응'으로 정의합니다(Moseley, 2007). 신체 조직이 최초로 손상되었을 때는 해당 부위의 유해 자극 수용기가 신경계를 통해 신호를 보내 통증을 인지하게 합니다.


하지만 회복 과정에서 지속적인 스트레스, 신체 활동에 대한 공포(Kinesiophobia), 수면 부족 등의 요인들이 결합되면 뇌와 중추신경계가 과도하게 예민해지는 '중추신경계 민감화(Central Sensitization)'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실제 조직의 구조적 손상이 모두 아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벼운 기계적 자극이나 일반적인 움직임조차 신경계가 위험으로 오인하여 계속해서 통증 신호를 출력하게 됩니다(Nijs et al., 2015).


이러한 경우의 재활 접근은 단순히 손상되었던 국소 조직을 물리적으로 치료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점진적인 움직임 노출과 기능적인 운동 제어(Motor Control) 훈련을 통해, 신경계가 특정 움직임을 다시 '안전하다'고 인지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마무리하며


최근 수십 년간 축적된 스포츠 의학과 재활 연구의 굵직한 흐름을 종합해 보면, 인체의 통증을 평가하고 이해하는 관점이 "어떤 구조가 물리적으로 망가졌는가?"에서 "어떤 기능이 상실되었고, 이를 어떻게 회복하여 신체의 부하 수용력을 높일 것인가?"로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골절이나 인대의 완전 파열과 같은 급성 구조적 손상에 있어서 즉각적인 의학적 개입과 구조적 처치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만성적인 불편함이나 재활의 영역에 있어서, 영상 검사 결과에 나타난 내 몸의 형태학적 비대칭이나 퇴행성 변화에 지나치게 얽매여 두려움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몸은 구조적인 변화를 스스로 보완하고 생리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놀라운 기능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픈 부위의 해부학적 구조의 한계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재 내가 통증 없이 통제할 수 있는 가동 범위를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근육의 협응 체계를 다시 구축하여 '수용력(Capacity)'을 지속적으로 넓혀가는 과정에 집중하신다면 훨씬 더 긍정적인 신체 변화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움직임의 언어> 드림.


Keyword: 생물의학적 모델(Biomedical Model), 구조와 통증의 불일치(The Disconnect Between Structure and Pain), 무증상 이상 소견(Asymptomatic Findings), 형태학적 적응(Morphological Adaptation), 국소적 상호의존성(Regional Interdependence), 운동 제어(Motor Control), 부하 수용력(Load Capacity), 기능의 범위(Envelope of Function), 조직 항상성(Tissue Homeostasis), 기계적 자극 수용(Mechanotransduction), 중추신경계 민감화(Central Sensitization), 보호 반응으로서의 통증(Pain as a Protective Response), 움직임 공포(Kinesiophob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