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도시/오리지널
일본 콘테츠 마무리 – 드라마/도시/오리지널
혹시 ‘스미마셍(すみません, 済みません)’과 ‘고멘나사이(ごめんなさい, ご免なさい)’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우리나라 뜻으로는 둘 다 모두 ‘미안합니다.’에 해당하지만, 30년 전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받을 때 선생님이 가르쳐준 의미는 이렇습니다. ‘すみません’은 자신과 상대방이 좀 먼 거리에 있을 때 사용. 예를 들면 식당에 걸린 노렌을 걷어올리고 들어가면서, 손님이 주인에게 말할 때에 사용하면 좋음. ‘ごめんなさい’는 すみません 보다는 나와 상대방이 좀 더 가까이에 있을 경우에 사용. 예를 들면 전철에서 갑자기 몸의 중심을 잃어버려 실수로 남의 신발을 밟았을 때에 사용하면 적절함. 매우 기초적인 단어이지만, 정확한 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수도 있겠죠?
일본은 우리나라와 선사시대부터 바다를 통한 교류가 많았습니다. 청동기시대와 철기 시대는 물론 우리나라의 가야, 신라, 백제를 통해 많은 선진 문물들이 일본에 전달되었죠. 일본인들은 이 시기에 한반도나 중국에서 건너와 자신들을 일깨워준 사람들을 ‘도래인(渡來人)’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다가 일본은 ‘왜구’로 우리나라에 대한 노략질을 시작해, 조선 중기에는 마침내 임진왜란/정유재란의 큰 전란까지 일으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었죠. 대한제국 시절에 일본은 우리나라를 결국 식민 통치까지 했죠. 일본인은 선사시대에 우리나라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메이지 유신 이후 반대로 우리는 그야말로 ‘을’이 되었던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죠. 역사는 흐르고 흘러, 이제 우리는 바야흐로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30년 전 저는 회사의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일본에서 1년 동안 단신 부임해 어학공부와 함께 다양한 체험활동을 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미쳐 머릿속으로 정리하지 못했던 일본에 대한 퍼즐들을, 제 나름대로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일본 콘텐츠에 담겨 있습니다. ‘드라마’는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장르가 아닌데, 금년에 아들이 제 노트북과 휴대폰에 가입시켜 준 넷플릭스를 통해서 일본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죠. 그리고 ‘일본의 도시’는 제가 그동안 다녔던 일본의 도시들을 맵핑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오리지널 이야기’는 제가 알고 있는 것과, 잘 모르는 것들을 차례로 공부하면서 만들었습니다. 과거 인터넷 검색의 시대가 열렸을 때, 한 개인이 축적했던 수년간에 걸친 자신의 식단이 엄청난 고가에 팔렸다는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저 역시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일지라도, 제 나름의 안목과 체계를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이제 숨을 고르려고 합니다.
세상을 아는 만큼, 자신의 눈에 세상이 해석된다고 합니다. 동료들과 같이 일본의 한 도시를 방문하거나 이벤트를 경험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이해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에 1년 살았던 30년 전의 기억이 저를 긴 단순함과 반복의 세계로 저를 끌어들였고, 저는 기쁜 마음으로 공부하며 콘텐츠를 정리했습니다.
10년 전 제가 다녔던 그 기업에서 퇴임했을 때, 대학교에 막 합격한 아들과 함께 일본을 일주일 가량 여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같이 갔던 하코네의 ‘어린 왕자 박물관’은 이번에 자료를 조사하니 폐관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곳의 감동이 아직 살아있지만, 지금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한편으로 신기하게 생각됩니다. 세월은 그렇게 우리의 경험을 다르게 만들죠. 그리고 당시에는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 현재 일본에는 많이 생겼죠. 일본은 그냥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생태계입니다. 30년 전 내가 경험했던 일본, 출장으로 방문했던 그 일본, 가족 그리고 아들과 함께 했던 일본의 이곳저곳의 모습들이 이번 일본 콘텐츠의 실마리였습니다. 일본에 여행 가시려는 분들, 일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 시간 될 때 한 번씩 읽어 본다면 유익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드라마’는 총 40편 그러니까 최소 400시간 이상을 시청하고 난 뒤, 제 나름대로 평점을 매긴 것입니다. ‘일본의 도시’에 언급된 44곳 중 제 발로 직접 갔던 곳은 2/3에 달합니다. 그리고 ‘일본 오리지널 이야기’에 있는 소주제들은 드라마와 도시에 면면히 흐르는 익숙한 소재입니다. 일본의 다양한 곳, 때, 인물, 일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스토리(모노가따리)와 역사를 이해한다면 여러분은 분명 특별한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어를 공부한다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을 것입니다.
2025년이 이제 저물어 갑니다. 그동안 부족한 콘텐츠를 읽어 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2025년 저는 운 좋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수필)’을 수상해 등단을 했습니다. 등단작가로서, 브런치 작가로서 2026년을 어떻게 맞이할지를 남은 며칠 동안 차분하게 생각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20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라며,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25년 12월 끝자락에서, 구포국수.