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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하다 Oct 09. 2021

남편에게 '잘했어'라고 하지 않는다

남편의 행동에 기쁨을 표시하는 법

남편이 내 요청을 잘 들어주었을 때, '잘했다'라는 말 대신 '그렇게 해주니 너무 기뻐, 고마워'라고 말하는 게 좋다. 아이들을 키울 때 쓰는 방법 중 하나다. '당신'이 잘했다, 가 아니라 당신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너무 기쁘다고 표현해야 한다. '잘했다'는 칭찬을 들은 사람은 나중에도 칭찬을 받기 위해 일을 한다. 칭찬해줄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 뭘 하지 않는다. 그래서 행동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남편이 도움을 준 행동에 대해 감사해하면 남편은 앞으로도 부인을 기쁘게 만들어줄 것이 무엇이 있을까, 찾을 것이다. 


나는 관심을 갖는 타이밍이(집중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상당히 짧은 편이다. 굵고 짧다. 뭐랄까.. 약간 원데이 클래스에 적합한 스타일이다. 뭔가 너무 하고 싶어서 허겁지겁 시작했는데, 오래가지 못한다. 하루 이틀 바짝 관심을 둔 뒤, 나의 관심 밖에 사라진다. (같이 일했던 상사는 O형의 특성이라고 했다. 이상하게도 내가 아는 O형들은 모두 그렇다. 혈액형 타입에 따른 성격을 신봉하지는 않지만) 그 옛날 필름 카메라, 쿨픽스 카메라,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 각종 캘리그래피 도구, 재봉틀, 목공 도구... 등 며칠 갖고 놀다 창고에 고이 모셔놓은 것들이 한 트럭이다.

  

가드닝도 마찬가지. 정원을 가꾸려고 꽃을 심고 화단을 가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굵고 짧은 관심 주기는 어디 가지 않았다. 한참 가드닝에 정신이 팔려 여기저기 모종을 사러 다니고, 좋은 흙을 사다가 풀어놓고 꽃을 심었다. 화려한 봄이 지나가고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이 되자, 아예 손을 놓았다. 바빴고, 정원은 내 관심사에서 사라졌다.  마당의 잡초는 대나무처럼 우후죽순 자랐고, 정리 정돈해놓은 꽃밭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니 남편이 나보고 밖에 나와 보라고 한다. 뭐 달라진 거 없냐고. 뭐랄까. 시험에서 100점 맞은 아이가 엄마 칭찬을 받기 전에 씰룩씰룩 웃는 모습이라고 할까. 나는 정원이 깔끔하고 예뻐진 걸 단박에 알아챘다. 남편은 자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의 정원(내가 저질러놓은)을 정리해준 것이다.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오~! 잘했어’라고 칭찬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여보~ 당신이 이렇게 정원을 깨끗하게 가꿔줘서 나 너무 기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 너무 감동인데

 

‘당신이 그렇게 해줌으로써 내가 기쁘다’라고 나의 기쁜 감정을 표현해주면 서로 즐거워진다. 부부의 관계가 목적 지향이 아니라 관계 지향이 된다. 나는 남편의 사랑의 언어(서비스)에 감동받아 기쁘고, 나의 기쁜 모습을 본 남편도 즐거워진다. 나도 인정하는 말로 사랑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어떤 행동을 해서 상대에게 기쁨을 줬다면, 그리고 그 기쁨이 충분히 표시되었다면 남편은 앞으로도 내가 어떤 것에 기뻐하는지를 유심히 살필 것이다. 나의 감정에, 우리의 관계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런 노래도 있지 않았나.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결혼은 관계 지향적이 되어야 한다. 아, 물론 비즈니스로 얽힌 정략결혼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은 서로 뜨겁게 사랑해 결혼을 했을 테니, 우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어떻게 잘 이끌고 꾸려나갈지를 고민하면 된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관계'지향적인 관계니까.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고 서로 기뻐하는 감정을 존중해준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이 더해질수록 관계가 돈독해질 것이다. 




첨언하자면, 잘했다는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말이다. 배우자는 서로 동등한 관계다. 그리고 한번 대사를 읊어보자. '잘했어!' 보다 '너무 기뻐~~'할 때 사랑이 좀 샘솟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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