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은 토함산 중턱에 백색의 화강암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석굴
불국사를 둘러보고 석굴암으로 향하는 길, 가을비가 예사롭지 않게 쏟아졌다.
불국사에서 석굴암까지 자동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였지만, 사납고 변덕스러운 빗줄기가 토함산 나무들을 후려칠 듯 퍼붓다가 잠시 물러나길 반복하다 보니, 구불구불 산길이 꽤 멀게 느껴졌다.
석굴암 가는 길, 가을비가 쉬지 않고 차창을 두드렸다. 빗줄기와 유리창 사이로 와이퍼 마찰음이 신음 소리를 냈다. 토함산 자락 위로 내리던 비안개는 금실금실 춤을 추었고, 청정세계로 들어선 우리는 이방인처럼 어둑한 세상을 더듬어 올랐다. 비안개가 산허리를 휘감던 운무처럼 신비로워 보였다.
드리어, 석굴암 주차장에 도착했다. 빗줄기는 조금 잦아들었지만, 드센 갈바람에 차가운 산바람까지 합세해서 휘몰아쳤다.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고, 오싹 찬기가 느껴졌다.
석굴암 주차장에서 석굴암까지는 0.6km 정도 걸어가는 수행 길이 있다.
사람들은 가을비를 피하기 위해 각자 단단히 중무장을 하고 석굴암 통일 대종 오른쪽에 있는 돌계단을 올라갔다.
관문을 들어서면 석굴암으로 가는 수행 길이 열린다.
비안개가 거두어진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길에는 뿌연 비안개가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
두 다리는 질척거리며 걸었지만, 상쾌한 공기를 심호흡하는 느낌은 특별했다. 천지만물이 생성되는 토함산의 맑은 기운이 느껴졌다.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 10년(751) 당시,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창건을 시작하여 혜공왕 10년(774)에 완성된 석불사이다.
신라 중기 임금인 경덕왕 재위 기간(742∼765) 동안 신라는 불교예술이 전성기를 맞았다. 석굴암과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 황룡사종 등의 많은 문화재들이 이때 만들어졌다.
석굴암을 향해 돌계단을 오르면, 석굴암 왼쪽으로 석물들이 늘어서 있다.
자그마한 암자로 보이는 곳에 석굴암이 모셔있다.
안쪽에 모신 석굴암을 여유롭게 바라보기엔 관람하는 장소가 협소했다.
가을비가 주룩주룩 소리를 내며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지만, 안에는 석굴암을 찾아온 찾아온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남녀노소 인종도 다양했다.
우리도 비집고 들어서, 겨우 석가여래불상을 바라보고 합장을 할 수 있었다. 여유롭게 오래 머물며 이 찬란한 문화유산을 우러러보기엔 환경이 열악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처음부터 규모를 좀 더 크게 지어 관람객들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게 할 순 없었을지 아쉬움이 컸다.
석굴암은 토함산 중턱에 백색의 화강암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석굴을 만들었다.
내부 공간에 본존불인 석가여래불상을 중심으로 그 주위 벽면에 보살상 및 제자상과 역사상, 천왕상 등 총 40구의 불상을 조각했으나 지금은 38구만이 남아있다. 석굴은 전실과 원형 주실이 통로로 연결되고, 360여 개의 돌로 원형 천장을 구축했다. 1913~1923년 전면 보수를 거쳐고, 1976년 유리벽을 통한 외부 관람이 시행되었다.
석굴암 석굴의 구조는 입구인 직사각형의 전실(前室)과 원형의 주실(主室)이 복도 역할을 하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360여 개의 넓적한 돌로 원형 주실의 천장을 교묘하게 구축한 건축 기법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뛰어난 기술이다.
석굴암 석굴의 입구에 해당하는 전실에는 좌우로 4구(軀) 씩 팔 부 신장상을 두었고, 통로 좌우 입구에는 금강역사상을 조각했다. 좁은 통로에는 좌우로 2구씩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사천왕상을 조각했다.
원형 주실 입구에는 좌우 8각 돌기둥을 세웠고, 주실 안에는 본존불이 중심에서 약간 뒤쪽에 안치되어 있다. 주실 벽면에는 입구에서부터 천부상 2구, 보살상 2구, 나한상 10구가 채워졌다. 본존불 뒷면 둥근 벽에는 석굴 안에서 가장 정교하게 조각된 십일면관음보살상(보살의 머리에 11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관음보살상)이 있다. 원숙한 조각 기법과 사실적인 표현으로 완벽하게 형상화된 본존불, 얼굴과 온몸이 화려하게 조각된 십일면관음보살상, 용맹스러운 인왕상, 위엄 있는 모습의 사천왕상, 유연하고 우아한 모습의 각종 보살상, 저마다 개성 있는 표현을 하고 있는 나한상 등 이곳에 만들어진 모든 조각품들은 동아시아 불교조각의 걸작품이다. 특히, 주실 안에 모신 본존불의 고요한 모습은 석굴 전체에서 풍기는 은밀한 분위기로 그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자연스러운 모습의 본존불은 깊고 숭고한 마음을 간직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며,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로움을 전하고 있었다.
석굴암 석굴은 국보 제24호로 지정되어 관리되며, 석굴암은 1995년 12월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록되었다. 석굴암 석굴은 신라 불교예술의 전성기에 이룩된 최고 걸작으로 건축, 수리, 기하학, 종교, 예술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었다.
사진촬영 금지 구역이어서 석굴암의 아름다운 원형은 두 눈 속에, 한마음 속에 가득 채우고 돌아 나왔다. 관람객들은 모두 아쉬움 담긴 얼굴로 돌아섰지만, 인자한 부처의 신비로운 표정은 모두의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밖에는 여전히 가을비 답지 않게 굵은 빗줄기가 토함산과 산사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계단도 비탈길도 모두 미끄러웠다.
우리 같은 노부부는 더 조심해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석굴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려던 생각을 접으려니, 크게 아쉬웠다.
들어설 때와 같은 숲길을 따라 걸어 나왔다.
가을비가 적시는 토함산 숲은 리드미컬한 음률로 우리 발걸음을 슬쩍슬쩍 밀어주고 있었다.
아쉬움까지 담아 꾹꾹 밟다 보니, 들어설 때보다 빠른 속도로 걸었던 같다.
이제, 2박 3일간의 울산여행이 끝나간다. 이렇게 경주에 들려 불국사와 토함산 석굴암을 둘러보고 나오니, 우리를 계속 따라다니던 가을비도 어느새 지쳤는지 보슬비로 바뀌어 내리기 시작한다. 아쉬웠다. 석굴암에서 보슬비가 내려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석굴암 관람(입장) 시간 : 오전 9시~오후 5시(주 중, 주말, 공휴일 동일)
*연중무휴 / 반려동물 입장 불가
주차요금 : 소형, 중형차 2,000원 / 대형차 (버스) 4,000원 / 새로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2023년 5월 4일부터 관람료 무료.
주소 및 연락처 : 경상북도 경주시 석굴로 238 전화 054) 746-9933 FAX 054) 748-7066 Email bulgukweb@gmail.com
*석굴암 방문일 : 2025년 10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