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는 바깥공기 맡으면 코를 씰룩거리며 좋아하는데
오늘처럼 여름 비가 오는 날에는
하루 종일 창문을 닫아 놔서 호야가 좀 심심했어요.
이런 날은 집사가 조금 더 놀아줘야겠죠!ㅎㅎ
벽에 붙였던 큰 종이를 떼니 테이프가 남았어요.
잠깐 사이 호야가 벽에 붙은 테이프를 뗐어요.
1초 만에 폴짝, 벽을 뛰어올라 집사를 놀라게 했어요.
'야! 어라? 눈을 안 피하네. 이 자식이~ 넌 누구냐!!'
이랬는데 이젠 거울 속 고양이가 자신인 걸 알아요.
호야가 밀당할 때는
집사를 보고 싶어도 직접 안 보고 거울로 봐요.
'저봐 저봐~ 저 집사가 날 안 보고 다른 걸 하네?'
호야가 집사 책상 위에 있는 서랍을 열었어요.
얼마 전에 가지고 놀던 이어폰을 기억해서 꺼내요.
이제 몇 년 되니 안 해요. 재주도 한 철인가 봅니다.
간식을 찾아서 먹게 하는 완구는 한 번 쓰고 땡.
터널 놀잇감은 의외로 오랫동안 갖고 놀았어요.
호야 취향은 짐작할 수가 없어요.
호야는 출입구로 뻥 뚫린 곳은 재미가 없나 봐요.
굳이 굳이 좁은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단순한 장난감을 제 입맛대로 바꿔서 놀아요.
호야와 눈이 마주쳤는데요, '여긴 줄 오또케 알았지?'
집사가 청소하는 사이 장롱에 쏙 들어간 호야,
열린 서랍 뒤로 들어가 나만의 숨숨집을 찾아냈습니다.
집 안에서 놀 때는 숨바꼭질을 해요.
보통은 세탁기 안으로 들어가는데
급하면 아무 데나 얼굴을 파묻습니다. ㅋ
그리고, 꼬리를 흔들며 자축합니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숨은 호야.
머리랑 다리는 물론 꼬리도 숨겼네요.
ㅋㅋㅋ 진짜 완벽하다 호야, 그치?
'호야 나와라' 할 때까지 계속 숨어 있어~
호야는 생후 1년간 산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나무 냄새 풀냄새를 음미하며 좋아해요.
산에 두고 가면 산짐승에게 물려 죽는다고 해서
주거지를 옮길 때 데려왔어요.
혼자 내보내면 길고양이와 싸우고 들어와서
요즘은 집사랑 매일 저녁 1시간씩 산책합니다.
집에서는 빽빽 울다가도 밖에 나오면
눈이 초롱초롱~~ 꼬리는 살랑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